尹-韓 다음주 만날 수 있을까…보궐선거가 관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다음 주 초에 면담을 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한 대표가 요구해 온 '독대' 성사가 가시화 된 셈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10월 부산 금정 보궐선거에서 패한다면 회동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면담은 선거(10·16재보선)가 끝나고 다음주 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사람의) 배석 여부나 형식, 구체적인 시기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친한(친한동훈)계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오전 SBS라디오에 나와 "오늘 용산과 한 대표가 독대일정을 조율한다"며 "오늘 서로 간 의사소통을 할 거고 그래서 곧 독대 날짜가 잡힌다"고 말했다.

독대가 현실화하면서 양측 간 기싸움도 치열하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에 대해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잖나"라며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께서 오해하고 기정사실화하면 국정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듭 "(김 여사의)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앞서 12일 부산 보궐선거 지원유세 현장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뭐가 잘못된 것이 있어서 인적 쇄신인가. 여사 라인이 어딨는가"라며 "공적 업무 외에 비선으로 운영하는 조직 같은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며 "최종 인사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독대를 통해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 등에 대한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만일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면 삐걱대던 당정 관계가 정상화되고 대표로서의 정치적 위상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빈손 회동'으로 끝난다면 한 대표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회동 자체가 불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만일 국민의힘이 텃밭인 금정에서 패한다면 '한동훈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계파 갈등도 증폭할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만나 힘을 실어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한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는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사실상 한 대표의 경우 스스로 정치적으로 성장한 게 아니라 윤 대통령 '손'을 잡고 정치적으로 성장한 사람"이라며 "선거에서 패한다면 본인 스스로 만남의 명분을 찾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