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전은 마을공동체의 위기”

최예린 기자 2024. 10. 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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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9월 출범한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조효경 대표
지난 4일 조효경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상임대표가 한겨레와 만나 활짝 웃고 있다. 최예린 기자

조효경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상임대표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10월 대전시사회적자본지원센터(사자센터)에서였다. 한달 전 대전시가 사자센터에 ‘운영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한 상태였다. 당시 조 대표는 센터의 기획운영팀장이었다. 센터 회의실에서 만난 그는 “대전시는 막연히 센터를 지속할 필요가 없다고 반복할 뿐 구체적인 폐쇄 근거나 자료를 제시하지 않는다”며 분노했다.

센터 직원들의 반발과 시민사회의 비판에도 결국 대전시는 사자센터의 문을 닫았다. 지자체와 마을공동체 사이의 중간지원기관인 사자센터 문을 닫은 건 대전시의 ‘반공동체’ 기조의 일부였다. 이장우 시장의 민선 8기 대전시는 사자센터 폐쇄뿐 아니라 주민자치회 예산 삭감, 주민참여예산제 규모 축소, 사회적경제 보조금 삭감 등 행보로 “공동체 활동 자체에 적대적”이란 의심을 샀다. 대전공동체비상회의와 대전사회적경제비상회의는 지난해 ‘대전 공동체 기반이 뿌리 뽑히고 있다’는 위기감 속에 꾸려진 연대체였다.

민선 8기 대전시 ‘반공동체’ 기조
사회적자본지원센터 폐쇄 이어
관련 예산·보조금 등 삭감 잇따라

‘대전공동체운동연합’은 공동체비상회의와 사회적경제비상회의를 통합해 만든 새로운 조직이다. 지난 9월9일 창립총회를 열어 조효경 전 사자센터 기획운영팀장을 상임대표로 선출해 출범했다. 조 대표는 지난 4일 한겨레와 만나 “대전의 공동체 위기 상황에서 더 큰 지붕 아래 새롭고 단단한 연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마을공동체, 주민자치, 사회적경제 등 지역 공동체 운동의 3개 영역이 모여 함께 가보자고 뜻을 모았다”고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조 대표는 공동체 분야의 연구·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다. 정치외교학 학사 졸업 뒤 비정부기구(NGO)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하고, 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석사과정 때 몰두한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와 국가의 역할 변화’ 연구는 자연스럽게 ‘마을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금융위기를 겪으며 세계화로 인한 위기가 국가 단위를 넘어 우리 일상의 삶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목격했어요. 우리 아버지가 직장을 잃고, 가까운 친구가 학업을 중단하고, 그런 일들이요. 이런 경험은 ‘전 세계적 위기가 국가를 투영하지 않고 우리 지역과 마을로 곧장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며 대안으로서 ‘공동체·마을 운동’을 주목하게 했어요.”

지난 9월9일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창립총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제공

긴 공부 끝에 만난 깨달음은 그를 마을 공동체 ‘현장’으로 이끌었다. 2019년 대전시 사자센터에서 진행한 마을계획사업의 지원단 봉사자로 참여하며, 주민들 스스로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도왔다. 마침 사자센터에 직원 채용공고가 뜨면서 자원봉사는 자연스레 직업으로 이어졌다. 사자센터에서 실제 마을·공동체 사례를 접하며 그는 “정말 신났다”고 했다.

“대학원에서 해외 논문으로만 보던 사례들이 실존했어요. 내가 사는 대전 지역의 공동체·마을 운동이 해외 주요 사례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더라고요. 외국어만 잘한다면 해외에 발표하고 싶은 사례가 정말 많았어요. 막상 그 일을 해낸 본인들은 하찮은 활동이라 여겼는데, 연구자 눈으로 보면 이론적인 틀로 잘 해석하기만 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을지 보이는 거죠. 현장에서 일하며 정말 신기하고, 신이 났어요.”

지역공동체 3개 영역 연대체 꾸려
“지방선거에 내실있는 대안 내놓고
정치인의 ‘공동체 의지’ 따질 것”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그에게 가르침을 주기도 했다. “우리 마을의 가장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이란 질문에 한 어르신이 쪽지에 적어낸 ‘외로움’이란 답은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생각해보니 그 아파트에 외롭게 사는 어르신들이 참 많더라고요. 할머니의 쪽지를 보면서 ‘맞아. 이제 외로움은 무엇보다 마을의 문제이지’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파편화된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운동과 정치가 필요한 시대이고, 그것은 마을과 공동체가 주체가 될 때 그나마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이 커졌어요.”

대전공동체운동연합이 집중하려는 일도 이 ‘위로의 정치’와 맞닿아 있다. 이들은 우리를 대신하거나 대표하려는 정치인이 얼마나 ‘공동체 감수성과 의지’를 가졌는지를 꼼꼼히 따져 시민들에게 미리 알릴 계획이다.

“대전공동체운동연합은 지역 공동체의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에요. 당장 다음 지방선거에서 제안할 대안을 내실 있게 준비하려니 벌써 숨이 차네요. 긴 호흡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며 대전의 공동체 운동 기반도 넓혀갈 생각입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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