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 목적으로만 공매도 한다더니… 신한證 사태에 ETF LP 신뢰도 또 ‘흔들’
개미들 “개인 일탈 아닌 회사 수익 위한 행위” 반발
그간 개인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해 왔던 유동성 공급자(LP)의 불법·편법 행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2개월이 넘는 동안 불법 거래가 이어져 왔음에도 (신한투자증권)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으며, 손실을 감추기 위해 스왑거래로 허위 등록까지 한 것은 담당자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번 사태는 대규모 손실이 물 위로 드러난 사건인데, 그동안 유사한 행위로 이익을 본 전례가 분명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들이 제기한 LP 증권사의 불법 공매도 의혹에 대해 해명한 지 일 년도 안 돼 대형 사고가 터졌다.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LP 목적에서 벗어나 장내 선물 매매를 하다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대규모 손실을 낸 것이다. 그간 당국과 증권사가 LP의 공매도를 헤지(Hedge·위험 회피) 목적이라며 손익이 크지 않다고 호언장담해온 만큼 개인투자자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이날 신한투자증권의 LP 운용 손실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고 금감원의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 투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이번 사고를 “회사 자체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행해진 일탈 행위”라면서 “단발성이 아닌 이전에도 유사한 거래에 의한 조직적 또는 암묵적 동의에 의한 불법이 횡행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1일 신한투자증권은 8월 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ETF LP팀이 목적에 벗어난 장내 선물을 매매해 약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공시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이 증권사 순이익(2071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이 사건은 장내파생상품의 LP와 시장조성, 차익거래 등을 담당하는 법인선물옵션부에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약 9% 급락하는 등 ‘검은 월요일’이었던 8월 5일을 기점으로 선물 매매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복구하려다 손실이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스왑거래를 등록한 사실도 확인됐다. 스왑거래란 미래 특정 시점 또는 특정 기간을 설정해 금융자산이나 상품 등을 서로 교환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사건이 LP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작년 말 금감원은 주요 LP 증권사 공매도 현황을 집중 점검한 결과 헤지 목적 이외 공매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 측은 “헤지 목적의 공매도 주문은 LP가 ETF 매수 시 헤지 대상 종목과 수량이 전산적으로 자동 생성된 후 내부 확인 과정을 거쳐 전송된다”며 “LP부서의 헤지 거래목적 위탁계좌에 대한 타 부서의 접근을 제한해 헤지 목적 이외 공매도가 일어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대규모 사고에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이 더 커지게 된 셈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이번은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일 뿐”이라면서 “그동안 LP들이 뒤로 유동성이 넘치는 대형 종목에 관여하고, 외국인이나 기관의 시세 차익을 도와주기 위해 특정 방향으로 물량을 집중하는 등 비슷한 행위로 이익을 본 일이 없었다고 누가 믿겠나”고 했다. 다른 투자자도 “신한투자증권은 다수 개인투자자에 의해 공매도 주범으로 불릴 정도로 악명이 높은데 이번 사태는 이전에 여러 사건처럼 적당히 끝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통상 LP의 공매도는 수익을 내기도,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헤지 목적인 만큼 손익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당국이 공매도 거래량 상위 증권사 6곳을 검사한 결과 작년 1~10월 LP 기능을 수행한 6개 증권사가 얻은 평균 이익은 전체 거래대금의 0.01% 수준에 불과했다. LP는 거래량이 많지 않은 ETF를 거래할 때 순자산가치(NAV)의 차이(괴리율)가 커지지 않게 관리하는 과정에서 공매도한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신한투자증권 내부 갈등 탓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신을 신한투자증권 직원이라고 말한 글쓴이는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 “이번 사고는 인사의 총체적 실패”라면서 “최근 몇 년간 일 잘하던 중간관리자급이 다 퇴사하고, 주니어들 위주로 부서가 돌아갔다”면서 “인사부와 경영진은 수익 잘 낸다고 방치하다가 결국 이 꼴이 났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7월, 9월 사고가 발생한 법인선물옵션부 패시브(파생) 영업 경력직 채용 공고를 잇달아 냈고 이달에도 동일한 채용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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