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북 균열’ 불가피성과 新대북정책[포럼]

2024. 10. 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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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통일지우기 작업을 진행 중이다.

통일 포기 선언은 그동안 북한 동포의 눈과 귀를 가리고 하나로 결집했던 통일과 민족해방이라는 사상적 토대를 무너뜨림으로써, 북 체제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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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前 통일연구원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통일지우기 작업을 진행 중이다. ‘두 국가 선언’은 6·25전쟁과 더불어 민족의 장래를 결정한 주요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북한은 핵으로 외침을 막을 수는 있지만, 내부의 동요와 이탈을 막지는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체제 위협 세력인 한국과의 관계를 단절해서라도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을 민족이 아니라고 규정함으로써 유사시 핵무력으로 적화통일할 수 있는 포석을 놓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체제를 지키려는 김정은의 결정이 되레 독재를 끝장내는 패착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한다.

북한은 조평통, 민화협 등 남북관계 기관을 모두 없앴다. 국가(國歌)에서 ‘삼천리’를 빼고, 평양 지하철역 이름에서 ‘통일’을 지웠으며, 자녀 이름에 ‘통일’을 쓰지 못하게 했다. 통일 열망을 대내외에 웅변해 온 평양 입구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도 파괴했다. 최근에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남북을 철저히 분리하는 군사 조치를 선언했다.

우리 사회에서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부정하고 광화문의 충무공 동상을 철거한다면 국민의 반응이 어떨까? 미국에서 링컨기념관을 폭파하고 노예해방 역사를 지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 나라의 정신적 기반을 파괴하는 행위가 엄청난 저항을 불러온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현재 북한이 벌이는 통일지우기도 역사적 심판을 피할 수 없다.

북한은 3대에 걸쳐 조국통일의 그날까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며 주민을 세뇌했다.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온 주민은 정권의 거짓말과 선동에 희생을 강요당하는지도 몰랐다. 통일 포기 선언은 그동안 북한 동포의 눈과 귀를 가리고 하나로 결집했던 통일과 민족해방이라는 사상적 토대를 무너뜨림으로써, 북 체제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킬 것이다.

통일을 일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온 북한 주민이 겪을 혼란과 충격이 얼마나 클까?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의 유훈인 통일을 거부할 자격이 있는지 의아해할 것이고, 의구심은 상실감과 배신감으로 바뀌면서 반발과 저항으로 비화(飛火)할 것이다. 조총련 회원들이 통일을 염원해서 북한을 지지했는데 왜 당국이 통일을 지우려고 하느냐면서 총련 본부에 항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앞으로 북한 사회는 ‘김정은을 옹호하는 반통일세력’ 대 ‘김정은에 반대하며 통일을 원하는 친통일세력’으로 양분되고, 통일 문제를 둘러싼 ‘북북(北北)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개혁·개방을 추구하는 체제저항세력이 조직화하고, 주민의 지지를 받으며 활동할 수 있는 명분과 활동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의 대북정책도 그 대상을 ‘소수의 반통일세력’과 통일을 열망하는 ‘대다수 친통일세력’으로 구분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권 중심의 반통일세력은 국제 제재의 틀로 규제하되, 친통일세력은 북한 변화의 구심체가 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21세기 통일의 길은 남과 북의 친통일세력이 연대하고 민족자주의 정신에 입각해서 자유와 번영의 평화통일을 이루는 일이다.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前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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