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프이스트-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왜 인사 제도를 개편해야 하는가

2024. 10. 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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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사 제도 전반의 점검과 개편 작업

경력으로 외부 영입된 인사팀장은 30일에 걸친 회사 현황파악을 실시했다. 주요 내용은 팀원 면담과 OJT, 전 임원과 2시간에 걸친 대면 미팅, 본부장 추천에 따른 본부 중요 팀장과 핵심 직무 전문가 면담이었다. 대상자별 각각 5가지 질문을 사전 전송하여 질문에 대한 답변과 회사 전반과 담당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하며 기록했다. 대화 내용을 중심으로 자체 SWOT분석을 하여 회사의 현 위치에서 인사 각 영역별 어떤 전략과 과제를 가져가는 것이 좋은가 방안을 정했다.

1개월이 지난 후 인사팀장은 팀원과 1박 2일 합숙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회사 인재개발원에 가서 회사의 현 위치에 대해 팀원과 토론을 진행했다. 팀원들은 회사가 성장 가능성이 높고 경영층의 전문 역량 및 리더십이 뛰어나며 제품 개발과 기술력, 도전적이며 실행력이 강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사팀장이 사업과 관련하여 면담한 외부 전문가, 내부 핵심 직무 전문가의 의견은 현재 회사의 제품은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성 제품이고, 첨단 제품과는 5배 이상 가격 차이가 있었다. 현 회사의 기술 및 기반 시설의 수준으로는 첨단 제품을 연구하거나 생산할 수 없다. 판매망도 국내 중심이며,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에 일부 수출을 하고 있는데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중저가의 부가가치 제품이기 때문에 중국과 인도 등 후발국에게 조만간 따라 잡힐 상황이었다. 경영층과 중간 관리자들은 매일 결론 없는 회의로 힘들어 하고 책임지지 않는 문화, 타 부서와의 소통과 협업이 안된다고 한다. 영업과 생산 본부의 인재 육성은 ‘선배에 의한 후배 지도’의 원칙으로 사수 조수 제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인원 부족과 업무 과다로 유명무실해졌다.
경영지원본부는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입사 1년차 직원과 집단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1년 미만 퇴직자는 35% 수준이다. 인터뷰는 자부심, 성장, 즐거움 관점에서 진행하였는데, 긍정응답율이 20%를 넘지 못했다. 회사, 일에 대한 자부심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고 이곳에서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팀의 고참과 팀장을 보면 자신의 내일이 보이는데, 빨리 이직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이들의 1년 이내 이직 성향은 무려 85%였다.

인사팀장은 팀원들의 생각과 자신의 설문과 인터뷰 결과를 비교하며 현재 인사제도의 원칙, 개편 방향, 중점 과제, 추진 일정 및 담당자를 금번 워크숍에서 끝장 토론을 해서 결론 내자고 했다.
성과 중심, 역량 중시, 투명성 강화, 현업 위주의 인사라는 4가지 원칙을 정했다.
개편의 방향은 1) 사업과 연계한 인사 2) 조직 측면의 인사 3) 인력 측면의 인사 4) 제도 측면의 인사 5) 문화 측면의 인사 등 5측면으로 구분했다. 인사를 이끄는 중점 생각은 철저한 성과 주의 인사로 사람 중심에서 직무 중심, 직급에서 직책, 성과 차별의 확대로 정했다. 이에 따른 HR기능(채용~퇴직)별 중점 과제를 브레인 라이팅 방법으로 도출해 나갔다.

5측면의 HR 영역별 중점 과제를 도출하고 각 과제에 대한 중요도, 긴급도, 실현 가능도 측면에서 각 10점 만점으로 과제의 등급을 정했다. 이 중에 중요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데 긴급한 과제, 빨리 처리하면 바로 조그만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들을 모아 Quick in 과제라고 정리하고 별도 추진계획을 작성하였다. Quick in과제 외의 중점 과제는 3년 중기 계획 하의 연도별 추진 계획을 세우고 순차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안을 만들었다. 과제별 담당자는 현 업무 분장이 되어 있는 팀원이 1순위이지만 본인이 도전하겠다는 과제에 대해서는 업무 담당자와 협의하여 가능한 기회를 부여했다.
1박 2일의 워크숍을 통해 바람직한 모습과 목표, 인사의 원칙, 회사 차원의 중점과제 10가지, Quick in 과제 10가지와 추진계획, HR영역별 중기 계획 하의 세부 추진 과제와 일정 및 담당자를 정할 수 있었다. 인사팀장은 정리 내용, 현황 파악 자료를 중심으로 본부장에게 보고하였다. 본부장은 보고서를 10Page 이내로 정리하여 경영 회의에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제도와 시스템은 변한다

과거 어떤 사실이나 방식으로 큰 성과를 맛봤다면, 이 사실이나 방식은 어떻게 되겠는가? 일을 하면서 몇 년이 지나도 이 사실과 방식은 옳다고 지속한다. 시장과 고객의 생각과 취향은 바뀐다. 경쟁사는 더 효과적인 방식을 개발하여 앞서간다. 유지하는 것은 쇠퇴하거나 망하는 방법이다.
현재의 사실이나 방식이 시장이나 고객의 변화에 적합하고 조직 구조나 시스템에 잘 작용하는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숫자 계산을 주판으로 할 때, 주판이 숫자 계산에 가장 뛰어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숫자 계산에 주판이 가장 뛰어난 방법인가? 주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예로 이동수단의 변천을 보면 상황은 끊임없이 변화됨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의식이다. 이전에 입력된 지식과 경험이 원칙이 되어 어떠한 상황에도 잘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의식도 주변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 계속하여 변화 흐름의 차이를 분석하여 보완해 가야 하지 않을까? 만약 변화를 파악하고 보완하는 것이 어렵다면, 기업은 변화의 흐름과 무엇이 핵심 내용인 가는 알고 있어야 한다. 인사 부서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존 제도의 보완점을 찾아 시대를 앞서거나 최소한 따라가도록 개선하거나 혁신해야 한다. 인사 담당자가 사업과 연계하여 전사적 관점에서 길고 멀리 볼 줄 아는 통찰력과 이를 수행할 직무 전문성을 겸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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