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 넘어섰다, 한국 대학 지탱하는 베트남 학생들

이미지 기자 2024. 10.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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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모닝]

6년 전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야말로 우당탕탕거리며 베트남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게 취미입니다. <두 얼굴의 베트남-뜻 밖의 기회와 낯선 위험의 비즈니스>라는 책도 썼지요. 우리에게 ‘사이공’으로 익숙한 베트남 호찌민에서 오토바이 소음을 들으며 맞는 아침을 좋아했습니다. ‘사이공 모닝’을 통해 제가 좋아하던 베트남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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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한국에 유학생으로 왔던 베트남 친구는 어느새 어엿한 직장인이 됐습니다. “한국은 봄도 너무 춥다”던 친구는 벌써 다섯 번째 겨울을 준비하고 있지요. 친구는 한양대 건축 관련 과에서 석사 과정을 했습니다. 매주 넘쳐나는 과제와 주말마다 이어지는 8시간의 한국어 수업을 힘들어했지요. 한번은 “석사 과정이 끝나면 다른 나라로 갈 생각”이라고 말을 해 “한국 사람들 속에서 공부하는 게 외롭고 힘드냐”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우리 연구실에 베트남 사람들 많은데?” 친구가 있던 연구실은 3분의 1이 베트남 학생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인 30명에, 베트남 학생이 12명이었다고요.

강원도 유학을 상담받고 있는 베트남 학생들. /강원도교육청

그렇습니다. 요즘 한국 대학교, 대학원에는 베트남 학생이 넘쳐납니다. 이미 제가 다니던 때와는 다르죠. 지방에서는 베트남 학생의 비율이 더 높아집니다. 지난 5월, 충청남도 보령시에서 인근 대학 관계자들과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종업원들이 모두 알은체를 했습니다. 딱 봐도 베트남 학생들이었죠. 대학 관계자들은 “우리 학교 다니는 베트남 학생들이 없으면 이 근처 식당들이 인력난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방학에도 학교에선 베트남어가 들린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현재 지방 대학을 지탱하는 일등 공신은 베트남 학생들이라고 합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유학원과 지방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 경쟁을 벌이기도 하죠. 한국행 비행기 타는 베트남 학생들이 왜 많아진 걸까요?

◇한국어 배워 월급 3배 만들자

실제로 한국은 베트남 유학생들이 선호하는 제1 목적지입니다. 작년 해외로 유학 간 베트남 학생 10명 중 7명이 한국행을 택했지요.

베트남 교육훈련부에 따르면 작년 해외 유학을 떠난 베트남 유학생은 20만명으로 2020년보다 1만명 늘었습니다. 그 중 4만3361명이 한국으로 떠났습니다. 다음이 일본(3만6339명), 호주(3만2948명), 미국(3만1310명)이었지요.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법무부 통계를 보면 작년 기준 우리나라에 와 있는 베트남 유학생은 8만343명. 이미 중국 유학생 수(7만532명)를 넘어섰지요. 한국에 와 있는 베트남 유학생 중 남성이 3만9411명, 여성이 4만932명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유학 온 베트남 학생들이 많아진 건 왜일까요? 한국에 대한 호감도나 K 팝, K-드라마 같은 문화적 친밀도를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경제적 동기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어느 나라에 가서 공부해야 미래 소득이 가장 높을 것인가”를 따져봤다는 거죠.

실제로 베트남에선 이런 말을 합니다. ‘영어를 하면 월급이 2배, 한국어를 하면 월급이 3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많아지면서 한국어를 하는 베트남 사람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죠. 한국어에 능숙할수록 오라는 곳이 많아지는 게 사실입니다.

유학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한국은 살 만한 곳입니다. 유학생들은 한국어 실력과 학교 성적에 따라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지만 일할 곳이 많고, 최저 임금이 높기 때문에 생활비를 벌기 좋다는 겁니다.

◇시름 깊은 베트남

미국 대학 유학 상담을 받고 있는 베트남 학생. /VN익스프레스

해외에서 공부한 베트남 사람이 많아지면서 베트남에서는 ‘역(逆) 문화 충격’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귀국한 유학생들이 해외보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급여 수준에 실망하거나 본인의 유학 경험을 높게 평가한 나머지 중책만 맡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뭐니뭐니해도 역 문화 충격의 가장 큰 이유는 돈입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해외 유학을 다녀온 경우 1300만~2500만동(70만~136만원) 수준의 월급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베트남에선 다른 사회 초년생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인 게 분명하지만 한국에서는 최저임금(206만74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죠. 해외에 주저앉는 베트남 사람이 많아지는 이유라고 합니다.

베트남에선 인력 확보 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습니다. 올해 1월 하노이 국립경제대학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서 베트남의 기업·취업 교육 전문가들은 “해외에 비해 낮은 급여가 유학생들이 귀국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유학생들에게도 “외국 기업과 베트남 기업의 운영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지요.

한국에서 본 베트남 유학생들은 명절이 되면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고, 고향을 그리워했습니다. 고국에 돌아가든 아니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비슷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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