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LPGA 한국선수들, 장강의 뒷물결에 속수무책인가

방민준 2024. 10. 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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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202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뷰익 LPGA 상하이 골프대회 우승을 차지한 중국의 인뤄닝이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 오른쪽)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윤이나 프로. 사진제공=KLPGA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長江後浪推前浪(장강후랑추전랑)'



장강(長江)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명대(明代)의 격언집 '증광현문(增廣賢文)'에 나오는 말이다. 장강(양쯔강)은 중국내륙 중앙부를 흐르는 6,300km 길이의 강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 아시아에서는 가장 길다. 장강의 물이 계속 바뀌듯 시간이 지나면 영원한 것은 없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세대교체나 시대에 따른 변화를 언급할 때 쓰인다.



 



최근 LPGA투어의 한국 선수들을 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10~13일 중국 상하이의 치중 가든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뷰익 상하이 챔피언십의 결과는 신진세력에 떼밀려 표류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1라운드에서 10언더파 코스레코드를 세우며 2타차 단독선두로 나선 김세영(31)은 2라운드에서도 1타 차 선두를 지켜 태극낭자의 우승 갈증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2015년 LPGA투어에 데뷔하면서부터 투우사를 연상케 하는 통쾌한 플레이로 골프팬들을 열광시킨 그가 다시 부활하는 듯했다. 3라운드에서는 주춤해 일본의 사이고 마오(18언더파)와 중국의 인뤄닝(17언더파)에 밀려 15언더파 단독 3위에 머물렀다.



 



골프팬들은 그가 '역전의 여왕'답게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극을 펼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짧은 퍼트를 자주 놓치면서 추력이 붙지 않았다. 반면 중국의 인뤄닝은 '그 분이 오신 듯' 펄펄 날았다. 합계 25언더파를 기록한 인뤄닝이 6타 차로 우승하고 김세영은 사이고 마오와 함께 19언더파로 공동 2위. 2021년 LPGA투어 Q토너먼트를 통과한 인뤄닝은 메이저 1승을 포함해 벌써 4승을 쌓아 LPGA투어에서 '중국바람'의 중심에 있다. 



 



통산 12승의 김세영은 2020년 11월 펠리컨 챔피언십 이후 3년 11개월간 이어진 무승의 고리를 끊을 절호의 기회를 맞았으나 거센 뒷물결 인뤄닝의 기세에 속수무책이었다. 희망이라면 2주 전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3위에 오른 데 이어 시즌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거둔 것이다.



 



현재 LPGA투어의 기상도로 보면 앞으로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은 갈수록 어려울 전망이다. 박세리와 박세리 키즈들이 한 시즌에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올 시즌만 해도 한국선수 우승은 양희영 유해란 단 2명 뿐이다. 국가 별로는 미국이 11승, 태국이 3승, 호주와 뉴질랜드 중국이 한국과 함께 2승, 일본과 스웨덴이 각 1승씩을 올렸다. LPGA투어에 진출한 선수 규모에서도 중국이나 태국 일본 북구 나라들이 LPGA투어의 뒷물결로 도도한 흐름을 형성하는 분위기다.



 



한국선수들의 LPGA투어 진출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지 않는 한 한국 여자골프의 부활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런 가운데 들려오는 윤이나의 LPGA투어 도전 소식은 반갑다. 1년 6개월이란 징계 기간을 보내고 복귀, KLPGA투어에서 새로운 스타로 부상한 윤이나의 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 도전은 그의 기량이나 스타성을 감안할 때 환영할 일이다.



 



올 시즌 1승만을 올리고도 3승을 거둔 선수들(이예원·박현경·박지영·배소현)을 제치고 상금 랭킹 1위에 올랐다는 것은 윤이나가 항상 우승권에 머물며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증거다.



평균 타수 부문 70.04타로 1위, 대상 포인트에서도 현재 2위(485점)로 1위(487점) 박현경과의 차이가 2점밖에 안 된다. KLPGA투어 랭킹도 6개월 전 102위에서 현재 1위로 올라섰고, 세계랭킹은 32위로 KLPGA 선수 중 가장 높다.



 



윤이나가 KLPGA투어에서 우승 경쟁을 벌일 때마다 갤러리가 모이고 TV 시청률이 뛰어오르는 것은 그의 상품성이 LPGA투어에서도 통하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윤이나가 LPGA투어에서 새로운 마중물이 되어 다시 한번 태극낭자들이 LPGA투어의 주류를 형성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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