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먼저 원했다” 월드컵 예선 홈 경기도 거부하는 북한이 메이저 탁구 대회를 유치한 이유는?
북한이 굳게 닫혔던 문을 연다. 지난해 국제 스포츠 무대로 돌아온 북한은 2026년부터는 아예 안방에서 국제 대회를 열기로 하면서 눈길을 끈다.
14일 대한탁구협회에 따르면 아시아탁구연합(ATTU)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개최된 ATTU 총회에서 북한을 2026년 아시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와 2028년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개최국으로 결의했다.
아시아 탁구 정상을 가린다는 점에서 올림픽과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다음으로 위상이 높다.
북한은 1976년 평양에서 아시아선수권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고, 3년 뒤에는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열었다. 올해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북한도 이미 개최했던 대회’라는 표현이 나왔던 배경이다.
이번 ATTU 총회에서 수석 부회장으로 재신임을 받은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실무 부회장은 북한이 적극적이라 대회 개최가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북한이 먼저 ATTU에 미팅을 요청해 개최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마침 북한이 개최를 원하는 시기에 유치 라이벌이 없어 모두가 박수를 치는 것으로 만장일치 의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걸어잠궜던 북한이 안방에서 국제 대회를 연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은 지난 3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일본과 안방 4차전을 포기했다. 이 문제로 몰수패를 당했던 북한은 지금까지도 홈경기를 중립 지역에서 치르고 있다. 매년 4월 평양에서 아마추어 마라톤 선수를 대상으로 열었던 평양국제마라톤대회도 2019년을 마지막으로 중단한 상태다.
북한이 유독 탁구에선 다르게 접근하는 것은 역시 최근 상승세 덕분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파리 올림픽에서 리정식과 김금영이 혼합복식에서 세계적인 강자들을 무너뜨리는 파란 속에 은메달을 땄다. 이후에도 북한은 여러 대회에서 호성적을 내고 있어 자국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데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스포츠를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국제 무대에서 신뢰를 잃은 북한이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탁구의 적극적인 지지도 큰 도움이 됐다. 남북한이 무인기 침투 여부로 날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 부회장은 “카릴 알 모한나디 회장이 총회를 앞두고 따로 불러 ‘쇼킹한 뉴스가 있다. 북한이 2026년 주니어 대회와 2028년 시니어 대회를 개최하겠다는데 혹시 반대 의사가 있느냐’고 확인했다. 우리는 반대할 이유가 없어 ‘스포츠는 스포츠, 정치는 정치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고 답했는데 이렇게 대회가 열리게 됐다”고 웃었다.
탁구계는 북한이 탁구를 발판으로 다시 문호를 개방한 것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총회에 옵저버 자격으로 방문한 페트라 쇠링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도 주정철 북한탁구협회 서기장을 만나 “필요한 것은 모두 도와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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