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 칼럼] '삼성전자 반성문'의 뒷장

'너희도 제발 반성하고 변해라.'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을 '부진과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전영현 반도체 사업 수장의 이름으로 반성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짧게 정리된 반성문의 핵심은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 마인드가 아니라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는 것이다.

반성문을 쓰기로 결심한 배경은 분기 영업이익.

삼성전자가 3분기에 이뤄낸 경영실적은 매출 79조원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만 보면 역대 최대치다. 다만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돌았다는 것이 반성의 이유다.

전체 상황을 다시 살펴보자.

전영현 부회장의 반성문에는 3분기 경영 부진과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는 시각이 '삼성전자 자체'로 향해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외부 환경이나 변수는 드러나지 않는다. 정 부회장의 반성문은 자신의 오류나 과오,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진단했다는 점에서 흠결 하나없이 깔끔하다. 지나칠 정도로 삼성전자 스스로에게서만 경영부진의 이유를 찾아내려고 한다.

그런데도 반성문에 담겨있지 않은 요소들로 시선이 간다.

국내외 경영환경이나 한계에 대한 이해 또는 설명은 왜 철저히 제거했을까. 반성의 자세를 흐뜨리는 것이라고 판단해서 뺐나.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알것이라고 믿어서 생략했나. 반성문에서 처럼 스스로의 결함, 과오, 실수만 바로잡으면 삼성전자의 경영 부진이 해소될까.

삼성전자의 현실은 간단치 않다.

연구개발 부문만 보자. TSMC 같은 막강한 경쟁자들은 R&D 인력과 예산을 공격적으로 투입하면서 기술력 격차를 넓혀가고자 무한질주를 펼치는 상황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현실은 '주 52시간' 허들에 묶여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경쟁하고 있다. 법의 문제이고, 노동문화의 문제여서 삼성전자만의 노력으로는 개선 불가다.

인재 확보는 더 갑갑하다.

전국의 수재들이 매년 의대만을 바라보는 현실에서 기술경쟁을 책임질 고급 인력 조달 역시 현실적으로 개선 불가다.

지금부터는 상상의 영역.

"삼성전자가 펼쳐야 할 노력은 삼성전자가 책임지고 반성하겠다. 도전정신을 다시 일깨우고, 개선시키겠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노력만으로는 할 수 없는 영역의 것들이 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밖의 세상이)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감지한 위기상황이 인지된다면 지금 상황을 반성하고, 개선하는 것을 더 이상 늦추지 말아달라."

반성문의 뒷장이 있다면 바로 이 내용이지 싶다. 마침 분기 실적도 신통치 않으니 반성문 형식으로 '너희도 제발 변해라' 읍소한 것은 아닐까.

김형기 머니S 대표

김형기 기자 kk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