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코리안 갤러거’를 보고 싶다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소설 ‘마지막 왕국’ 저자 2024. 10. 1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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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에서 가장 큰 뉴스 중 하나는 오아시스의 재결합이었다. 대다수 밴드는 해체 후 잊히지만 소수의 밴드는 전설이 된다. 내 고향인 맨체스터의 가장 유명한 아들들인 갤러거 형제가 후자에 속함은 물론이다. 오아시스는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들은 영국식 음악을 만든 밴드라기보다는 단지 영국 출신일 뿐이니까. 노엘 갤러거 역시 ‘브릿팝(Britpop)’으로 분류되기를 거부했었다.

오아시스의 또 다른 매력은 그들이 많은 규칙을 어긴다는 점 아닐까. 정확히 말하자면 오아시스가 ‘한국인’의 기준에선 규칙을 어긴다고 볼 수 있겠다. 50대가 된 리암 갤러거는 ‘악동’ 행동이 잦아들긴 했지만 여전히 트위터(X)에서 다른 유명인이나 네티즌과 언쟁하는 일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형 노엘 역시 말할 때 필터가 전혀 없다.

한국에는 유명인과 대중 간에 암묵적 계약이 있는 듯하다. ‘우리는 당신에게 큰 특권을 주므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일은 하지 말고, 어떤 일에 대한 의견 표명 역시 하지 말 것이며 항상 감사를 표해야 한다’는 내용인 것 같다. 나는 이런 잣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좋은 노래와 멋진 영화를 만들고, 매력적인 성격을 마음껏 드러내는 흥미로운 사람이길 바란다. 내가 오아시스를 사랑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니까.

과거 기자로 일할 때 한 유명 K팝 스타와 인터뷰를 했다. 해외에서 K팝 인기가 시작될 무렵이어서 그에게 추천할 만한 다른 한국 뮤지션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자신이 누군가를 지목한다면 다른 음악인이나 팬들이 불쾌할 수 있으니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 영화배우를 인터뷰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흠, 그들이 이런 지루함을 벗어던지고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도록 할 순 없을까?

인터넷 시대에 유명인에 대한 ‘심판자’는 주로 댓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댓글 문화는 때로 소수의 분노를 증폭시켜 ‘여론’으로 변질시킨다. 온라인상의 무자비하고 폭압적인 힘은 다양한 생각과 발언의 폭을 옥죈다. 최근 외신 기자 친구가 내게 이런 댓글 문화에 새로운 대처를 보여주는 ‘코리안 갤러거’가 생길 수 있냐고 물었다. “글쎄, 가능성은 낮지만 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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