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붙잡고, 형은 80번 찔렀다…"피나요, 빨리요" 다급했던 그날[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8년 10월14일 아침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20대 아르바이트생, 가해자는 손님 김성수(당시 29세)였다. 흉기에 무참히 찔린 피해자는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당시 김성수는 동생을 따라 해당 PC방에 방문했다. 그러다 오전 7시33분쯤 김성수와 피해자 간의 다툼이 시작됐다. 자리를 치워달라 요구했지만, 아르바이트생이 제대로 정리해주지 않았고 게임비도 환불해주지 않아서 싸움이 시작됐다는 것이 김성수 측 주장이다.
김성수의 동생과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고, 얼마 뒤 경찰이 PC방에 도착했다. 다툼을 제지한 경찰은 8시쯤 김씨 형제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경찰과 함께 걷던 김성수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이때 집에서 등산용 칼을 챙겼고, PC방으로 향한 후 피해자에게 달려들어 폭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피해자를 무려 80차례 찔렀다고 한다.
김씨의 동생도 사건 현장에 함께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폭행 과정에서 김씨의 동생이 피해자를 붙들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경찰은 동생이 형 김씨를 말리려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씨의 동생이 없었더라면 건장한 체격의 피해자가 충분히 김성수를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들은 키 193㎝에 체중 88㎏이나 되는 건장한 체격에 검도 유단자였다"면서 "동생이 없었다면 아무리 칼을 들었다 하더라도 충분히 제압하거나 도망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싸움 났다. 피가 난다" "칼을 들고 사람을 찌르고 있다. 빨리 오시면 된다" "지금 계속 찌르고 있으니까 빨리 와야 한다"면서 다급한 상황을 경찰에 알렸다.
치료감호소 이송 전 언론을 통해 처음 얼굴을 드러낸 그는 동생은 공범이 아니라고 하며 "죄송하다"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한 달 뒤 검찰로 송치될 때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테이블을) 치워달라고 한 것이 잘못이 아닌데 (표정이) 안 좋아 시비가 붙었다"며 "피해자가 우리 아빠가 경찰인데 네가 나를 죽이지 않는 이상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 것이 머릿속에 남았다. 치워달라고 한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하는 억울함이 들었다"라고 했다.
동생에 대한 공범 의혹에 관해서는 입장을 바꿨다. 김씨는 "동생이 그렇게 한 것(피해자를 붙잡은 것)에 대해 전혀 몰랐고 경찰이 CCTV를 보여주고 나서 뒤늦게 알았다"면서 "동생이 무죄라고 확신했었는데 동생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동생도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유가족과 고인에게도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남부지검은 김성수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동생은 살인이 아닌 폭행에만 가담한 것으로 결론 내려 공동폭행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심신미약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성수 측이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은 대중의 공분을 샀고, 가해자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100만명이 넘는 참여자가 모였다.
이에 정치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8년 11월 말 국회 본회의에서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는데, 심신미약 감경과 관련된 형법 제10조2항의 문구가 '감경한다'에서 '감경할 수 있다'로 변경됐다.
2019년 6월4일 김성수는 살인 혐의로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받았다. 반면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된 김씨 동생은 범행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쌍방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도 김씨는 원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동생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도 옳다고 판시했다.
이듬해 김성수의 형량은 징역 30년으로 확정됐다.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던 그가 돌연 상고취하서를 제출하면서다.
뉴시스에 따르면 모델 지망생이었던 피해자는 사건 당일이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이었다고 한다.
당시 피해자 아버지가 "다음날부터 정규직으로 취직이 돼서 가기로 해서 기분이 엄청 좋은 상태였다"며 "굉장히 기뻐하면서 엄마, 아빠한테 앞으로 더 잘할 테니까 지켜봐 달라고 했는데 지금 그 말이 마지막 유언이 돼버려서 가슴이 아프다"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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