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부잡]재개발 되는 '내 집 앞 도로'는 누구 것?

김미리내 2024. 10. 1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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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기반시설 지자체가 조합에 '무상양도' 뒤
재개발로 새 공공시설 지어 지자체에 ‘기부채납’

재개발, 재건축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궁금해하신 적 있으실 텐데요. 사유재산인 주택·상가 등의 부동산이야 조합원들 소유지만 집 앞 도로나 구청에서 설치한 화단, 상하수도 시설, 공공시설 같은 '재개발 지역 내 국·공유지 및 시설은 어떻게 되느냐'하는 것입니다. 

구역 내 국·공유지는 조합원들의 관심이 큰 '기부채납'과 연결되는 부분이어서 매우 중요한데요. 정작 조합원이나 조합 임원들도 해당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함께 들여다볼까요?

한남뉴타운 재개발지역/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기존 낡은 기반시설 새로 지어 '기부채납'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한남4구역 조합은 최근 '국·공유지 무상양도, 무상귀속 업무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습니다.  

재개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조합이 공사 권한을 갖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이는 조합이 그리는 구체적인 사업계획(토지이용계획, 주택규모, 배치, 조감도 등)을 세우고 담당 지자체로부터 승인을 받는 절차입니다. 

이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지역 내 국·공유지 소유자와 시설, 면적 등을 파악하고 매각, 양도 등에 대해 관리청과 협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번 입찰 공고는 이러한 업무를 위한 전문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단순히 담당 구청이랑 협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땅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협의해야 할 기관이 늘어나죠. 그만큼 과정이 복잡합니다. 특히 한남4구역은 용산구청, 서울시, 국방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이 보유한 국·공유지가 전체 재개발 면적의 5분의 1에 달한답니다. 

법적으로 따져야 할 게 많고 용어도 어려워서 업무 추진 사안을 결정하는 조합 임원들조차 '무상양도', '무상귀속'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일을 처리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고 해요. 이 때문에 국·유지를 제대로 측정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법적 검토를 해줄 변호사를 비롯해 전문업체를 고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죠.

우선 재개발 사업 전 이뤄지는 '무상양도'의 주체는 국가나 지자체, 대상(양수)은 조합입니다. 재개발 사업에 포함되는 기존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은 대부분 국가나 지자체 재산이겠죠? 하지만 재개발 과정에서 철거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 지자체가 사업시행자인 조합에 무상으로 양도하게 됩니다.

하지만 재개발 뒤엔 그에 맞게 도로나 기반시설을 새로 설치해야 하죠. 거기에 드는 공사비는 조합이 대는 것이고요. 사업 후엔 국가에 무상으로 귀속됩니다. 공공이 가진 자산을 조합으로 손바꿈한 뒤 공사를 마치고 다시 공공에 돌려주는 거죠. 이걸 '기부채납'이라고 합니다.

재개발 사업으로 새 아파트뿐 아니라 아파트로 들어가는 새 도로, 공원, 상하수도, 공용주차장, 공동구(전기·가스·수도 등 공급설비, 통신시설, 하수도시설 등 지하매설물을 공동으로 수용하는 시설) 등 정비기반시설이 새롭게 설치되죠. 

이외에도 우체국, 주민지원센터 등 주민 편의 시설을 함께 지을 때도 있는데요. 이 같은 정비기반시설과 신설하는 공공시설은 준공인가를 기점으로 소유권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가게 됩니다. 조합이 공사비를 대 새로 지은 거라도 말이죠.

공공시설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조합이 소유권을 가지고 이후 계속 관리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법체계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걸 '무상귀속'이라 하죠.

즉 국가나 지자체가 먼저 기존 기반시설을 조합에 무상양도해 주고 조합이 재개발로 새로 지은 기반시설을 국가에 공짜로 귀속시키는 거죠. 무상양도부터 생각하면 일종의 '교환' 개념이라고 볼 수 있어요.

국·공유지 정비기반시설 등의 무상귀속·양도 구조/그래픽=비즈워치

협의 따라 '기부채납' 규모 갈릴 수도 

생활편의를 높이기 위해서는 재개발 사업 뒤에도 기본적인 기반시설은 갖춰야 합니다. 그래서 기존 기반시설이 없는 곳보다는 많은 곳이 조합의 수익 측면에서는 좋을 수 있어요. '교환'할 게 많기 때문입니다. 또 무상양도, 무상귀속 외에 조합이 돈을 주고 사 와야 하는 경우(유상매입)도 있죠.

일례로 한남3구역의 경우 국공유지 유상매입 시기(사업시행인가 3년 이내)를 놓치면서 다시 감정평가를 받았는데요. 3년 동안 땅값이 올라 다시 조합 부담금 수백억원이 늘어났어요. 과거에는 주택 공급이 중요했기 때문에 조합에서 아파트를 많이 짓겠다고 하면 관할 관청의 추가 요구가 많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고 해요.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국공유지가 많은 지자체는 유상매입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돈으로 받는 것보다 다양한 형태의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자체 입장에서도 어린이, 노인시설 등 필요한 공공시설을 짓는 것이 좋기 때문에 조합에서 이를 대신해 주는 것이 돈으로 받는 것보다 더 낫다"고 말했어요. 

일부 행정기관은 과도한 기부채납을 요구하기도 해요. 이 때문에 협의 과정에서 조합과 지자체 간 의견 충돌이나 진통을 겪는 일도 적지 않답니다. 협의할 지자체가 많다면 더 쉽지 않을 수 있겠네요. 협의가 길어지면 사업 진행이 더뎌지죠. 정비사업에서 '시간은 곧 돈'이라 예민한 문제입니다.

유·무상 여부가 정해지면 사업시행인가 과정에서 협의가 이뤄질 수 있어요. 한남4구역의 경우 연내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가능할 수 있다곤 합니다. 하지만 인가가 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보여요.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변호사는 "법상 유·무상으로 취득할 수 있는 부분이 정해져 있지만 그 외에는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면서 "조합에서도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협의 과정에 따라 인가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어요.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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