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 동안 1인극… 칸의 여왕, 한국 연극무대에 선다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2024. 10. 1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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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이자벨 위페르 인터뷰
내달 방한… 아시아 초연
다음 달 성남아트센터에서 연극 ‘메리 스튜어트’에 출연하는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 /성남아트센터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71)는 4년 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여배우’에 올랐다. NYT는 그의 연기에 대해 “두려움이 없고 넋을 빼놓으며, 가끔은 무섭고 가끔은 기이하다”고 격찬했다. 당시 최고의 남자 배우는 덴절 워싱턴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9일 위페르가 묵고 있는 스위스 호텔로 전화하면서 당시 기사를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럼요. 물론이죠. NYT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물론 농담입니다만(웃음).”

전화를 받자마자 위페르는 30분 남짓의 인터뷰에서도 즉석 희극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정색한 뒤 “배우로서 내가 이룬 모든 것은 폴 버호벤과 클로드 샤브롤, 미하엘 하네케 같은 동료 감독들 덕분이며 여기엔 물론 한국의 홍상수 감독도 포함된다”고 했다. 위페르는 홍 감독의 영화 세 편에 출연해서 한국 팬들에게도 무척 친숙하다. 그는 “두세 명의 현장 스태프가 전부일 만큼 홍 감독의 영화는 ‘미니멀(minimal)’하지만 각본·촬영·연출까지 도맡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천재적이라고 느낀 적이 많았다”고 했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영화인을 묻자 봉준호·박찬욱·이창동 감독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위페르는 이번에는 영화가 아니라 연극배우로 방한(訪韓)한다. 11월 1~2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연극 ‘메리 스튜어트’의 아시아 초연 무대다. 미국 거장 로버트 윌슨이 연출을 맡은 이 연극에서 위페르는 90여 분간 무대에서 홀로 1인극을 펼친다. 지난 2019년 파리에서 초연 이후 런던·빈·암스테르담 등 유럽 전역에서 98회 공연했다. 이번 한국 공연이 100번째 무대가 되는 셈이다. 윌슨과 위페르의 협업 소식에 국내에서도 예매 시작 5분 만에 매진을 이뤘다.

아무리 ‘칸의 여왕’이라고 해도 무대에서 홀로 연기하면 혹시 외롭진 않을까. “무슨 소리예요? 대사가 얼마나 많은데(웃음). 고도의 심리극이기 때문에 강인함과 나약함, 분노까지 다양한 감정에 따라 목소리의 톤도 끊임없이 조절해야 하고, 춤과 동작도 곁들여야 해요. 게다가 윌슨의 무대는 조명도 신경 써야 하고요.”

이번에 그가 맡는 역할은 스코틀랜드 여왕이자 프랑스 왕비였던 메리 스튜어트(1542~1587)다. 잉글랜드 여왕인 엘리자베스 1세(1533~1603)에게 정치적 숙적(宿敵)으로 내몰려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번 연극은 메리가 처형되기 직전에 남긴 마지막 편지를 바탕으로 1인극으로 재구성했다. 위페르는 “메리 스튜어트는 정치적 인물이 결코 아니었지만 영국 왕실의 위협이 되는 바람에 희생양이 되고 말았던 비극적 여성”이라고 했다.

위페르는 파리 국립 고등연극학교를 졸업한 뒤 1970년대부터 연극·영화 배우로 활동했다. 그는 “프랑스 영화 감독 로베르 브레송은 ‘영화는 진실의 예술이며 연극은 허구의 예술’이라고 했지만, 카메라 앞이든 연극 무대든 연기의 본질적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영화배우로 성공한 뒤 연극 무대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는 “윌슨 같은 거장과 함께 야심 찬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고 했다. ‘칸의 여왕’다운 당당한 답변이었다.

☞이자벨 위페르(71)

뉴욕타임스가 ‘21세기 최고 여배우’로 선정한 프랑스 여배우. 1972년 영화 데뷔 이후 지금까지 120편에 출연했다. 영화 ‘엘르’부터 ‘피아니스트’까지 한번 보면 잊기 힘든 강렬한 배역으로 칸(2차례)·베네치아(2차례)·베를린 영화제와 골든글로브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20여 차례 밟았고, 심사위원장까지 맡아 ‘칸의 여왕’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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