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1인 32역 열연…김성녀 "무대 위 변신, 저에겐 쉬운 일이죠"
20주년 공연으로 10월 31일 개막
국내외서 337회 공연한 스테디셀러작
"설득력 있는 진실한 연기 보여줄 것"
11월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김성녀는 1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오픈씨어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벽 속의 요정’은 지금까지도 고통과 영광을 같이 주고 있는 저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강조하며 공연에 대한 애정을 듬뿍 표했다.
“마당놀이 배우로는 인기가 있었지만 연극배우로는 항상 이미지가 부족했어요. 그랬던 제가 처음으로 이름을 내걸고 진행한 공연인 ‘벽 속의 요정’이 연극배우 김성녀의 위상을 높여줬죠.”
“마당놀이, 뮤지컬, 창극, 연극 등 안 해본 장르가 없어요. 발성 훈련은 판소리로 했고, 홍길동, 제갈공명 등 남자 역할도 많이 해봤죠. 그런 것들이 조각처럼 맞춰져서 ‘벽 속의 요정’이 완성된 게 아닌가 싶어요. 남들은 변신이 어려울 거라고 하지만 저한테는 사실 쉬워요. 다만, 그 변신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진실하게 하느냐가 중요한 지점이죠. 70대가 되고 나선 20대 여성의 요염함을 연기하는 게 관객에게 가장 죄송스러운 일이긴 해요. 하하.”
‘벽 속의 요정’은 스페인 내전 당시 이데올로기 갈등 여파로 벽 속에 수십 년간 숨어 살았던 인물의 실화를 토대로 한 만든 일본의 연출가 고(故) 후쿠다 요시유키의 작품을 재구성해 만들었다. 극단 미추의 대표이자 김성녀의 남편인 손진책 연출이 초연 때부터 연출을 책임져왔다.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손 연출은 “후쿠다 씨는 작품을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원작대로 해주길 원했지만, 전 한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바꾸고 싶었다. 한국은 이데올로기의 비극이 현재진행형인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의견이 받아들여진 뒤 극본을 맡긴 배삼식 작가, 김성녀와 함께 여러 차례의 수정 작업을 하면서 공연을 완성했다”고 부연했다.
그렇게 한국판으로 재탄생한 ‘벽 속의 요정’은 지난 20년간 국내외에서 총 337회의 공연으로 관객과 만났다. 손 연출은 “다른 연출작들은 끊임없이 수정, 보완 작업을 했는데 묘하게도 이 작품은 변화를 주지 않았다”면서 “생명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찬가라는 보편적인 주제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힘들게 느끼고 있는 건 12곡을 불러야 한다는 점이에요. 예전에는 노래를 완벽히 불렀는데 지금은 높은음이 잘 올라가지 않거든요. 노래 부르는 건 갈수록 힘들지만 그래도 연기는 더 깊어졌어요. 욕심부리지 않고, 지금의 나에게 맞는 노래와 연기를 하자는 생각으로 임하려고 해요.”
이번 공연은 오는 3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다. 김성녀는 “마니아층이 많은 공연이라 그동안 항상 초청을 받아서 공연했는데 이번에는 20주년인 만큼 제가 직접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을 찾아가 공연 개최를 제안했다”면서 “많은 분이 극장을 찾아 마음을 열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접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을 해보고 마음에 안 들면 ‘이걸로 마무리하겠습니다’라고 하고 싶어요.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면 30주년까지 하겠다고 말할 생각이고요. 오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마 이번 공연이 저에겐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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