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 재처리 권한 추진, 끈질기되 조용한 외교를

조선일보 2024. 10. 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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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조현동 주미대사와 대사관 간부들이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자리해있다. /연합뉴스

조현동 주미 대사가 워싱턴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차기 미 행정부가 출범하면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재처리 시설 확보를 위한 대미(對美) 설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일본 수준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질의하자 나온 답변이었다. 그는 자체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의 재배치는 정부 입장이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핵연료 재처리를 “(내년 1월) 미국 신정부 출범 후 우선 추진 현안으로 삼겠다”고 했다.

핵무기를 만들려면 우라늄을 고농축하거나 원자력 발전 후 남은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해야 한다. 한국의 핵물질 처리 권한은 한미 원자력협정의 제약을 받는다. 2015년 협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지 못했다. 우라늄도 비군사용인 20% 미만으로 농축하는데도 미국 동의를 얻어야 해 군사적 사용은 원천 봉쇄돼 있다.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했다. 이후 일본이 재처리로 추출한 플루토늄은 47t이 넘는다고 한다. 일본 역시 당장은 핵무기를 제조할 수 없다. 그러나 재처리 권한을 통해 유사시 즉각 핵무장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잠재적 핵 능력’이라고 한다. 북핵과 직접 맞서는 우리에게 일본 수준의 ‘잠재적 핵 능력’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안보뿐 아니라 산업과 환경을 위해서도 불가피하다. 원전 가동으로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는 2030년 이후 원전 내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도달하게 돼 재처리가 불가피하다.

최근 러시아 외교장관은 “북한 비핵화는 종결된 이슈”라고 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 폭주에 국제사회가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유효 기간이 20년이지만 한미가 합의하면 언제든 개정할 수 있다. 일본 수준의 ‘잠재적 핵 능력’은 자위권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수준이다. 미국의 경계심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설득력 있는 외교를 끈질기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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