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D램, 내년 글로벌 점유율 10% 넘는다···삼성·SK 위협 [biz-플러스]

서일범 기자 2024. 10. 1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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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중심 물량공세···글로벌 시장 급속 잠식
정부지원 업고 CXMT 생산급증
"레거시칩 내주면 선단칩도 위험"
AI로 만든 레드메모리 이미지. 리크래프트
[서울경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산 ‘레드 메모리’ 공습경보가 울리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 격차가 거의 없는 범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물량 공세에 나서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는 하방 시장을 중국에 내줄 경우 선단 칩 개발 경쟁력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시장조사 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시장에서 중국 메모리 업체의 점유율은 올 3분기 6.0% 수준에 그쳤으나 1년 뒤인 내년 3분기에는 10.1%를 기록해 1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레드 메모리의 약진은 중국 1위 메모리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이끌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CXMT의 D램 생산량이 올해 전 세계 생산량의 10%를 넘길 것으로 분석했다. 트렌드포스의 전망치보다 점유율 확대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본 것이다.

CXMT의 주력 제품은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저전력 D램인 LPDDR4X 등 레거시(구형) 메모리들이다. DDR5나 LPDDR5X를 생산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3세대 이상 기술력이 뒤처져 있다.

문제는 이들이 초거대 내수 시장과 자국 칩을 쓰면 정부 보조금을 주는 지원 정책 등을 업고 메모리 시장의 법칙을 깨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레거시 칩은 이익률이 낮기 때문에 한번 선단 칩 경쟁에서 밀리면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전자가 D램 시장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며 30년 넘게 1위를 유지한 비결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존 메모리 법칙이 깨지면서 공급이 늘어나자 레거시 칩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기술 수준도 점차 향상되고 있다. CXMT는 최근 2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해 고객사들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한국과 기술 격차가 있지만 중국 내부의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제품이다. 김용석 가천대 교수는 “상대적으로 추격이 쉬운 낸드플래시 분야는 이미 기술 수준을 따라잡았다고 본다”며 “HBM 등의 근원 경쟁력인 D램 시장은 기술 격차를 지켜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中 CXMT, 16나노까지 맹추격···웨이퍼 생산 '삼성 절반수준'으로 늘린다

삼성전자가 8일 잠정실적 발표에서 별도의 설명 자료를 내고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에 실적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 메모리 회사들의 약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중국의 성장이 예사롭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로 대표되는 중국 메모리 회사들은 세계 메모리 1위 삼성전자를 꺾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 영입을 진행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물론 기술까지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①16나노까지 쫓아온 중국···삼성·SK 맹추격=11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트렌드포스의 8월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CXMT의 주력 생산 D램은 17㎚(나노미터·10억 분의 1m) 메모리로 전체 생산 제품의 53%를 차지한다. 지난해 주력 제품은 생산량의 87%를 차지했던 19나노 D램이었다. 1년 만에 재빠른 공정 전환으로 기술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더 놀라운 점은 내년에도 가파른 기술 변화가 예고돼 있다는 것이다. 올 3분기부터 또 한번 기술을 개선해서 만든 ‘16나노 D램’을 초도 양산한 CXMT는 내년 이 제품의 생산 비율을 33%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반도체를 표기할 때 쓰는 나노는 D램 안에 들어 있는 트랜지스터의 선폭을 뜻한다. 선폭을 줄일수록 더 많은 양의 기억 소자를 한 개 칩 안에 탑재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안에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직전 세대인 5세대 D램은 12나노대, 1c D램의 선폭은 11나노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중국 회사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는 3세대 정도의 격차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절대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구형 D램도 PC와 모바일 시장에서 충분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제품부터 서서히 한국의 점유율을 빼앗아간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모습과 유사하다. 중국 업체들은 이 수요를 노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황 악화에 중국 업체의 레거시 공략까지 더해져 삼성전자의 D램 재고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안다”며 “SK하이닉스가 최고급 D램으로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아래에서는 중국 업체가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②CXMT, 1년 새 웨이퍼 투입량 40% 늘어=삼성전자는 D램 업계에서 독보적인 생산능력(캐파)을 확보하고 있다. 12인치 기준으로 월 68만 장의 웨이퍼를 투입할 수 있다. 세계 D램 웨이퍼 투입량의 37% 수준이다.

CXMT는 삼성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2022년 월 5만 장에 불과했던 생산능력이 올해 중국 베이징의 두 번째 공장이 가동되면서 4분기에 월 21만 장으로 급격히 늘어날 예정이다. 내년에는 약 40% 증가한 30만 장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D램 3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생산능력인 월 33만 5000장과 맞먹는 수준까지 치솟는 셈이다.

중국의 생산능력 약진은 낸드 업계에서도 나타난다. 중국 우한에 본사를 둔 낸드 회사 양쯔메모리(YMTC)는 지난해 232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했고 내년에 월 13만 5000장의 웨이퍼를 투입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낸드 시장 1위인 삼성전자에는 한참 모자라지만 D램에 비해 경쟁이 치열한 낸드 업계에서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한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화웨이의 EUV 특허. 사진제공=화웨이

③EUV 도입은 한계···극복할 수 있을까=중국 회사들의 치명적인 단점은 반도체 장비다. 반도체 제조 장비의 주도권을 쥔 미국이 중국 반도체를 압박하기 위해 고강도의 수출규제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 미 상무부는 △14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제조에 도입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이미 2019년부터 규제 대상에 올랐다.

그럼에도 중국은 빠른 소재·부품·장비 내재화를 통해 현지 메모리 공장에 자국 장비를 채워 넣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중국에서 증착 장비를 주력으로 만드는 나우라는 2023년 사상 처음으로 세계 장비 시장에서 매출 순위 ‘톱10’에 들었다. 중국 칩 메이커들이 나우라의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미 제재의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EUV 분야에서도 중국의 최대 정보기술(IT) 회사인 화웨이가 직접 개발에 뛰어드는 등 고급 기술 내재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도체 장비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중국 회사들이 미국의 반도체 장비를 입도선매해서 필수 부품을 유지·보수하는 상황도 전개됐지만 최근에는 라인의 상당 부분이 중국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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