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저무는 석탄의 시대, 석탄의 끈 못 놓은 한국
박상욱 기자 2024. 10. 14. 08:01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57)
석탄제국발 탈석탄…한국이 나아갈 길은? (2/4)
석탄제국발 탈석탄…한국이 나아갈 길은? (2/4)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석탄 이용에 불을 지핀 영국이 142년만에 석탄화력발전을 졸업하면서 본격적인 탈석탄의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영국을 시작으로 주요 선진국들의 잇따른 탈석탄이 임박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선택의 기로'를 넘어 '실천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서구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탈석탄을 늦추기엔 우리의 상황이나 입지가 적절치 못 합니다.
1850년, 산업화 이래 국가별 누적 배출량 측면에서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글로벌 Top 20 안에 드는 다배출 국가로 기존 전통 선진국의 책임을 탓하기보단 스스로의 감축에 집중해야 하는 입장이고, 국가의 정책 차원에서도 이미 1960년대부터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석유를 보조 에너지원으로 삼는 주탄종유(主炭從油) 정책에서 주유종탄(主油從炭) 정책으로의 전환에 나섰고, 1970년대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의 가동과 함께 태양과 조력 등 대체에너지원에 대한 연구개발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1850년, 산업화 이래 국가별 누적 배출량 측면에서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글로벌 Top 20 안에 드는 다배출 국가로 기존 전통 선진국의 책임을 탓하기보단 스스로의 감축에 집중해야 하는 입장이고, 국가의 정책 차원에서도 이미 1960년대부터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석유를 보조 에너지원으로 삼는 주탄종유(主炭從油) 정책에서 주유종탄(主油從炭) 정책으로의 전환에 나섰고, 1970년대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의 가동과 함께 태양과 조력 등 대체에너지원에 대한 연구개발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의 주력 에너지원은 석탄이었습니다. 1896년 본격적인 석탄 산업이 태동하고, 1954년 한미 탄광개발협정 체결로 북한에 몰려있던 탄광은 이때부터 신기술과 함께 대한민국에서도 활발히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1956년, 정부는 석탄개발 및 연료 종합 5개년 계획을 수립했죠. 1960년 발표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도 석탄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1962년 시행된 광업개발조성법과 석탄개발임시조치법은 석탄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보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정부의 주탄종유 정책은 1966년 연탄파동으로 정부 정책의 변화를 야기했고, 주유종탄 정책으로의 전환과 함께 국내 탄광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주유종탄은 더 나은 효율로의 에너지전환 정책이기도 합니다. 당시 환경적 요소까지 깊이 고려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고효율 연료로의 전환은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의 감소를 부르는 에너지전환이기도 했죠. 그런데, 이러한 정책의 흐름과 그 흐름을 담은 사료(史料)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석탄 소비량은 늘어만 갔습니다. 아무리 주유종탄으로의 전환 직후 오일쇼크로 다시 주탄종유 기조로 회귀를 했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국내에서 석탄 생산을 하지 않음에도 우리의 석탄 소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죠. 우리의 선택이, 행동이 얼마나 문제였는지는 한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의 1965년 이래 석탄 소비량 통계를 통해 확연히 드러납니다.
주유종탄은 더 나은 효율로의 에너지전환 정책이기도 합니다. 당시 환경적 요소까지 깊이 고려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고효율 연료로의 전환은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의 감소를 부르는 에너지전환이기도 했죠. 그런데, 이러한 정책의 흐름과 그 흐름을 담은 사료(史料)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석탄 소비량은 늘어만 갔습니다. 아무리 주유종탄으로의 전환 직후 오일쇼크로 다시 주탄종유 기조로 회귀를 했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국내에서 석탄 생산을 하지 않음에도 우리의 석탄 소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죠. 우리의 선택이, 행동이 얼마나 문제였는지는 한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의 1965년 이래 석탄 소비량 통계를 통해 확연히 드러납니다.
1965년, 우리나라의 석탄 소비량은 57.6TWh로 우리나라의 광부가 파견됐던 독일(1,860.5TWh), 근대 석탄 이용의 종주국 격인 영국(1,365.3TWh), 그리고 프랑스(518.7TWh)와 비교조차 어려울 만큼 적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석탄 소비량은 그로부터 11년 후인 1986년, 271.3TWh로 4.7배가 되며 프랑스(240.2TWh)를 넘어서게 됐고, 1999년엔 443.8TWh로 영국(398.9TWh)을, 2010년엔 897.2TWh로 독일(896.2TWh)을 넘어서게 됐습니다. 이 기간, 계속해서 석탄 소비량을 줄여왔던 독일, 영국, 프랑스와 달리 한국의 석탄 소비량은 계속 늘어났고, 2018년엔 무려 1,007.7TWh라는 정점을 기록했습니다. 53년만에 17.5배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2023년, 이 4개국의 소비량은 한국 748.3TWh, 독일 507.2TWh, 영국 51TWh, 프랑스 49.4TWh를 기록했습니다. 60년 가까운 세월 사이, 독일은 72.7% 줄였고, 프랑스는 90.5%, 영국은 96.3%나 줄인 것입니다. 반면, 한국은 13배, 1,200%가 증가했고요.
그 사이, 한국 정부를 이끈 지도자들이 아무런 정책도 없이 지내왔던 것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녹색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국가 제1 정책으로 내세우기도 했고, 그린뉴딜 정책과 탄소중립 선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라고 세계의 흐름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는 뜻이죠. 하지만 우리의 정책은, 선언은 정작 가장 기본적인 실천 항목인 '석탄 졸업'을 이뤄내지 못 했습니다.
그 사이, 한국 정부를 이끈 지도자들이 아무런 정책도 없이 지내왔던 것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녹색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국가 제1 정책으로 내세우기도 했고, 그린뉴딜 정책과 탄소중립 선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라고 세계의 흐름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는 뜻이죠. 하지만 우리의 정책은, 선언은 정작 가장 기본적인 실천 항목인 '석탄 졸업'을 이뤄내지 못 했습니다.
지난 주 연재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량은 21세기 내내 늘어만 갔습니다. 2000년 290.45TWh에서 2023년 617.92TWh로, 배 이상이 됐고, 그런 와중에 석탄화력발전량은 2000년 114.88TWh에서 2023년 205.08TWh로, 가스화력발전량은 29.66TWh에서 168.82TWh로 크게 늘었습니다. 다른 발전원의 변화폭을 한참 뛰어넘는 숫자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동참한 나라라고는, 지금까지 수백년간 이어진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에서 상위권에 있는 나라라고는, 그래서 온실가스 감축에 그 어떤 나라보다도 책임이 큰 나라 중 하나라고는 믿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최소한 20여년의 시간, 전력 수요의 증가를 억제하든, 그게 불가능했다면 무탄소 발전원의 비중을 크게 높이든, 행동과 그 결과를 보여줬어야만 했던 시기에 우리는 이런 숫자들을 기록해온 것입니다.
당장 발전부문의 탈석탄을 완성한 영국과 탈석탄을 목전에 둔 프랑스와는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영국의 발전량은 2000년 377.06TWh에서 2023년 285.92TWh로 프랑스의 발전량은 2000년 532.56TWh에서 2023년 514.1TWh로 줄었습니다. 그렇게 전력 생산 자체를 줄여오면서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은 영국(2000년 2.6% → 2023년 47.3%), 프랑스(2000년 12.7% → 2023년 26.3%) 모두 늘려왔고요. 영국은 전력부문의 탈탄소를 재생에너지 확대로 달성해가는 중이고, 이미 원자력발전을 중심으로 전력의 탈탄소를 상당 수준 이뤄냈던 프랑스 또한 그 누구보다 앞서 재생에너지 확산에 박차를 가해온 것입니다.
당장 발전부문의 탈석탄을 완성한 영국과 탈석탄을 목전에 둔 프랑스와는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영국의 발전량은 2000년 377.06TWh에서 2023년 285.92TWh로 프랑스의 발전량은 2000년 532.56TWh에서 2023년 514.1TWh로 줄었습니다. 그렇게 전력 생산 자체를 줄여오면서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은 영국(2000년 2.6% → 2023년 47.3%), 프랑스(2000년 12.7% → 2023년 26.3%) 모두 늘려왔고요. 영국은 전력부문의 탈탄소를 재생에너지 확대로 달성해가는 중이고, 이미 원자력발전을 중심으로 전력의 탈탄소를 상당 수준 이뤄냈던 프랑스 또한 그 누구보다 앞서 재생에너지 확산에 박차를 가해온 것입니다.
유럽 주요 선진국 가운데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이 매우 높았던 독일도 전체 발전량의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고, 마침내 감소세로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2023년의 총 발전량은 506.33TWh로 2000년의 568.95TWh 대비 11% 줄여내는 데에 성공했죠. 그 사이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6.2%에서 52.2%로 크게 늘렸고,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은 52.1%에서 26.7%로 줄었습니다. 전체 화석연료의 비중 또한 64%에서 46.1%로 줄어들었고요.
많은 이들이 온실가스 감축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것처럼 여기는 미국도 2000년 3,802.1TWh에서 2023년 4,249.05TWh로 전체 발전량의 증가폭을 최소화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은 51.7%에서 15.9%로 줄어든 사이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9.2%에서 22.7%로 증가했습니다. G7 국가들의 총합을 보더라도, 전체 발전량은 7,254.1TWh에서 7,464.43TWh로 20여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석탄의 비중은 38.5%에서 15.9%로 줄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13.5%에서 30.2%로 늘었습니다.
한국이 이처럼 기형적인 흐름을 이어온 것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주탄종유의 정책 기조가 주유종탄 기조로 바뀐지 몇 년 채 지나지 않아 예기치 않은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다시 주탄종유로의 회기를 한 당시 정부의 책임일까요? 1998년, 지금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처럼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에너지전환 전략을 수립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범정부 대책기구'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당시 정부의 책임일까요? 2008년 녹색성장을 선포하고, 이듬해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키고도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의존을 지속해온 당시 정부의 책임일까요? 이후 '녹색성장'의 흔적들을 지우고, 그 자리를 '창조경제'로 채운 당시 정부의 책임일까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키고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 계획을 그대로 방기한 당시 정부의 책임일까요? 에너지전환을 이데올로기적 어젠다로 바라본 정부의 책임일까요?
사실 이 책임에 있어 우리 모두는 자유롭지 않습니다. 위에 언급한 각 정권의 무관심 또는 실책에 대해 지속적이고도 심도 깊은 감시와 지적을 하지 않은 언론도, 국내 탄광의 폐지 이후 화석연료의 거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여전히 '저렴한 전기'를 당연히 여기고, 전기요금을 '전기세'처럼 여긴 시민사회도, 그런 표심을 의식해 원가조차 반영 안 된 기형적인 전기의 가격을 손보려 하지 않은 국회도, 전력 시스템의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저 석탄 중심의 사업 모델을 유지해온 공기업도…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문제는, 누가 더 큰 책임이 있는지 공방을 벌일 시간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탈석탄도, 에너지전환도, 당장의 행동을 넘어 성과를 보이지 못 한다면, 이제는 '미래에 어쩌려고 그러냐'는 쓴소리가 아니라 무역 과정에서의 비용으로, 국내 주요 양질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들의 사업장 해외 이전으로, 해마다 반복되는 재해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각종 사회경제적 피해로 우리는 그 값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온실가스 감축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것처럼 여기는 미국도 2000년 3,802.1TWh에서 2023년 4,249.05TWh로 전체 발전량의 증가폭을 최소화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은 51.7%에서 15.9%로 줄어든 사이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9.2%에서 22.7%로 증가했습니다. G7 국가들의 총합을 보더라도, 전체 발전량은 7,254.1TWh에서 7,464.43TWh로 20여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석탄의 비중은 38.5%에서 15.9%로 줄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13.5%에서 30.2%로 늘었습니다.
한국이 이처럼 기형적인 흐름을 이어온 것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주탄종유의 정책 기조가 주유종탄 기조로 바뀐지 몇 년 채 지나지 않아 예기치 않은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다시 주탄종유로의 회기를 한 당시 정부의 책임일까요? 1998년, 지금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처럼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에너지전환 전략을 수립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범정부 대책기구'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당시 정부의 책임일까요? 2008년 녹색성장을 선포하고, 이듬해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키고도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의존을 지속해온 당시 정부의 책임일까요? 이후 '녹색성장'의 흔적들을 지우고, 그 자리를 '창조경제'로 채운 당시 정부의 책임일까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키고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 계획을 그대로 방기한 당시 정부의 책임일까요? 에너지전환을 이데올로기적 어젠다로 바라본 정부의 책임일까요?
사실 이 책임에 있어 우리 모두는 자유롭지 않습니다. 위에 언급한 각 정권의 무관심 또는 실책에 대해 지속적이고도 심도 깊은 감시와 지적을 하지 않은 언론도, 국내 탄광의 폐지 이후 화석연료의 거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여전히 '저렴한 전기'를 당연히 여기고, 전기요금을 '전기세'처럼 여긴 시민사회도, 그런 표심을 의식해 원가조차 반영 안 된 기형적인 전기의 가격을 손보려 하지 않은 국회도, 전력 시스템의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저 석탄 중심의 사업 모델을 유지해온 공기업도…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문제는, 누가 더 큰 책임이 있는지 공방을 벌일 시간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탈석탄도, 에너지전환도, 당장의 행동을 넘어 성과를 보이지 못 한다면, 이제는 '미래에 어쩌려고 그러냐'는 쓴소리가 아니라 무역 과정에서의 비용으로, 국내 주요 양질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들의 사업장 해외 이전으로, 해마다 반복되는 재해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각종 사회경제적 피해로 우리는 그 값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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