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한복판에 ‘영희’ ‘딱지맨’이 떴다

‘오징어 게임’ K컬처 체험장 르포

지난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 몰’에 마련된 ‘오징어 게임: 더 익스피리언스’ 체험형 테마파크에서 관객들이 유리로 만든 징검다리를 건너는 게임을 하기 위해 시작선에 서 있다. /오로라 특파원

지난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 번화가 한중심에 있는 ‘맨해튼 몰’.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체험형 테마파크인 ‘오징어 게임: 더 익스피리언스’가 조성된 1층 공간 곳곳에선 영어 사이사이 한국어 단어들이 들려왔다. 세계 곳곳에서 온 관객들이 입구에 세워진 2m 높이의 인형을 보고 “영희다!”라고 반가워 하고, 정장을 입은 ‘딱지맨’에게 “딱지 체험을 하고 싶다”며 말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체험장 내부에선 상시로 BTS·블랙핑크·트와이스 등 K팝 그룹의 음악이 흘러나왔고, 오징어짬뽕·초코파이·밀키스 등 한국 먹거리를 판매하는 매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사실상 오징어 게임을 앞세워 다양한 ‘K문화’를 즐길 수 있게 한 종합 체험 세트인 것이다.

오는 12월 26일 ‘오징어 게임 시즌2′의 공개를 앞두고 이날부터 한시적으로 오징어 게임 체험장이 운영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놀이를 직접 해보는 일종의 ‘미니 테마파크’다. 29~59달러씩 하루에 1500명 한정으로 판매되는 티켓은 이미 일주일 치가 매진됐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콘텐츠가 일회성 소비로 끝나지 않고, 게임 체험 등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활용의 끝판왕인 ‘체험’

최근 글로벌 콘텐츠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몰입형 체험’ 사업이다. 대형 테마파크와 굿즈, 캐릭터 사업을 앞세워 충성 고객을 만드는 디즈니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한국 영화·드라마 콘텐츠가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조시 사이먼 넷플릭스 소비자 제품 담당 부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부터 필라델피아와 댈러스에 상설 테마파크인 ‘넷플릭스 하우스’를 열고,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를 포함한 다양한 체험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테마파크 내 오징어 마트에 놓인 오징어 게임 속 캐릭터 ‘영희’ 관련 상품. /연합뉴스

이날 티켓을 구매한 고객들은 약 1시간 동안 오징어 게임 드라마와 예능에서 나왔던 5가지 게임을 체험했다. 유리로 만들어진 징검다리에 표시된 특정 패턴을 기억하고 그대로 건너야 하는 ‘걸음 기억하기’ 게임에서 탈락한 리누스 볼텐(11)군은 “독일에서 부모님과 뉴욕 여행을 왔다가 이곳을 발견하고 표를 구해달라고 했다”고 했다. 친구 3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마이크 크리스티씨는 “나는 오징어 게임의 팬”이라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안 움직이는 게 쉽지 않더라”고 했다.

◇커져가는 K콘텐츠의 경제 효과

사이먼 부사장은 “뉴욕 외에도 오징어 게임 체험장을 10월 스페인 마드리드, 12월 호주 시드니, 내년 초 한국 서울에서 운영할 것이며, 체험장의 ‘한국의 맛’ 살리기 위해 황동혁 감독과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듣고 있다”며 “특히 오징어 게임의 본고장인 한국에선 신세계, CJ제일제당(비비고) 등 현지 기업들과 함께 더 다양한 체험을 선보이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했다. 오징어 게임을 테마로 한 한정판 식음료·굿즈·매장 등을 폭넓게 선보이며 경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실제로 넷플릭스는 지난 6월 “지난 1년간 GS25와 선보인 33종의 협업 상품 매출이 35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에버랜드와 함께 또 다른 인기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을 테마로 한 공포 테마존을 운영하고 있다. 사이먼 부사장은 “K콘텐츠가 엄청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한국과의 몰입형 체험 상품의 인력과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