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문학상 다음은?…韓 과학상은 언제쯤?

조승한 2024. 10. 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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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5명 나올 동안 0명…투자 늦고 단기적 성과 집착 한계
"응용기술 투자 韓, '기초과학 중심' 노벨상 대신 경제성과" 해석도
노벨상 메달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소설가 한강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이제는 문학상과 평화상에 이어 과학상(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 분야에서도 한국인 수상자가 나올 차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학기술계는 이맘때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비 비중이 5%를 넘어 세계 2위인데도 왜 과학상 수상자가 없냐는 질문을 받으며 작아지곤 한다.

노벨 과학상이 미국과 유럽에 편중된 건 사실이지만, 아시아에서도 일본의 경우 수상자 25명이 나왔고, 중국과 대만도 노벨 과학상에 간혹 이름을 올려온 것은 이런 질문을 뒷받침한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도 노벨 과학상이 배출됐다.

다만 과학기술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점이 1970년대이고 그마저도 응용 기술에 집중된 채 단기적 성과에만 매몰됐던 트렌드를 이제야 벗어나려는 한국은 노벨 과학상 수상과는 아직 거리가 있단 해석이 지배적이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의 연구 착수부터 수상까지 20~30년 이상이 걸렸다는 점을 보면 이제야 초기 연구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연구자들이 등장하는 한국은 아직 때가 아니란 것이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자 77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37.7세에 핵심 연구를 시작해 55.3세에 연구를 완성했고, 69.1세에 수상하면서 약 32년간의 인내의 기간을 거쳤다.

1960년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연구 성과를 발표한 이후 14년이 지나 수상한 것과 비교하면 주기가 두 배 이상 길어진 만큼 과거보다도 더욱 오랜 기간 투자한 국가들에 노벨상이 주어지는 게 당연해진 셈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대비 기초과학 연구 시작이 뒤처졌다고 여겨지는 일본의 경우 1949년 첫 수상(물리학상. 유카와 히데키) 이후 나온 노벨상의 절반이 투자가 결실을 보기 시작한 시점인 2000년대 이후에 집중됐다.

한국도 투자 기간이 점차 길어지면서 아직은 수상자가 없지만 점차 석학들의 이름이 노벨상 후보로 오르내리는 추세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주제인 miRNA(마이크로 리보핵산)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김빛내리 서울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나노기술 분야 권위자인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시스템 대사공학 창시자인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훈교수 등은 매번 후보자로 거론되곤 했다.

노벨 과학상 족집게로 평가받는 학술분석기관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매년 발표하는 후보 명단에도 2014년 유룡 한국에너지공대 석좌교수(화학)가 처음 오른 후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화학공학), 현택환 교수, 고(故) 이호왕 고려대 교수(의학) 등이 후보로 올라왔다.

다만 아직은 노벨상에 다가간 근원적 연구보다는 이를 토대로 진화한 다음 세대의 연구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는 해석도 있다.

현 석좌교수의 경우 양자점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지만 지난해 노벨상은 양자점을 발견하고 처음 합성한 이들에게 돌아가기도 했다.

한국이 지금까지 기술 응용과 산업화를 선택해 잘 육성해와 지금까지 성장해온 만큼 노벨 과학상이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존에 알려진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응용하는 이른바 '추격형' 연구를 해 오고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며 경제적 결실을 만든 만큼 노벨상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노벨상보다 값진 현실적 성과를 거뒀는데 사회가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며 한국이 지금까지 유례없는 경제적 성장을 거둔 배경에 응용 기술 기반 R&D 연구 투자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는 비판은 축구에 투자해 성과를 얻었는데 같은 스포츠이니만큼 야구나 배구에서도 성과를 내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한국이 철저히 다른 길을 택했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점차 도전적 R&D를 통해 도약을 이루는 이른바 '퀀텀 점프' 방식의 연구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노벨 과학상이 나올 토양은 점차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그러려면 '노벨상 수상'과 같은 특정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간섭 없이 꾸준히 연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 교수는 "우리의 기술 발전은 선진국의 과학기술 투자 과실을 따 먹은 것"이라며 "선진국처럼 우리가 충분히 잘살게 되었기 때문에 그들처럼 기초과학에 투자하면서 기대해야지, 노벨상이 투자 목표가 되면 왜곡된 성과만 나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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