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병력 부족’ 우크라, 콘서트장 급습해 관객 강제징집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가에서 모병관들이 입대 연령대의 남성들을 끌고가 입대시키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퍼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 실내경기장 앞에서 인기 록벤드 오케인 엘지의 콘서트를 보러 온 남성들이 모병관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모병관들이 경찰을 동원해 현장의 남성 전원을 대상으로 서류검사를 진행하며 검사를 거부하거나 서류가 불충분한 이들을 바로 입대시키려 했고 남성들이 이에 저항하면서 소란이 벌어진 것이다.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남성은 “내게서 물러나라”고 저항했으나 결국 끌려갔으며, 이를 지쳐보던 이들도 경찰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지르며 촬영을 했다.
콘서트장 인근의 고급 쇼핑센터와 인기 레스토랑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또한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와 중부 드니프로 등 다른 도시의 클럽과 레스토랑에서도 모병관들이 급습했다고 전해졌다.
AP는 “키이우에서 이런 일은 드물다. 우크라이나가 그만큼 신병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러시아 침공 3년째를 맞아 우크라이나는 병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다. 전쟁 초기에는 자발적으로 입대한 이들도 많았으나 전쟁이 길어지며 병역 자원이 동났고 병역 비리 문제까지 불거졌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4월 징집기피자 처벌을 강화하고 징집 대상 연령을 ‘27세 이상’에서 ‘25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수감자까지 징병하기 시작했다. 25~60세 남성은 징집 대상이 되며, 18~60세의 남성은 출국이 허용되지 않는다.
콘서트 현장에 있던 한 우크라이나 남성은 모병관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곡이 연주되는 동안 자리를 떴다고 밝혔다. 그는 “남자들은 집 밖으로 나갈 때마다 징집될 위험을 느낀다. 내면의 불안감이 다시 돌아왔다”고 AP에 말했다. 그는 또한 대학생 병역 면제 제도도 지난 4월 징집 대상 확대와 더불어 폐지됐다고 전했다.
서방에선 러시아군의 사상자를 65만명 이상으로 추정한다. 우크라이나군 사상자는 그 4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3500만명)에 비춰 보면 적지 않은 규모다.
징집 공포가 커지며 우크라이나 남성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하려 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쟁이 시작된 이래 최소 30명이 탈출 도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강을 건너며 익사하거나 산에서 동사하는 경우였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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