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미국차, 속은 독일차 … 묵직하게 잘 나가네
고배기량 특유의 터프함 짜릿
그르렁하는 엔진 사운드도 굿
확연히 달라진 실내 인테리어
獨 프리미엄 차와 큰 차이없어
방지턱 넘을때 승차감 아쉬워

한국인들에게 '지프'라는 브랜드를 언급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차는 단연 '랭글러'다. 하지만 지프의 본토 미국에서는 랭글러만큼 지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차종이 있다. 체로키다. 체로키는 지프에서 1974년부터 생산한 중형 SUV다. 체로키는 오프로드 차량 성격이 짙은 랭글러와 달리 적당한 온로드 성능을 유지하는 편안한 패밀리카다.
지프는 이와 별도로 1993년 체로키보다 한 체급이 큰 '그랜드 체로키'를 출시했다. 지프는 당초 체로키를 단종시키고 그랜드 체로키로 재탄생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체로키 판매가 저조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그랜드 체로키를 그동안 지프 라인업에는 없었던 준대형 프리미엄 SUV로 포지셔닝해 출시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그랜드 체로키는 미국에서 연간 20만대 이상 팔리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랭글러와 함께 지프를 먹여 살리는 대표적인 캐시카우 모델이 됐다.
모기업 스텔란티스의 미국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랭글러와 함께 지프를 이끌어 나가야 할 그랜드 체로키를 일주일간 시승했다. 막히는 시내 길부터 강릉 안반데기의 완연한 오프로드까지 다양한 형태의 도로를 300㎞가량 주행했다.
한국 시간으로 2021년 공개해 2022년 말부터 사전계약을 시작한 그랜드 체로키는 기아 카니발보다 조금 작은 수준인 4915㎜의 전장을 갖춘 준대형 SUV다. 파워트레인은 V6 3.6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버전과 2.0ℓ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4xe' 사양이 판매되고 있다. 가솔린 모델은 294마력,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은 380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시승에 함께한 차종은 가솔린 모델이다.
외관에서 보이는 그랜드 체로키의 가장 큰 변화는 전면부에 있다. 지프의 전통인 '세븐 슬롯 그릴'은 유지하되, 전작에 비해 전면 범퍼부를 앞으로 더 돌출된 형상으로 제작해 터프함을 살렸다.
미국차의 약점으로 불렸던 실내 디자인은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환골탈태했다. 중앙부에는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10.25인치는 최근 현대차와 기아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크기의 디스플레이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가 가로로 긴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지프는 거의 정방형에 가까운 디스플레이를 마련해 디스플레이가 더 커보이는 효과를 낸다.
실내에서 무엇보다 돋보였던 디자인 큐는 공교롭게도 오디오였다. 지프는 보스, 바우어 & 윌킨스 등 일반적인 프리미엄차 오디오 브랜드가 아닌 하이파이 오디오 브랜드 '매킨토시' 스피커를 탑재했다. 차량 곳곳에 위치한 매킨토시의 다소 '힙'한 로고에는 백그라운드 라이트도 장착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대시보드 위쪽, 그리고 도어 수납함 쪽에 마련된 매킨토시 로고는 특유의 초록색 조명을 받아 차량 내관 분위기를 보다 세련되게 만든다. 곳곳을 가죽으로 덮은 세심함도 마음에 들었다.
주행 측면에서는 미국 고배기량 차량의 터프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가속페달을 전개하면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고른 가속감이 발끝으로 전해졌다. '그르렁'하는 울림이 전해오는 엔진사운드도 듣기 좋았다. 특히 RPM을 높게 쓰는 구간이 되면 이 울림은 고음으로 전환된다. 미국 머슬카와 비슷한 야성적인 배기음이 이때서야 완성된다.
오프로드 승차감은 지프의 장기가 살아나는 분야였다. 강릉 안반데기 관광농원으로 향하는 길은 비포장 도로다. 도로 초입에는 "겨울철 월동장비 없이는 올라오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사륜구동 시스템과 앞뒤 모두 265㎜의 타이어가 미끌미끌한 지면을 움켜쥐고 올라가는 그랜드 체로키에 이 정도의 오프로드는 어렵지 않았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이 구간 승차감은 중부고속도로에서의 승차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박을 하기 위한 공간성은 충분했다. 키 180㎝의 기자가 2열을 접고 트렁크까지 발을 쭉 뻗었을 때 다리를 굽힐 필요 없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이렇게 누웠을 때 1열 등받이와는 주먹 한 개 반 정도가 남는 수준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온로드에서 방지턱을 넘는 성능이다. 시내 도로의 요철이나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는 구간, 고속도로의 포트홀도 운전자에게 큰 불편함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방지턱을 넘을 때는 유독 날카로운 충격이 시트를 통해 전해져 들어왔다. 해외와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방지턱 넘을 때의 승차감이 프리미엄 완성차의 승차감을 판단하는 척도로 활용되곤 한다. 다음 부분변경 내지 완전변경 시에는 한국 판매 모델만큼이라도 서스펜션 성능을 다소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랜드 체로키의 국내 판매가격은 3.6ℓ 가솔린 모델 리미티드 트림이 8550만원, 오버랜드 트림이 9350만원이다. 연비는 가솔린 모델 기준 ℓ당 7.4㎞, 공차 중량은 두 트림이 각각 2130㎏, 2190㎏이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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