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벨문학상 시대, 정부와 지자체의 출판·도서관 죽이기

한겨레 2024. 10. 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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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가 지난해 관내 '작은도서관' 5곳의 보조금을 중단한 데 이어, 올해 추가로 5곳이 폐관 위기라고 한다.

고양시만이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당선된 지역에서 작은도서관 예산을 전액 삭감하거나 폐관을 추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우수 도서 출판을 지원하고 지자체가 도서관을 지원하면 지역의 서점이 살아나고 독서 인구가 늘어나 제2, 제3의 한강이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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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6월 14일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한 모습. 대통령실 제공

경기 고양시가 지난해 관내 ‘작은도서관’ 5곳의 보조금을 중단한 데 이어, 올해 추가로 5곳이 폐관 위기라고 한다. 이동환 고양시장 취임 2년 만에 16개였던 작은도서관이 6개로 줄어들게 된 셈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출판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책 읽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희망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다.

14일 한겨레 기사를 보면, 고양시가 내세우는 작은도서관 폐관 이유는 ‘작은도서관 2㎞ 내에 시립도서관이 있는 점’과 ‘도서 대출 건수가 점차 줄어드는 점’ 등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예산을 써가며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효율성의 잣대로 도서관을 평가하는 전형적인 반문화적 시각이다.

고양시만이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당선된 지역에서 작은도서관 예산을 전액 삭감하거나 폐관을 추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마포구(구청장 박강수)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관내 작은도서관들을 독서실로 만들려다 구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대구시도 지난해 작은도서관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서울 영등포구는 도서관 발전계획을 대폭 축소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흐름을 윤석열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사업 예산 60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등 출판·도서 관련 예산 105억원을 없앴다. 국내 도서의 해외 진출을 위해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치러온 서울국제도서전과 각종 해외 도서전 예산도 올 들어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출판업계가 반발하고 언론도 비판했지만, 정부는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개탄스럽고 우려스러운 일이다.

한강 작가가 아들과 함께 서울 서촌에서 운영하는 작은 서점 ‘책방오늘’은 다른 동네 서점들처럼 돈을 벌기는커녕 늘 적자를 낸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 작가가 서점을 운영하는 이유는 “동네 서점이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화는 이렇게 소리 없이 우리 영혼에 스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다. 정부가 우수 도서 출판을 지원하고 지자체가 도서관을 지원하면 지역의 서점이 살아나고 독서 인구가 늘어나 제2, 제3의 한강이 자라날 것이다.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잘못된 정부 정책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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