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승현 TTA 회장 "AI·사회문제 해결도 표준화가 관건…산업 생태계 키울 것"
"표준화 확보 역량이 미래 기술을 좌우하는 데 중추가 되는 만큼 TTA 역할은 단순 통신·단말에서만 그치지 않고 시스템간 연계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재난·안전, 공공, 의료, 스마트팜 등 전 분야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TTA는 ICT 표준을 정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민간표준화기구다. 지난해 7월 TTA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손 회장은 행시 37회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해 정보통신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장, 우정사업본부장 등 약 30년간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재직한 ICT 전문가다.
손 회장은 "DX와 AX 시대에 각국의 기술 패권이 치열한 상황에서 기술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표준으로 채택돼야 누구도 시비 걸지 않고 쓰는 기술로 인정받는다"며 "각국이 자국 기술이 국제 표준에 채택되도록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표준을 확보하는 순간 세계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한순간에 확보하는 만큼 '혼자' 가는 게 아니라 함께 동조하는 '협력'이 필수라고 손 회장은 강조했다.
취임 이후 손 회장은 글로벌 표준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달 한·유럽연합(EU)간 표준전략 협력을 위해 업무협약(MoU)을 맺고, 주요국 간 공조를 위해 한중일(CJK) 표준협력, 세계 주요 표준화기구 간 협력체인 세계표준협력(GSC) 강화에 나섰다. 도심항공교통(UAM)과 양자 분야에서도 각각 지난 5월과 8월 글로벌 '사실표준화기구'를 신설했다.
손 회장은 TTA가 ICT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 산업 분야의 표준을 주도하고 기업 성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산업 생태계 전반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표준과 연계된 R&D 기획과 재난·안전 등 사회문제 해결이다. TTA는 올해 신규사업으로 '초거대AI 데이터 품질검증' 사업과 '양자 클러스트 및 양자테스트베드 조성 사업', '지능형 홈 국제공인 시험인증 기반 구축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손 회장은 "현장에서 잘 작동하려면 R&D가 R&D로 끝나는 게 아니라 표준으로 연결돼 산업계에서 통용되는 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며 "이와 함께 이태원 참사 같은 인파 사고와 충북 오송 침수 사고 등 안전 관련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TTA의 역할을 키우려 한다"고 말했다.
재난·안전 예방 측면에서 표준화는 비상 상황에서 통신과 정보 시스템이 일관되게 작동하도록 하는 규칙을 만들어 긴급 대응 기관들이 원활하게 소통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재난문자, 재난통신, 데이터 관리 등에서 80여건의 TTA 표준이 제정됐다. 최근에는 SW가 탑재된 디지털 의료기기와 국방, 기후위기, 해양 선박 플랜트, 스마트팜 등에서도 협력을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국제사실표준단체 CSA로부터 받은 국내 유일 지능형 홈 국제표준 '매터' 국제공인 시험소 자격 획득, 무선충전 국제표준단체 WPC와 인증프로그램 개시, SPEC 클라우드 서비스형 인프라(IaaS) 분야 성능 검증 등이 취임 이후 주요 성과로 꼽힌다. 기술 표준과 인증이 일상과 산업에 연계된 것이 특징이다.
인공지능(AI)도 주요 활동 무대다. TTA는 올해 들어 단감소프트 등 4~5곳에 '인공지능 신뢰성 인증(CAT)'을 부여했다. 손 회장은 올 1월 AI 신뢰성센터 신설을 포함한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활용을 위해 역할을 강화하고, 국제 표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다. 손 회장은 "AI 신뢰성 인증을 하려면 실제 많이 보고 강점과 보완한 부분을 파악해야 하는 만큼 'AI 얼리버드' 팀을 신설해 조직 구성원들의 AI 활용을 확산코자 했다"며 "기존 팀 단위 조직을 센터로 격상해 AI 개발 기업과 이용자, 지방자치단체, 국가기관에 도움을 주도록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TTA에서 발급받은 인증이 EU 등 글로벌에서도 상호 효력을 발휘하도록 논의도 하고 있다. AI 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할 'AI 안전연구소'도 현장 적용 등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 회장은 TTA도 '고객 중심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일종의 태스크포스(TF)인 'CS 혁신' 팀을 만들었고, 궁극적으로 기업 지원 센터로 키울 생각이다.
손 회장은 "단순 표준 제정 보급·시험인증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들이 시장을 확보하고 진출하도록 '애프터서비스(AS)'까지 해서 산업 발전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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