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뺀' MBK vs '올인' 고려아연, 주가가 보여준 승자는?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상향에도 강보합 마감…주말 간 '극적 합의설'도 부인
14일 영풍·MBK 공개매수 종료…분쟁 향방 관심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맞불 공개매수로 촉발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MBK파트너스(MBK)·영풍 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중심으로 한 고려아연 이사회 측이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다만, 경영권 분쟁 향방을 가를 핵심 요인인 고려아연 주가가 MBK·영풍의 공개매수 마감을 거래일 기준 단 하루 앞두고 양측의 공개매수 가격보다 훨씬 낮게 장을 마치면서 더 이상 가격을 올리지 않고 공개매수를 마감하기로 한 MBK·영풍 쪽에 무게추가 기우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날(14일)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만큼 투자자의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0.63% 오른 79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고려아연 이사회가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상향 발표하면서 장중 최고 80만1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매도세가 유입돼 강보합 마감한 결과다.
이에 투자자들은 이날 고려아연 주가 추이를 두고 다양한 시각을 보낸다. 우선 MBK·영풍 측이 유리해졌다는 판단이다. 이들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보다 6만원이나 올렸지만 주가가 공개매수가에 근접한 것은커녕 크게 오르지도 않은 것에 주목했다.
시장은 대체로 경영권 분쟁을 주가가 급등할 수 있는 호재로 인식한다. 한쪽이 공개매수가를 올리면 다른 쪽이 공개매수가를 더 올리는 맞불 공개매수가 전개된 종목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에 고려아연의 이날 공개매수가 인상이 투자자들의 확신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면서 약 5000억원가량의 자금 부담이 더해졌으나 이를 마련할 자금 출처가 모호하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두고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명했음에도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향후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면, 고려아연이 유리해졌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대로 공개매수 공방전이 종료된다면 개인 주주 입장에서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이 MBK·영풍보다 6만원이 더 높기 때문에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유리해서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가 인상과 함께 전체 발행 주식 중 매입 규모를 기존 15.5%에서 17.5%까지 늘렸다. 고려아연 우군으로 참전한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의 매입 지분 역시 총주식 발행량의 20%에 달한다. 또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도 기존보다 5000원 더 올리면서 사실상 '올인'에 베팅한 모양새다.
◆ 막바지 접어든 경영권 분쟁, 소송 결과·당국 조치 등도 관심↑
그렇다고 승기가 고려아연으로 완전히 기울었다고 보긴 어렵다. 마감 시점이 중요한 공개매수 특성상 고려아연 주주들이 오는 14일 공개매수 시한이 끝나는 MBK·영풍에 공개매수 의향을 먼저 밝혔다가, 향후 상황을 지켜보고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입찰 여부를 결정할 시간이 남아있어 향후 주가나 소송 결과 등이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어서다.
이 와중에 MBK는 기존 방침대로 공개매수가를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나서면서 MBK가 믿을 만한 구석을 보고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규모가 이번 인상을 통해 약 5000억원이 불어났기 때문에 더 큰 부채를 떠안게 되는 것은 물론, 공개매수에 응할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이 가중된 것도 사실인 탓이다.
금융당국이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주시하고 있는 점도 MBK의 명분을 더한다. 공개매수가를 올린 고려아연 역시 "금융당국의 우려를 경청하고 이사회에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으나, MBK는 금융당국의 경고 이후 공개매수 가격을 더 올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MBK가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 결과도 경영권 분쟁 향방을 가를 포인트로 주목된다. 투자자들이 14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인상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배경으로 향후 소송 결과를 주시하고 있어서라는 해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최종장에 접어든 경영권 분쟁 양상에서 극적 합의에 이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13일 고려아연은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만나서 협상을 한 적이 없다"고 했고, MBK 측도 "최 회장측과 만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 인상 전까지는 확실히 양측이 공개매수가를 상향할 때마다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날 주가가 오르지 않은 것은 시장이 경영권 분쟁에 참전하는 것 자체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면서도 "MBK 측은 공개매수를 위해 차입한 대금의 이자 부담, 고려아연 이사회 측은 취득한 자사주를 향후 전량 소각해야 하므로 재무 부담이 있다. 어느 쪽이 이기든 고려아연의 재무 부담 자체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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