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알고리즘의 발작…'8월 폭락장' 또 올수도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4. 10. 1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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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만4000명'.

11만4000명은 8월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 규모였다.

대폭락 사태 두 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11만4000명'은 엉터리 숫자였다.

미국 노동부는 첫 속보치(11만4000명) 이후 8월에 1차 수정치(8만9000명), 9월에 2차 수정치(14만4000명)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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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만4000명'.

지난 8월 5일. 한국 증시에서 235조원(코스피 -8.77%)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단초는 이 사소한 숫자였다. 세계 3위 증시인 일본(닛케이 -12.4%)을 더하면 수천조 원이 사라졌다.

11만4000명은 8월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 규모였다. 이 데이터는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 결정에서 중요하게 참조하는 것으로, 문제는 일자리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했다는 것이다. 이를 고용시장의 급랭으로 해석한 미국 증시가 떨어졌고 아시아 증시에서 첫 거래일인 5일 개장과 동시에 블랙먼데이가 연출됐다.

대폭락 사태 두 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11만4000명'은 엉터리 숫자였다. 미국 노동부는 첫 속보치(11만4000명) 이후 8월에 1차 수정치(8만9000명), 9월에 2차 수정치(14만4000명)를 내놓았다. 속보치와 수정치 간 엄청난 간극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갑작스럽게 위축된 일자리 숫자에 미국 경제학자들은 허리케인 베릴 여파 등에 따른 '통계착시' 가능성을 제기했다. 문제는 전문가 경고에도 한번 출고된 데이터와 뉴스는 순식간에 인간의 머리가 아닌, '기계'의 영역으로 소환된다는 점이다.

월가의 베테랑 트레이더들은 비정상적인 비농업 일자리 통계 수정이 지난 2년간 반복돼왔고 이는 주식, 통화, 원자재 시장 등에서 매매 알고리즘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실제 7월의 엉터리 데이터는 경기 냉각을 막기 위한 공격적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가리켰고, 이는 미·일 간 금리격차 축소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 등 거대한 패닉 셀링을 일으켰다.

여기에 과거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이었던 프로그램 매매가 초간단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미투자자의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현실까지 더해지면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극단적 투매 양상을 보였다. 특정 뉴스와 통계에서 주가 방향성을 예측해 마이크로초 단위로 주식을 사고파는 알고리즘 매매가 대중화하면서 통상의 투자자 경험과 예측을 크게 벗어나는 시장 발작이 '상시적 위험'으로 등장한 것이다.

진실을 따질 겨를도 없이 엉터리 통계가 불씨가 된 증시 대폭락은 우연이 아닌, 예고(프로그램)된 사건이었다.

[이재철 글로벌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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