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노벨상 배출한 구글, 분사 위기에 AI 사업도 제동걸린 이유
美 법무부 ‘구글 사업 일부 매각’ 고려...구글 “타격 심하고 극단적인 조치”
올해 노벨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하면서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성과를 입증한 구글이 미국 당국에 의한 강제 분사 위기에 놓여있다. 실제로 분사되면 구글의 AI 사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는 매체들의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발표한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 3명 가운데 ‘알파고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구글의 AI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연구원이 이름을 올렸다. 전날에는 구글 부사장을 지낸 제프리 힌턴(76)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로서 현재까지 구글의 전·현직자 3명이 올해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를 두고 NYT는 “전통적인 첨단 기술업계 범주를 훨씬 넘어선 영역에서도 AI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으며, 과학과 경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실리콘밸리의 영향력을 상기시켰다”고 썼다. 사실 컴퓨터 과학이 하나의 학문 분야로 부상하던 1960년대만 해도 명칭에 ‘과학’이 들어간 학문은 없었다. 일각에서는 컴퓨터를 현미경이나 시험관 같은 연구 도구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AI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컴퓨터과학이 천문학, 생물학, 화학, 의학, 물리학 등 과학 분야 전반에서 새로운 발견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오렌 에치오니 워싱턴대 컴퓨터과학 명예교수는 AI 과학자들의 연이은 노벨상 수상에 대해 올해는 노벨위원회가 인공지능을 주목한 해였다며 “인공지능이 과학계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키웠는지 인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NYT는 곧이어 “그러나 구글이 이뤄낸 ‘승리의 순간’은 몇 시간 전 미국 반독점 당국의 ‘구글 해체 검토’ 입장 발표로 상당 부분 퇴색됐다”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는 앞서 전날 구글의 온라인 검색 시장 독점에 따른 폐해를 완화하기 위해 사업 일부를 매각하도록 워싱턴DC 연방법원 재판부에 제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미국인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검색 독점 해소 방안을 제시하는 문서를 지난 8일 연방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미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구글의 검색 사업부를 안드로이드운영체제(OS), 크롬과 구글플레이 앱 스토어로부터 분할시켜 핵심 사업부를 해체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8월 구글은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다. 연방법원은 구글이 검색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애플 등에 수백억 달러를 제공하면서 부당하게 경쟁사들을 밀어냈다며 독점기업으로 판결했다. 구글은 현재 세계 온라인 검색 활동의 90%를 차지하는 검색 엔진에서는 독보적이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사용자들을 크롬과 안드로이드OS를 통해 광고 수익이 막대한 검색 엔진으로 유도하게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잠재적 경쟁업체들은 온라인 검색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고 제출한 문서에서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이후 규제를 검토해왔는데, 만약 이 규제가 법원으로부터 승인될 경우 거대 IT 기업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규제 사례가 된다. 구글은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가 소비자들과 기업, 개발자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극단적이고 싹쓸이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실제 조치에 나서면 구글의 주요 수익 엔진이 약해지고 인공지능(AI) 분야 발전이 지연될 것으로 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또한 가뜩이나 구글의 주요 수익원인 검색 광고 시장 등에서 오픈AI 등 신생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며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이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마크 슈무리크는 “구글이 지금 가장 원치 않는 것은 규제 기관에 한 손이 묶인 채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신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구글의 해체가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구글 투자자들은 아예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정보기술(IT) 업계 협회인 ‘체임버 오브 프로그레스’의 설립자인 애덤 코바세비치는 “법무부가 마구잡이식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시작도 할 수 없는 일들이다”라고 말했다.
AJ벨의 투자 이사인 러스 몰드 “구글 독점 관련 위험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며 “투자자들은 강제 해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의 위험에 대해 가격을 매기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FT는 사설에서 구글 해체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비판하고, 규모를 겨냥하는 대신 진입장벽을 높게 유지하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능력을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CNBC의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구글의 사업이 소비자, 기업, 미국 전체에 이롭다”며 “구글 조사는 잘못된 방향이고 무의미하며 반미적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텅 빈 채 그저 달리네… 당신이 겪는 그 증상의 이름은 ‘시들함’
- 中, 석화단지 또 증설 완료… 갈수록 심화하는 중국발 공급과잉
- [2024 연말정산]⑥ 10일 남은 2024년… 막판 절세 포인트는?
- [정책 인사이트] 스크린 파크 골프장·PC방·건강관리실로 변신하는 경로당
- [시승기] 비·눈길서도 돋보이는 ‘포르셰 911 카레라’
- 무너진 30년 동맹…퀄컴, ARM과 소송서 승소
- “탄핵 시위 참가자에 음식·커피 주려고 내 돈도 보탰는데 별점 테러” 자영업자들 하소연
- 中에 신규 수주 밀린 韓 조선… “효율·경쟁력은 더 높아져”
- 치솟는 프랜차이즈 커피값에… ‘한 잔에 500원’ 홈카페 경쟁
- 늦은 밤 소주잔 기울이며 직원 애로사항 듣는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 ‘사람’과 ‘소통’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