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괴한에 폭행 당하던 할아버지, 정신 차리니 손녀 딸이 사라졌다?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0월 14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안수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오늘 소개해 드릴 이 사건은 지난 2008년 5월 대구 달성군의 한 농가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당시 집안 형편이 좋지 않던 A양은 동생 B양과 함께 할아버지 집에 맡겨진 채 생활하고 있었죠. 두 자매는 달콤한 꿈나라로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잠든 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집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하는 소리에 주저하지 않고 뛰쳐나간 A양 이후 동생 B양은 집 밖으로 달려나가 이웃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할아버지는 이미 폭행으로 부상이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A양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상태였죠. 도대체 A양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그리고 할아버지를 폭행하던 그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였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안수진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안수진 변호사(이하 안수진):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안수진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2008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에 발생했던 사건인데요. 두 자매가 가정 형편상 부모님과 살지 못하고 할아버지 집에 맡겨진 채 생활하던 상황이었죠

◇안수진: 예 그렇습니다. 2008년 당시 A양은 11살, A 양의 동생은 9살로 매우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A양 자매는 생활고로 인하여 부모님과 떨어져 할아버지와 함께 월세 5만 원짜리 낡은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공병과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원화: 그러던 어느 날 시간을 보면 해가 뜨기도 전일 것 같은데, 이른 새벽에 할아버지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두 자매가 모두 잠에서 깨는 그런 일이 있었다면서요.

◇안수진: 매우 이른 시각인 오전 4시 10분경, 동생과 함께 자고 있던 A양은 할아버지 방에서 흘러나오는 비명과 둔탁한 소음으로 인해서 잠에서 깨게 되었습니다. 놀란 A양은 할아버지 방으로 달려갔으며, A양의 동생은 겁에 질려서 자고 있던 방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A양이 할아버지 방문을 열었을 때 A양의 할아버지는 괴한에게 사정없이 폭행당하던 중이었는데, A양은 '아저씨 왜 그러세요?' 라며 괴한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힘껏 괴한을 붙들어 할아버지를 때릴 수 없게 하려고 애씁니다.

◆이원화: 어린 나이인데 굉장히 용감했던 것 같아요.

◇안수진: 네, 맞습니다. 당시 괴한은 A양의 할아버지에게 한번 죽어봐라 당신은 맞아야 돼와 같이 상당히 폭력적인 어투를 이용하였습니다. 할아버지가 폭행당하는 장면과 괴한의 말을 보고 들은 상태에서 괴한을 말리려고 시도하는 건 초등학생으로서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A양의 동생은 이웃집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원화: 그래서 경찰이 출동을 했겠죠?

◇안수진: 예. 이웃집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였고, 현장에는 폭행을 당한 피해자인 할아버지와 피묻은 걸레가 놓여져 있어서 언뜻 보면 전형적인 폭행 사건의 현장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근데 가장 중요한 A양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이원화: 사라졌단 말인가요? 혹시 뭐 납치라도 된 건가요?

◇안수진: 그렇습니다. 할아버지를 폭행하던 괴한이 A양을 납치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할아버지는 사건 다음 날 치료를 받던 중 그 여자에게 빌면 아이를 돌려줄 거다라고 한다거나 최초 조사에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라며 마치 A양을 납치한 괴한이 누군지 아는 것처럼 말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원화: 변호사님께서 할아버지 반응이 마치 범인을 아는 사람인 것 같았다라고 해 주셨으니까 범인 찾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안수진: 조속히 검거되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경찰은 A양이 납치되면서 반항한 흔적이 특별히 없고, 할아버지의 초기 진술 등 제반 사정에 비춰 주변 인물의 소행이라고 추정해서 비공개 수사를 진행하였는데요. 그러나 할아버지가 이내 얼굴을 보면 알아볼 것 같다. 50대 남성 1명이었다, 30대 남성 2명이었다와 같이 진술을 번복하기도 하였고, 명확히 목격한 사람도 없어서 수사에 난항이 빚어졌습니다.

◆이원화: 왜 이렇게 진술을 오락가락하신 걸까요?

◇안수진: 실제로 당시 일부 사람들은 할아버지 본인이 심하게 폭행당하고 손녀가 납치당하였음에도 할아버지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서 자작극이 아니냐, 범인을 알면서도 감춰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원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안수진: 그러나 추후 본권 수사에 참여하였던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방송에서 할아버지가 범인을 은폐하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하였고, 본인이 왜 이러한 일을 겪게 되었는지조차 이해하지를 못해서 그러한 범행을 저질렀을 법한 사람들을 전부 떠올린 나머지 진술이 계속 바뀐 거라고 모든 억측을 해소해 주었습니다.

◆이원화: 동생은 방에 있었다고 하긴 했는데, 동생 진술에서는 도움될 만한 게 없었나요?

◇안수진: 아무래도 A양의 동생은 A양과 함께 있던 방에 있다가 이웃한테 도움을 요청한 탓에 괴한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웃도 딱히 없어서 실질적으로 할아버지가 폭행 사건의 당사자이자 유일한 목격자였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사건 발생일로부터 84일 만인 2008년 8월 21일 지병의 폐질환이 악화되며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이원화: 수사 과정에서 사망하신 것 같은데 유일한 목격자까지 사망하면서 더 어려운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경찰 수사는 그 뒤로는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안수진: 경찰은 비공개 수사를 진행하던 중 사건 발생 닷새 만에 공개 수사로 전환하면서 실종아동 경보 시스템인 앰버 경보를 발령하고 인근 지역 경찰에 공조를 요청하는 한편 전단지 1만 7천 장 배포, 현상금 500만 원 설정 기지국 통신 자료와 CCTV 분석 등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서 A양을 찾으려고 하였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보통 납치 같은 경우에는 이후에 연락이 와서 돈을 요구한다든가 아니면 협박한다든가 이런 경우가 많은데 혹시 범인으로부터 연락 온 건 없었나요?

◇안수진: 네 전혀 없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아동 납치 사건에서는 보호자에게 거액의 금전을 갈취하겠다는 경제적 목적이 결부되는 사례가 많은데요. 이 사건의 경우 특이한 점이 범인으로부터 협박, 금품 요구 등을 비롯하여 어떠한 연락도 온 사실이 없었습니다. 이 외에도 A양의 사건은 집 안에서 아동인 A양이 아닌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선행 범죄가 있었던 점,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A양의 경제적인 사정이 넉넉지 않아 납치를 빌미로 취득할 수 있는 경제적인 이득도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해서 경찰은 할아버지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자의 소행이거나 괴한의 얼굴을 목격한 A 양이 증언을 할까 우려하여 우발적으로 납치하였을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게 되었습니다. 공개수사 전환을 통해서 수사에 속도가 붙었으면 했던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설상가상으로 오히려 수사에 혼선을 야기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게 되었는데요.

◆이원화: 어떤 일이었죠?

◇안수진: 공개 수사에 들어간 바로 다음 날, 옆동네에 거주하고 있던 한 중학생이 A양이 6월 1일과 2일 세 차례에 걸쳐 나에게 전화를 걸어 납치되었다가 탈출해 시내에 있으니 데려가 달라고 했다라는 허위 제보를 하였는데요. 심지어 경찰이 위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대구 동성로 일대를 탐문하는 것까지 이어나가서 수사 인력이 분산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 수원에서 A양을 봤다는 제보, 고속도로 영업소 직원이 용의자와 비슷한 사람을 목격했다는 제보 등이 잇따랐는데 전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원화: 이런 거 저는 법적으로 더 엄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거 정말 만만치 않은 흉악범죄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안수진: 맞습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어린아이를 납치하는 건 가히 흉악범죄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수사에 특별히 진척이 없던 중 경찰은 6월 9일부터 A양의 집 주변 반경 5km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시작을 했고, 사건 발생일로부터 14일이 지난 6월 12일 오후 5시경 경찰은 집에서부터 약 2.3km가량 떨어진 산비탈에서 A양의 시신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원화: 제발 그런 결론만은 아니길 바랐는데 결국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군요.

◇안수진: 사실 라디오 준비를 위해서 여러 기사를 읽으며 저도 너무 충격을 받았고, 사실 지금 말씀드리는 지금도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A양의 시신은 야산 15m 아래 산비탈에 알몸으로 엎드린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특히 안면부와 상반신의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부패가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한편 A양이 착용하고 있던 티셔츠와 반바지는 시신 발견 장소로부터 300m 아래 나뭇가지에 걸쳐져 있었고, 해당 지점으로부터 또다시 150m 떨어진 곳에서 A양의 하이 속옷이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시신의 모발과 체모 등 DNA 시료를 채취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조직 검사를 의뢰하였습니다.

◆이원화: 사인이라도 알면 뭔가 실마리가 잡힐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부검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안수진: A양의 부검은 경북대학교 법의학교실에서 진행되었는데, 6월 13일 당시 대구 달성경찰서 수사과정의 뉴스브리핑 내용에 의하면 안면부와 상반신이 심하게 부패되어 뼈만 남은 상태라 식별이 불가하고, 하반신은 피부가 남아 있는 가벼운 정도 부패가 진행 중이나 부패로 인하여 사망 원인과 성폭행 여부를 밝혀내지 못하였고, 머리와 우측 팔 몸통이 분리된 상태이며, 머리와 우측 팔에 6cm 정도의 금이 가 있긴 하지만 어느 시점에 발생한 것인지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A양의 시신이라는 점은 확인이 되었으나 이렇다 할 특별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사인도 밝혀지지 못했습니다.

◆이원화: 결국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없었던 건가 봐요.

◇안수진: 경찰은 A양 주변 인물들과 일대 우범자 등 60여 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사건 당일 행적을 조사했고, A양의 시신 주변에서 발견된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에 대한 유전자 감식까지 하였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는 못하였습니다. 한편 A양이 살던 집 근처에 거주하였던 한 남성이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되기도 하였으나 경찰이 해당 남성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 남성의 지적 장애가 있어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수사 선상에서도 아예 배제되었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원화: 사건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경찰의 초동 수사가 너무 부실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 변호사님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어떤 부분이 특히 아쉬움이 남으세요?

◇안수진: 개인적으로는 연로한 할아버지가 그것도 수차례 폭행을 당한 상태에서 한 진술이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진술에 유독 초점을 맞추어서 초동 수사가 진행되었던 부분이랑 수사 기법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있지만 오전 5시도 안 된 시각에 신발도 신지 않고 사라진 A양이 가출이었을 가능성까지 열어두었던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특히 경찰청에 의하면 실종 아동이 전국적으로 발견되지 않을 확률이 사건 발생 시로부터 12시간 이후에는 58%, 24시간 이후에는 68%, 일주일 이후에는 89%로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므로 공개수사로의 전환이 조금 더 일찍 이루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원화: 그래도 변호사님 지금이라도 결정적 증거가 나오면 이 사건의 범인 법적으로 처벌 가능하죠?

◇안수진: 예. 소위 태완이법이라고 불리는 2015년 형사소송법 개정 시행안으로 인해서 해당 시행일 전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살인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가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범인을 적발하면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입니다. 당시 시행되던 이 법률에 비추어 약취 또는 유인한 미성년자를 살해한 때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 용의자의 경우 A양의 시신을 산에 유기하였고, 당시 A양이 11살밖에 되지 않은 아주 어린 아동이었으며, 그 이후에도 수사망을 피해 도망다녔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아주 무겁게 평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원화: 사건 X파일 오늘은 할아버지와 함께 대구의 한 농가에 살던 A양이 납치 살해당했던 대구 초등생 납치 살인 사건 짚어봤습니다. 현장에 함께했던 A 양의 동생은 성인이 된 후 언니의 억울한 죽음을 해결하기 위해 당시 사건 기록은 물론 관련 기사들도 꼼꼼히 체크했다고 하죠. 살인사건엔 공소시효가 없다는 점 명심 또 명심해야겠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화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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