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대에 ‘안긴’ 1단 추진체…스페이스X, 로켓 회수 기술 신기원

곽노필 기자 2024. 10. 1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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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스페이스엑스의 스타십 1단 슈퍼헤비 로켓이 5차 시험발사에서 비행을 마치고 발사대로 돌아오는 장면. 스페이스엑스 유튜브 갈무리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가 로켓 기술의 신기원을 열었다. 로켓의 1단 추진체를 발사대로 돌아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2단 추진체 겸 우주선도 목표 지점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우주발사체 전체를 재사용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시연했다.

스페이스엑스의 스타십 1단 슈퍼헤비 로켓이 5차 시험발사에서 비행을 마치고 발사대로 돌아왔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스페이스엑스는 13일 오전 7시25분(한국시각 오후 9시25분) 미국 텍사스 남부 보카치카 해변에 있는 스타베이스 발사장에서 화성 여행을 목표로 개발 중인 스타십의 다섯번째 시험발사에 나섰다. 이날 발사는 미 연방항공청(FAA)이 발사를 승인한 지 하루도 안돼 이뤄졌다.

머스크가 화성 여행을 목표로 개발 중인 스타십은 역대 최강 우주로켓 슈퍼헤비(71m)와 2단 추진체 겸 우주선 스타십(50m)으로 구성돼 있다. 건물로 치면 40층 높이에 해당한다. 1960년대에 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보냈던 새턴5 로켓보다 10m가 더 높다.

이날 발사대를 떠난 슈퍼헤비는 이륙 3분 후 2단 스타십과 분리된 뒤 지상으로 방향을 바꿔 7분 후 발사대로 돌아왔다. 발사대에 설치된 로봇팔 ‘메카질라’가 마치 젓가락으로 집듯 슈퍼헤비를 잡아 발사대에 고정시켰다.

뉴욕타임스는 슈퍼헤비가 지면에 가까워진 시점에 하강 속도를 늦추기 위해 엔진 일부를 다시 점화해 바닥이 훤히 빛나자, 이를 거대한 담배가 떨어지는 모습에 비유했다.

스타십의 1단 추진체 슈퍼헤비가 발사대를 향해 하강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첫 시도에서 성공…“역사에 기록될 날”

스페이스엑스의 엔지니어링 매니저인 케이트 타이스는 생방송 해설에서 “첫 시도에서 슈퍼헤비 부스터를 발사대에 붙잡는 데 성공했다”며 “오늘은 공학 역사에 기록될 날”이라고 말했다.

스타십은 1단과 2단을 모두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으나 회수 기술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미 2015년부터 주력 로켓인 팰컨9의 1단계 추진체를 회수하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발사대에서 멀리 떨어진 해상 바지선으로 회수했기 때문에 재사용을 위해서는 로켓을 다시 가져와야 했다. 이번처럼 발사대로 직접 로켓을 회수하면 재사용 비용과 기간을 훨씬 더 줄일 수 있다.

2단 회수는 아직 시도하지 않았다. 이날 2단 스타십은 고도 212km까지 올라가 최고 시속 2만6천km의 궤도비행을 하며 지구를 거의 한 바퀴 돌았다. 이후 다시 대기권에 진입한 스타십은 1400도 이상의 마찰열을 견뎌내면서 이륙 1시간6분 후 오스트레일리아 서쪽 인도양 해상 목표 지점에 정확히 착수했다. 6월 4차 시험발사에선 재진입 도중 방열판 일부가 떨어져나간 바 있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엑스는 방열판을 재설계했다. 스타십은 바다로 착수한 후 폭발했다. 스타십은 시험비행에서는 재사용을 위한 해상 바지선 회수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기 때문에, 폭발은 성공 여부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머스크는 비행이 끝난 직후 엑스(옛 트위터)에 “스타십의 두가지 목표가 모두 달성됐다”며 “오늘 다행성족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역대 최강 우주발사체 스타십이 13일(현지시각) 5차시험발사에서 이륙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이륙과 재진입시 엄청난 굉음…“지진 일어난 줄”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슈퍼헤비가 초음속으로 하강하면서 내는 굉음(소닉붐)에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일부 주민들은 불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스페이스엑스 발사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야생생물학자 저스틴 르클레어는 뉴욕타임스에 “40마일(64km) 거리의 내 집도 이륙과 재진입시 흔들렸다”며 “로켓이 발사된다는 걸 몰랐다면 정말 작은 지진이 일어난 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엑스는 발사를 거듭할수록 향상된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2023년 4월 1차 발사에선 2단 로켓이 분리되지 않은 채 발사 몇분만에 공중 폭발했으나 11월 2차 발사에선 2단 로켓 분리와 33개 엔진을 전부 점화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이어 올해 3월 3차 발사에선 처음으로 대기권 재진입 단계까지 이뤄냈고, 6월 4차 발사에선 궤도 왕복비행에 성공했다.

스타십의 1단 추진체인 슈퍼헤비가 33개의 엔진을 모두 점화하며 상승하고 있는 모습. 스페이스엑스 제공

2026년 달 유인 착륙에 사용할 우주선

5차 시험발사 성공으로 2026년 9월로 잠정 예정된 미 항공우주국(나사) 아르테미스 3호의 유인 달 착륙 비행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나사는 스타십을 달 착륙선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스페이스엑스는 스타십이 달까지 가려면 약 10번의 우주 급유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는 이르면 올해 안에 궤도에서의 우주 급유 시험도 실시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지난 9월 소셜미디어 엑스에서 스타십으로 2년 후 화성 무인 착륙, 4년 후 화성 유인 착륙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역대 최강 우주발사체인 슈퍼헤비는 추력 7500톤으로 최대 150톤(재사용 기준)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나사가 달 유인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를 위해 개발한 에스엘에스(SLS)의 거의 두배다. 재사용하지 않을 경우엔 최대 250톤까지도 탑재할 수 있다.

스타십은 엔진 수는 1단 슈퍼헤비에 33개, 2단 스타십에 6개를 합쳐 모두 39개다. 이는 현재 이 회사의 주력 로켓인 팰컨9의 4배에 이른다. 연료를 모두 주입한 스타십의 총 중량은 4900톤(건조중량 300톤)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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