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STO 시장, 규제 미비로 `침체`
금감원 가이드라인 불명확 상황
전자증권법 개정 지연 불만 봇물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서울옥션블루(서비스명 소투)가 지난 6월 제출했던 증권신고서를 자진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은 상황에서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서울옥션블루는 지난달 30일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서울옥션블루가 6월10일 제출한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에 대해 금감원이 정정 요구를 한 가운데 자동 철회 간주일인 10월 1일 하루 전에 자진 철회를 한 셈이다.
해당 증권신고서는 윤형근 작가의 1991년작인 '무제'를 기초자산으로 총 5200좌를 공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증권신고서 심사의 발목을 잡은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우선 금감원은 복수 증권사 계좌관리기관 선정 관련 이유와 투자자 혼동을 막기 위한 방안, 증권사 내부 시스템 내에 투자자 보호 관련 설계가 돼있는지 등 정보를 추가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옥션블루 측 설명에 따르면 복수 증권사 계좌관리기관은 투자자 편의성을 제고하고 저변 확대를 위해 찾은 방법 중 하나다.
기존 계좌관리기관이었던 KB증권 외에도 신한투자증권을 계좌관리기관으로 추가하면서 업계 최초로 복수증권사를 계좌관리기관으로 선정한 만큼, 그간 호응이 저조했던 조각투자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지만 일단 무산된 셈이다.
개인 위탁자에게 미술품을 매입했다는 점도 증권신고서 심사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다. 개인 위탁자의 경우 정보 공시에 한계가 있는데 금감원에서 추가 기술을 요청해 이와 관련해 당국과 조율 중이었다는 게 서울옥션블루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신고서 제출의 벽이 높고, 시장 활성화도 늦춰지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가이드가 공식화 돼있지 않아서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매번 돌다리를 두드리며 간다"면서 "우선 전자증권법 개정으로 분산원장 기술에 대해 인정하는지가 가장 시급하고, 그 뒤는 시행규칙 정할 때 업계 의견이 반영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각투자 업체 관계자도 "미술품 조각투자 생태계가 이제 막 형성되고 몸집을 키우려고 하는 단계인데, 토목 공사도 안 된 바닥에 모래성을 지으라는 느낌"이라며 "STO 시장에 관심을 가졌던 증권사들도 괜히 뛰어들었다가 투자비용을 날릴까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려는 시도도 감지된다.
서울옥션블루 관계자는 "국내 유통시장이 개방되는 시일이 늦으면 싱가폴, 일본 등 해외 협업사를 통해 내년 하반기 중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술품 조각투자업체들의 투자계약증권은 줄줄이 청약 미달을 기록하고 있다. 100% 청약에 성공한 업체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최초로 청약을 진행한 열매컴퍼니의 아트앤가이드는 17.9%의 실권주가 발생하면서 청약 미달을 기록했다. 이후 소투(서울옥션블루)와 아트투게더(투게더아트) 역시 첫 투자계약증권 공모에서 각각 13.1%, 4%의 실권주가 발생해 100% 청약 달성에 실패했다.
장내 또는 장외 유통 플랫폼이 없어 중도환매가 불가능한 투자 환경 상 투자 수요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한편 금융위원회는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 주요 추진 법안으로 토큰증권(ST) 발행·유통 제도화를 위한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세웠다.
비금전신탁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 등 토큰화된 비정형증권에 대한 발행 및 유통 근거 조항 마련 및 시장의 참여주체인 '장외거래중개업자'와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에 대한 인가·등록요건 및 절차 구체화 등이 골자다.
앞서 금융위가 지난해 2월 토큰증권(ST)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마련한 뒤 후속 입법 절차를 추진했음에도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무산된 바 있다.
국회에선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이달 중 토큰증권 법제화를 위한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법안에 대한 여야 이견은 없는 상황이라 22대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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