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이 불펜 되는 가을야구, 지금 KIA는···이범호 감독 “우리는 필승조로 충분하다”[스경x이슈]
보직 파괴의 가을야구가 펼쳐지고 있는 지금, KIA는 차분히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며 정석의 야구를 준비하고 있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는 지난 9일 첫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준비에도 들어갔다. 상대가 정해지기를 기다리며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이번 가을야구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1승이 결정적인 이 단기전에 최대 에너지를 쏟고자 모든 팀들이 선발 투수를 중간계투로 기용하고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같은 단기전이라도 팀마다 상황이 다르니 다른 운용이 나올 것이다”며 “한국시리즈에서 우리는 이기고 있을 때는 원래 우리의 필승조를 기용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선발 투수의 필승조 전환 같은 변칙 운용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KT는 고영표를 선발과 불펜으로 기용했고, LG는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을 중간계투로 투입했다. 외국인 투수 에르난데스는 아예 가을야구에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삼성도 3차전 선발로 정해둔 좌완 이승현을 7-1로 앞선 7회초 2사 만루에 투입했다. 공통적으로 세 팀 모두 불펜 사정이 좋지 않다. 일시적이든 올시즌 내내였든, 모두 불펜에 여유가 없는 채로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다보니 그 약점을 채우기 위해 마운드를 변칙 운용하는 모습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KIA는 사정이 다르다. 불펜이 상대적으로 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편이다. 휴식하며 기다린 터라 로테이션도 안정되게 꾸리고 한국시리즈를 치를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선발이 중간계투로 나가는 게 더 강해 보일 수도 있지만 길게 던지면서 강한 유형의 투수들이기 때문에 항상 불펜으로 던져본 투수들이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중간에 4명 정도는 단기전에서도 1이닝씩은 소화하기에 충분한 투수들”이라고 말했다. 불펜 투수들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다.
이범호 감독은 올해 시즌을 준비하면서 필승계투조를 많이 확보해놓고 시즌을 치르겠다고 했다. 실제로 KIA는 중간계투 중 5명 이상이 앞서는 경기에 대기하면서 시즌을 치러왔다. 그 중 우완 장현식, 전상현, 좌완 곽도규와 마무리 정해영으로 포스트시즌에도 필승조를 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시즌 후반기 부진했지만 막바지에 구위를 찾은 좌완 최지민의 활용도가 커 보인다. LG와 삼성 모두 왼손타자가 많기 때문이다.
KIA 역시 선발 투수를 중간에 내놓는 경기는 나올 가능성이 있다. 4차전 선발을 놓고 윤영철, 황동하, 김도현이 경쟁 중이다. 그 중 선발로 던지지 않는 투수가 가을야구에서는 중간에서 던진다. 이범호 감독은 그 역할을 필승조가 아닌 ‘롱릴리프’로 한정했다. 사실상 가을야구에서 흔히 쓰는 ‘1+1’ 정도의 개념이다.
이범호 감독은 “4선발은 아직 안 정했다. 컨디션 봐 가면서 마지막에 정하려고 한다. 선발로 뛰지 않는 투수도 필승조로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선발이 너무 일찍 내려와 따라붙어야 할 때 2이닝 정도 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철은 7월에 척추피로골절을 진단받고 시즌을 마감한다고 했으나 빠르게 회복해 시즌 막바지에 복귀, 가을야구 합류를 준비 중이다. 이제 막 회복한 윤영철을 중간에 대기시키기는 어렵고 선발로 기용하더라도 긴 이닝은 던지기 어렵다. 예를 들어 윤영철이 엔트리에 합류하고 선발로 나간다면 황동하나 김도현이 뒤에서 2~3이닝을 채워줄 수 있다. 그 외에는, 선발들이 최소한 4~5이닝만 던져줘도 KIA 필승계투조는 나머지 4~5이닝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KIA의 계산이다.
KIA가 필승계투조에 힘을 더욱 싣는 이유에는 선발진의 사정도 있다. KIA는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 에릭 라우어, 양현종, 그리고 4선발로 결정되는 젊은 투수로 한국시리즈 선발 로테이션을 짠다. 턱 부상에서 회복한 네일도 순조롭게 한국시리즈 등판을 준비 중이지만 당장 많은 이닝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양현종 정도를 제외하면 확실하게 5~6이닝 이상 기대할 수 있는 투수는 없다.
KIA는 일단 선발들에게 긴 역투보다 최소한의 이닝만 책임져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을 확실히 채우고 나가면서도 필승계투조들을 믿고 그 몫을 크게 본다.
포스트시즌은 문을 열면 정규시즌보다 훨씬, 생각지 못한 수많은 변수들이 등장한다. 어떤 일이 생길지 미리 예측할 수가 없다. KIA는 최소한, 선발은 선발 등판하고 필승조의 역할은 기존 필승조가 맡는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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