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정기 연고전 농구] 김태훈의 아쉬웠던 마지막 정기전 "복수는 하고 가야 한다" 다짐
'영원한 라이벌' 연세대와 고려대 간의 '2024 정기 연고전'이 지난달 27일(금)부터 28일(토)까지 4개(야구·축구·농구·빙구) 종목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친 가운데 STN뉴스는 고려대 SPORTS KU 필진과 함께 각본없는 명승부를 펼친 각 종목 주역들을 만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STN뉴스] SPORTS KU 홍예원 기자 = 김태훈(체교21, G)이 복수를 다짐했다.
고려대는 지난달 27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 정기 연고전 농구 경기에서 54-57로 연세대에 패배해 쓴맛을 삼켰다. 전반 연세대에 고전하며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다. 하지만 승리로 연결 짓지는 못했을지라도 결국 역전까지 이뤄냈던 끈기의 고려대였다. 무기력한 패배를 용납하지 않은 고려대의 중심에 있었던 주장 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4학년인 김태훈은 이번 정기전이 고려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정기전이 됐다. 그는 "벌써 마지막 정기전을 보내서 좀 많이 아쉽다. 그래도 세 번이나 해서 일단 다행인 것 같다. 못 하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한 번만 하고 나간 사람도 있고 한데, 세 번을 뛰었다는 것 자체를 되게 의미 깊이 생각하고 있다"라고 경기를 마친 소감을 밝히며 정기전을 뛴 사실만으로도 보람차다는 김태훈이었다.
그럼에도 정기전 경기 자체에는 미련이 남는 듯, 김태훈은 많이 아쉽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김태훈은 "제가 정기전이 끝나고 나서 코치님이랑 같이 비디오를 봤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게 좀 많은 것 같다. 좋지 않은 모습들이 너무 많이 보이고, 그 모습들을 조금씩만 더 줄였으면 팀에 좀 더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4학년이고 주장인데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게 아쉽다"라며 미안함을 표했다.
고려대는 올해 MBC배 결승전과 U리그 예선에서 펼쳐졌던 비정기전에서는 연세대를 꺾고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번 정기전의 결과는 그 반대였다. 김태훈은 "아무래도 최근에 했던 비정기전보다 일단 저부터도 그렇고 선수들이 전투력이 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연세대보다 그런 부분들이 부족했으니까 졌다고 생각한다" 김태훈은 결국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연세대에게 밀렸던 것을 상반된 결과의 원인으로 꼽았다. 고려대의 유구한 장점으로 꼽히던 수비가 잘 풀리지 않은 점이 특히 아쉽다는 김태훈은 "상대편도 그랬겠지만, 수비에서 서로 말하는 소리가 안 들리면서 안 맞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공격에서도 상대가 준비한 수비에 좀 대응을 못 한 게 아쉬웠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특히 2쿼터, 연세대에게 많은 3점슛을 허용하며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다. 지난 비정기전에서는 연세대의 외곽을 잘 봉쇄하며 승리를 쟁취했던 만큼, 이번 정기전에서의 수비는 큰 아쉬움을 낳았다. 그는 "선수들끼리 수비하면서 소통이 안 되고 좀 안 맞다 보니까 계속해서 좀 슛 찬스를 많이 내줬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기전에서 수비 외에도 장점이던 2점 야투율까지 흔들린 고려대였다. 이에 연세대 수비에 고전해 야투율이 낮았던 것인지 묻자, 김태훈은 "연세대 수비에 고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선수들이 좀 더 자신 있게 했으면 야투율이 좀 더 높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정기전이다 보니 선수들이 다들 겁을 살짝 먹은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슛을 피해서 쏘다 보니까 오히려 들어갈 것도 안 들어갔던 것 같다"라고 말하며 다들 정기전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원래 3점보다는 2점 위주의 공격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2점 시도보다 3점 시도가 많을 정도로 외곽 위주의 공격을 전개했다. 그는 "인사이드에서 플레이가 잘 안되니까 외곽으로 돌리게 됐다. 연세대가 확실히 외곽보다 인사이드를 더 중요하게 막아서 오히려 외곽 쪽에 좀 찬스가 더 많이 났다. 그러다 보니 저희도 이제 외곽 슛을 많이 던지게 됐다. 그게 이제 들어가면 이기는 건데 그게 안 들어가다 보니까 진 게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 김태훈은 연세대가 인사이드 수비에 집중하며 빈 외곽을 활용해 공격하려 했다며, 동시에 3점슛 성공률이 높지 않아 공격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최근 몇 경기부터, 고려대는 상당한 '슬로우 스타터'였다. 초반에는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하고 고전하다, 후반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승기를 잡는 양상이었다. 이때까지는 상대가 지치고 집중력을 잃는 후반에도 고려대는 집중력을 유지하며 경기를 뒤집어냈으나, 이번 정기전은 달랐다. 2쿼터 분위기를 내주며 벌어진 점수차를 결국은 따라잡지 못하고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게 됐다. 이에 김태훈에게 최근 고려대의 '슬로우 스타터' 양상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저희가 슬로우 스타트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초반에 분위기를 잡고 가자고 한다. 초반에 분위기를 잡으면 충분히 뒤에까지 더 좋을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잘 아는데 왜 그러는지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작년에도 그랬고, 그 이전에도 그러긴 했다. 그런데 이번 연도에 좀 유독 심한 것 같다. 그래도 이제 선수들이 처음에 들어가서부터 더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들은 다 가지고 있는데, 생각대로 그게 안 풀리다 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정기전 경기에서 고려대는 연세대와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지만, 결코 무력하게 패배하지 않았다. 3쿼터부터 추격을 거듭해 4쿼터에는 역전까지 이뤄냈다. 그는 "후반전 들어가기 전에 이제 감독님, 코치님들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얘기해 주시고 따라갈 수 있다고 얘기를 해 주셔서 열심히 따라가다 보니 이제 좀 틈이 보여서 분위기를 잡고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그렇게 따라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저부터가 더 집중해서 경기에 임했으면 그렇게 점수가 많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랬다고 해도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지만, 이 부분이 되게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모두 함께 점수차를 줄이자는 의지로 임한 것이 역전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김태훈은 그럼에도 초반에 연세대에게 많은 득점을 허용하며 점수가 벌어지게 뒀던 것에 대한 후회가 남는 듯했다.
4쿼터에는 고려대의 수비가 원래의 끈끈한 모습을 되찾으며 샷클락 바이얼레이션을 유도하기도 했다. 어떠한 부분에 개선이 있었는지 묻자, 결국 마음가짐이라고 밝힌 김태훈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진 부분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코치님들도 그냥 이렇게 끝낼 거냐는 식으로 얘기도 하시고, 저도 이제 이렇게 끌려만 다니다가 끝낼 거냐고 얘기했다. 또 다 같이 수비를 더 집중적으로 해보자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은데, 발등에 불 떨어진 느낌이었던 것이 좀 아쉽다. 그래도 다들 끝까지 해줘서 되게 고맙다"라며 그럼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 해 전 정기전, 김태훈은 경기 내내 높은 에너지 레벨을 유지하며 수비에서 큰 활약을 했다. 그에 비하면 이번 경기에서는 공격에서도 훨씬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수비는 원래 많이 하려고 노력했던 거고, 감독님께서 4학년 올라오면서 이제 공격도 조금씩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얘기하셔서 공격에 집중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태훈은 "근데 이제 부상에서 복귀하고 나서부터 수비도 잘 안되다 보니까 좀 지금 당장에는 공격도 그렇고 수비도 그렇고 약간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공격은 너무 워낙에 잘하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예전처럼 공격보다는 수비를 더 생각해서 준비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서울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해, 12일 우석대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특히 4강에서 국군체육부대(이하 상무)를 만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는 상무의 벽에 가로막혀 전국체전 우승이 좌절된 만큼, 상무와의 재맞대결을 고대하고 있을 김태훈은 "일단 상무 형들은 프로 형들이니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매년 잡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감독님, 코치님도 그렇고 선수들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뛴다. 작년에는 그래도 조금 더 아쉽게 졌던 것 같아서 이번 연도에는 잡는다는 마음으로 더 잘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말하며 이번에는 상무의 벽을 넘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각각 U리그 1위와 2위를 기록한 고려대와 연세대는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챔피언결정전은 김태훈의 연세대와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다. "연세대한테 마무리 복수는 한 번하고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연세대가 결승에 꼭 올라와서 저희가 더 잘 준비한 모습으로 한 번 더 잡았으면 좋겠다"라며 그는 플레이오프에서 펼쳐질 연세대와의 마지막 경기는 꼭 승리로 장식하겠노라 다짐했다.
정기전을 마치며 김태훈은 고려대에서의 4년을 마무리해 가고 있다. "1학년 친구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데리고 다닐 때 제가 1학년 때 4학년 형들을 따라다니고 했던 게 생각이 나서 약간 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명 엊그제 제가 저랬던 것 같은데 벌써 4년이 지나서 이제 졸업할 때를 앞두고 있다는 게 진짜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고, 조금만 천천히 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많이 힘든 시간도 많았고, 좋은 순간도 정말 많았다" 감회가 새롭다며 지난 4년을 추억하는 그였다.
김태훈은 11월 15일 열리는 KBL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프로선수로써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드래프트를 목전에 둔 소감을 묻자, 그는 "시즌 초반에도, 부상당하고 쉬는 4개월 정도 동안에도 솔직히 드래프트에 대해 그렇게 큰 생각이 없었다. 이제 막상 한두 달 정도 남아서 코 앞으로 다가오니까 좀 생각이 많이 난다. 그리고 이번 연도에는 솔직히 말해서 U리그 비정기전 3쿼터에 좋았던 모습 말고는 딱히 보여준 모습이 없는 것 같다. 이번 정기전 경기를 보는데 진짜 코치님도 이게 너가 맞냐는 식으로 얘기를 하셨다. 진짜 작년, 재작년의 제가 아닌 것 같았다. 앞으로 잘 준비하면서 남은 전국체전 그리고 플레이오프 때 다시 제가 누군지 보여드릴 수 있게 하겠다"라며 이번 한 해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남은 경기에서 본인다운 활약을 보이겠다고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STN뉴스=SPORTS KU 홍예원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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