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지락 무덤 된 펄펄 끓는 바다, 지구 향한 마지막 경고
세계 5대 갯벌인 충남 서산 가로림만이 ‘바지락 무덤’이 됐다. 축구장 900여개 크기의 드넓은 갯벌이 입 벌리고 속살을 드러낸 바지락 사체로 허옇게 뒤덮였다. 일평생 이 일대에서 바지락을 캐온 어민들조차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집단 폐사의 원인은 고수온으로 추정된다. 바지락 양식장의 적정 수온은 15~22도 안팎인데, 올해는 이상 기후로 인해 30도 가까운 고수온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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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바다의 변화는 이뿐 아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가 사라져, 지난 9월 충남·전남·부산 등에서 열린 ‘전어 축제’는 전어 대신 대하와 꽃게를 내세워 행사를 치러야 했다. 여름 내내 달궈진 바다 수온이 아직까지 식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벼농사의 모내기에 해당하는 김 채묘작업도 예년보다 보름 이상 늦춰야 했다. ‘국민 수산물’로 불리는 오징어는 씨가 마른 수준이다. 2020년만 해도 2만653t에 달해 전국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점했던 경북 지역의 오징어 위탁판매량은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1900여t으로 급감했다.
이 모든 이상현상 뒤에는 기후변화가 있다. 지난 13일 국립수산과학원이 발간한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6년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약 1.44도 상승했다. 이 기간 0.7도 상승한 전 지구 해양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 바다 생물에게 수온이 1도 상승하는 것은 육지에서 5도 이상 오른 것과 비슷한 여파를 낳는다고 한다. 사상 최대 폭염이 이어진 올여름 폐사한 양식어종 규모는 지난해보다 무려 55% 증가한 4923만마리에 달한다.
기후 위기는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우리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수확을 앞둔 가을 논은 개체 수가 급증한 벼멸구로 쑥대밭 됐고, 고수온에 고통받던 어민들은 올해 겨울 한파가 기승부릴 것이란 예보에 다시 저수온 대비에 들어가야 할 판이다. 정부는 어민들의 재해보험 가입과 수산자원 감소에 따른 어선 감축 등에 대해 서둘러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이런 응급처방은 지속 가능한 대책이 될 수 없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확대·태양광 축소 기조를 되돌려 화석 연료 사용 조기 중단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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