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지는가! 42년씩이나 한 나라 국가대표팀을 지휘했다니…[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팔순의 노익장이 내뿜는 열정은 감탄을 자아낼 뿐이다. 한 경기를 지휘할 때마다, 기록의 향연이 펼쳐진다. 전 세계 축구계의 화두로 떠오를 만한 기록을 쌓아 가는 기세는 놀랍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1945년생, 우리 나이로 산수(傘壽: 여든 살)인 미르체아 루체스쿠 루마니아 축구 국가(A)대표팀 감독이 지구촌 축구 팬들에게 안기고 있는 신선한 충격이다.
지금 리그 페이즈가 벌어지고 있는 2024-2025 UEFA[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UNL)에선, 루체스쿠 감독의 발자취가 화제의 중심 가운데 하나다. 38년 만에 루마니아 A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아 모두를 놀라게 하더니 ‘연승 돌풍’과 ‘신기록 행진’으로 경악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3연승의 신바람을 질주하는 ‘루마니아 돌풍’의 핵은 루체스쿠 감독이라 할 만하다. 코소보(9월 6일·이하 현지 일자·3-0)를 시작으로, 리투아니아(9월 9일·3-1)와 키프로스(10월 12일·3-0)를 잇달아 회오리바람으로 휘덮었다. 9득점 1실점, 완벽한 공수 조율 지휘력이라 하겠다. 반환점을 돈 C2에서, 루마니아를 당당히 C2 선두로 이끌었다.
루체스쿠 감독이 거침없이 내닫는 발걸음은 각종 기록으로 점철돼 있다. 한 나라 A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세울 수 있는 기록 가운데 ‘기간’에 관해서라면, 루체스쿠 감독은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는 듯싶다.
먼저, 루체스쿠 감독은 ‘트리콜로리(Tricolorii·삼색: 루마니아 축구 A대표팀 별칭)를 이끌고 이번 UNL 각축장에 뛰어들면서 한 나라 A대표팀 사령탑 복귀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소보전을 지휘하며 이 부문 으뜸 기록을 세웠다. 38년 17일 만에 조국의 A대표팀을 지휘해 낙승을 거두며 감회에 젖을 수 있었다(OSEN 9월 12일 최규섭의 청축탁축 참조).
루체스쿠 감독은 일찍이 1981년부터 1986년까지 루마니아를 이끌었다.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장년 시절에 사령탑을 지휘했다. 1986년 8월 20일, 노르웨이전(2-2 무)이 첫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치른 마지막 한판이었다.
같은 나라 A대표팀 사령탑에 두 번 앉으며 복귀하는 데 걸린 시간에서, 루체스쿠 감독의 기록은 단연 압권이다. 루체스쿠 감독이 돌아오기까지 이 부문에서 선두였던, 올해 초 타계한 마리우 자갈루 전 브라질 감독의 기록(20년 170일)보다 거의 배에 이른다.
그리고 36일 뒤, 루체스쿠 감독은 또 하나의 값진 기록을 세웠다. A대표팀 최장기간 지휘가 아로새겨진 금자탑을 쌓았다. 42년 336일! 강산이 네 번씩이나 바뀐 기나긴 세월을 훌쩍 건너뛴, 믿기 힘든 신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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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노익장 루체스쿠, 루마니아 A대표팀 이끌고 신기록 & 연승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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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열전의 한쪽을 장식할 만한 대기록은 키프로스전에서 탄생했다. 루마니아 A대표팀은 키프로스를 3-0으로 완파하며 종전 기록을 4일 능가한 루체스쿠 감독의 신기록 수립을 즐거워하는 축포를 터뜨렸다. 루체스쿠 감독은 1981년 11월 11일 루마니아 A대표팀 지휘봉을 처음 잡고 스위스전을 치러 0-0으로 비긴 바 있다(표 참조).
이번 기록을 집계해 13일 발표한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는 “중간 공백 기간은 고려하지 않았다. 단지 같은 나라 A대표팀 사령탑에 앉아 지휘한 점만을 산정 기준으로 삼았다”라고 밝혔다.
전 기록은 파라과이 A대표팀을 이끌었던 마누엘 플레이타스 솔리치가 보유하고 있었다. 42년 332일로, 1922년 9월 24일 브라질전이 데뷔 무대(1-1 무)였고, 1965년 8월 22일 볼리비아전(1-2 패)이 마지막 한판이었다.
이 부문에서, 한국 축구 팬에게도 친숙한 자갈루 감독은 5위에 자리했다. 선수로서 2회(1958 스웨덴·1962 칠레)와 감독으로서 1회(1970 멕시코)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을 품에 안았던 영광의 주인공답게 세계 최고봉 브라질 A대표팀을 지휘한 기간은 35년 62일이었다. 1967년 9월 19일 칠레를 맞아 첫 경기(1-0 승)을 치렀다. 묘하게도, 마지막 한판 상대는 대한민국이었다. 2002년 11월 20일 친선 A매치에서, 한국과 만났다(3-2 승).
루체스쿠 감독이 새로 연 지평엔, 당분간 그 누구도 발을 들여놓지 못할 성싶다. 2위부터 7위까지 자리한 감독들은 이미 모두 사령탑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아직도 사령탑에서 A대표팀을 지휘하는 인물로서 루체스쿠 감독의 뒤를 이은 파우지 벤자르티 감독은 아직은 간극이 상당히 벌어져 있어, 추격하려고 해도 긴 시일이 필요하다. 벤자르티 감독은 30년 195일에 걸쳐 튀니지 A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루체스쿠 감독이 앞으로 내디딜 한 걸음 한 걸음은 그대로 신기록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루체스쿠 감독이 기록을 어느 정도까지 이어 갈지 눈길을 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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