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절반도 안되는 퇴직연금 수익률…'은퇴거지’ 될라”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2024. 10. 1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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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경제TalkTalk] 김태일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장
국민연금과 투자 방식 같은 ‘제2 국민연금’ 검토 해야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처럼 월급에서 일정액이 자동 인출돼 적립되지만, 운용 수익률이 국민연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초고령사회에서 제대로 된 근로자 노후 보장을 위해서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제도 개혁이 시급합니다.”

김태일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장(행정학과 교수)은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초고령사회의 가장 중요한 노후 대책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이뤄진 3대 연금체계”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복지정책과 재정 전문가이며, 2022년부터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을 맡아 연금, 노인 일자리, 노인 돌봄 등의 이슈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김태일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인터뷰에서 “근로자들의 노후 생활을 개선하려면 국민연금보다 훨씬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김기훈 기자

―한국 사회의 고령화 정도는?

“한국은 올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비해 한국의 고령화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다. OECD 평균 정도이다. 다만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이 문제이다. 2045년쯤 되면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40%를 넘어서며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인들은 초고령사회에 잘 대비되어 있나?

“은퇴 후 노령자에게 가장 중요한 3가지를 꼽으라면 돈, 건강, 긴 여생 보내기를 들 수 있다. 한국인들은 스스로 건강을 잘 챙기는 것 같다. 의료보험도 잘 되어 있다. 그러나 여생을 보낼 여가 방식은 아직 제대로 준비가 잘 안된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매우 높은 수준에 속한다. 노후에 소득이 없고 연금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임대 수입으로 노후를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전체 국민 중에 몇 %나 될까?”

한국은 빠른 고령화 속도에도 불구하고 은퇴자들의 노후 재무 대책이 매우 미흡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은 지난 9월 26일 서울의 한 공원에서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뉴스1

―어떻게 해야 하나?

“노인빈곤율이 낮은 유럽 국가들의 공통점은 연금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기초연금은 재정 부담 때문에 수급액이 적고, 국민연금은 근로경력 단절 등의 이유로 가입기간이 충분치 않아 노후 보장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회사에서 수십년간 열심히 일한 근로자들은 퇴직연금이라는 안전장치를 하나 더 갖고 있는데, 이 마저도 제 기능을 못하면서 은퇴 후 ‘노후거지’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모두 고쳐져 연금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수십년이 걸릴 것이다. 서둘러야 한다.”

―퇴직연금은 무엇이 문제인가?

“퇴직연금은 법에 따라 매년 연봉의 한달치(8.33%)가 외부 금융회사에 자동 적립된다. 가입자들이 이 적립금을 잘 운용해 높은 수익률을 내야 노후에 연금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연평균 운용수익률이 2% 정도 밖에 안된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7%에 비해 턱없이 낮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국민연금 연평균 수익률 7.63%의 절반도 안된다. 만약 월급 40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30년간 퇴직연금을 납입하고 연간 운용수익률이 2%라면 30년 후 원리금이 1억6000만원이다. 운용수익률이 7%라면 4억원이 된다.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낮다 보니 퇴직 후 대부분 일시금으로 찾아 빚 갚는데 쓴다. 그래서 연금 기능을 못하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왜 이렇게 수익률이 낮나?

“퇴직연금을 기업들이 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높은 수익률을 올릴 유인이 없기 때문에 대체로 금융회사의 예금으로 운용한다. 또 근로자 개인이 금융회사의 권유를 받아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해 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금융 전문가가 아니라 수익률이 높지 않다.”

―해결책은?

“국민연금처럼 가입을 강제하면서 퇴직연금 관리를 개인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나라는 없다. 개인이 개별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현행 계약형 외에, 투자 전문가인 공공 혹은 민간 기관이 떠맡아 대신 운용해주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국·호주·네덜란드 등 연금 선진국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금융회사 뿐 아니라 국민연금공단도 참여해 근로자들의 선택지를 넓혀줘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투자자산 배분)와 꼭같은 ‘제2 국민연금’ 형태로 퇴직연금을 운용한다면 믿고 맡길 근로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근로자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공단이 운용사로 참여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상담센터./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맡았을 때 손실이 생기면?

“근로자가 국민연금공단을 퇴직연금 운용기관으로 선택할 때 국민연금공단이 운용 손실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운용 상황을 항상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포트폴리오를 같이 구성해 같은 수익률이 난다면 불만을 제기할 가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다른 대책이 있다면?

“노령층 일자리가 많이 생기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또 정년 이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 절벽이 생기는데, 이 공백이 없도록 근로기간을 연장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기업들이 호봉제 때문에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정년 연장 방식보다는, 임금 조정이 보다 쉬운 정년 후 재고용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초고령화 시대에 노령자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하려면 연금 제도와 더불어 노령자 재취업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인천 남동구 평생학습관 내 장난감수리센터에서 은퇴 후 재취업해 일하는 노령자들./남강호 기자

―개인들에게 권할만한 노후 전략은?

“첫째, 노후에 일을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지 미리미리 잘 생각해야 한다. 둘째, 노후설계를 매우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노후에 매달 필요한 자금을 계산해 봐야 한다. 셋째,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 넷째, 부부간 가사분담 등 노후를 어떤 방식으로 보낼지 잘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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