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점프업]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도 듣지 않는 환자…신형 항체로 해결”

이종현 기자 2024. 10. 14.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약물과 결합한 항체 ‘GENA-104′, 종양 억제 효과
“매년 항체 후보 1~2개 낼 것…전임상 단계 집중”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겸 GIST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전임상 단계로 1년에 1~2개씩 ADC용 항체를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지놈앤컴퍼니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머크(MSD)가 만든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작년 한 해만 글로벌 매출액 32조5000억원을 기록한 초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비소세포폐암, 위암, 두경부암 등 여러 암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지 않고 면역세포의 암세포 탐지능력을 높이는 치료제다. 인체가 스스로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도록 돕는다.

그런데 유독 키트루다가 잘 듣지 않는 환자가 있다.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겸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가 그 원인을 밝혀냈다. 범인은 컨택틴4(CNTN4)라는 단백질이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 게재됐다. 박 대표는 이를 근거로 CNTN4를 공략하는 항체 약물을 개발했다.

박 대표가 2015년 설립한 지놈앤컴퍼니는 원래 장내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이용한 치료제를 개발하다 몇 년 전부터 항체약물접합체(ADC)용 항체를 개발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항체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에만 결합하는 면역단백질이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이고 암세포에 보내 필요한 부위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을 말한다.

지놈앤컴퍼니는 ADC용 항체인 ‘GENA-111′을 개발해 올해 6월 스위스 제약사 디바이오팜에 기술수출했다. GENA-111은 5860억원의 기술 가치를 인정받았다.이번 논문에 나온 CNTN4를 공략하는 항체 ‘GENA-104′는 지놈앤컴퍼니가 GENA-111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항체다.

박 교수는 “두 번째 ADC용 항체를 만들기 위해 치료 단계별로 환자들의 유전체 데이터를 받아서 계속해서 발굴하고 있고 현재 5개 정도 후보를 추린 상태”라며 “GENA-104는 메이저 병원에서 키트루다 치료를 받은 사람 중에 치료 효과가 크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CNTN4는 기존 면역항암제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들에게서 높게 발현됐다. 임상 데이터를 봐도 CNTN4 발현이 높을수록 환자들의 생존율이 낮았다. 지놈앤컴퍼니는 CNTN4가 면역관문단백질인 APP와 결합해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면역관문은 면역세포 공격을 받지 않도록 정상 세포라고 표시하는 단백질이다. CNTN4가 면역관문과 결합하면 암세포가 T세포 공격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자란다.

지놈앤컴퍼니는 GENA-104 항체가 성공적으로 CNTN4를 억제하는 것도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암에 걸린 실험동물에 GENA-104를 투여하자 CNTN4에 의해 억제된 T세포가 다시 증식하고, 면역단백질인 사이토카인 분비도 회복됐다. 박 대표는 “GENA-104를 투여하자 종양이 크게 감소했고, 종양 감소율이 CNTN4 발현 정도와 비례하는 것도 확인했다”며 “GENA-104가 CNTN4에 의한 T세포 억제 작용을 효과적으로 상쇄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겸 GIST 교수 연구진은 컨택틴4(CNTN4) 단백질이 기존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C의 경우 CNTN4 발현이 높을수록 생존율이 낮아진다는 걸 보여주고, D는 기존 면역항암제가 반응하지 않은 그룹(Non Responder)에서 CNTN4가 발현이 높다는 걸 보여준다./지놈앤컴퍼니

앞서 지놈앤컴퍼니는 GENA-104가 CNTN4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 회사의 자체 발표가 국제 학술지에 공개되면서 공신력을 얻었다. 박 대표는 “ADC용 항체 개발은 초기 단계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임상 1상 시험까지 가면 생산 기반이 필요하다 보니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든다”며 “우리는 전임상 단계로 1년에 1~2개씩 항체를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 기술 수출이었던 GENA-111의 경우 디바이오팜이 요구하는 게 생각보다 많았고 그걸 입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두 번째, 세 번째 패키지는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놈앤컴퍼니는 화장품과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몸에 좋은 세균) 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ADC용 항체 개발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소비재 부분이 캐시카우(수익 창출원))가 돼야 한다”며 “화장품과 프로바이오틱스 부문의 올해 매출액이 100억원 정도는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ADC 개발에도 계속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GIST가 지난 9월 문을 연 ‘AI 기반 중대분자 연구센터’에도 참여하고 있다. 중대분자 연구센터는 글로벌 선도연구센터(IRC)에 선정돼 앞으로 매년 50억원씩 최장 10년간 지원을 받는다.

박 대표는 “리가켐바이오가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링커를 맡고, 지놈앤컴퍼니가 항체, 단장인 안진희 교수가 페이로드(세포독성 약물)를 맡아서 신개념 ADC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