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물 샷’ 선보였던 장유빈, 이번엔 우승컵 들고 상금 10억 돌파
장유빈(22·신한금융그룹)은 승부사다. 지난주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 마지막 홀에서는 페널티 구역 물에 빠진 볼을 쳐내는 ‘물샷’까지 선보이면서 끝까지 포기 않는 근성을 보였다. 이수민에게 역전패를 당해 그 결실을 보진 못했지만 바로 다음 대회에서 그 기질을 과시했다. 이번엔 해피 엔딩이다.
장유빈은 13일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CC(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장유빈은 동갑내기인 영국 유학파 출신 장희민(22)과 공동 선두로 연장에 들어갔다. 18번 홀(파4) 1차 연장에서 6m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파를 기록한 장희민을 꺾고 기어이 정상에 올랐다.
그는 이날 우승 상금 2억원을 보태면서 KPGA투어 최초로 한 시즌 상금 10억원을 돌파했다. 상금 순위도 1위(10억449만원)로 올라섰다. 지난주까지 상금 1위였던 김민규가 공동 36위(2언더파)로 상금 2위(9억6521만원)로 내려 앉았다. 장유빈은 제네시스 포인트 1위(6978.64점), 평균 타수 1위(69.48타) 등 주요 부분 1위를 석권하고 있다. 올 시즌 2승은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와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김민규에 이어 두 번째다.
장유빈은 이번 대회 내내 공동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고 ‘와이어투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을 일궜다. 장유빈은 “지난 6월 연장전 패배가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연장전에서 스타성을 보여 줄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지난 6월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에서 6타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전에서 허인회(37)에게 역전패당한 바 있다. 그때도 2주 후 이어 열린 7월 KPGA 군산CC 오픈에서 시즌 첫 승리를 올렸다. 이번 우승은 시즌 두 번째 우승이자 KPGA 통산 3승째다. 그는 “대회 전 캐디 형에게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 꿈을 이루게 돼 기쁘다”라며 “정규 홀 마지막 1m 짧은 파퍼트 때 떨렸는데 그것을 잘 마무리해 우승한 것 같다”고 했다.
장유빈은 “이번 대회에 거리가 멀어 오지 못한 조부모님께 잘 키워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장유빈의 골프 인생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할아버지 장영일씨는 테니스 국가대표, 할머니 차화자씨는 정구 국가대표 출신이다. 장유빈이 184cm, 80kg 당당한 체격에 뛰어난 운동 신경을 갖춘 것도 이런 내력 덕분이다.
장유빈은 5살 때까지 대가족이 용인에서 함께 살았지만 6살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강원도 동해로 이사 가면서 자주 동해로 놀러 가곤 했다. 골프를 좋아하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잡고 동해의 한 골프 연습장에 간 게 장유빈 골프 인생의 출발이었다. “7살 때 골프 연습장에 가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그 연습장에는 온종일 타이거 우즈의 스윙 영상이 나왔다. 역동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그 모습에 반해 우즈의 팬이 됐다. 종일 우즈 스윙을 흉내 내면서 놀았다.” 장유빈은 PGA투어 수준의 장타를 칠 수 있게 된 건 하체를 잘 쓰는 우즈의 스윙을 따라 한 덕분이라고 했다.
장유빈은 3라운드까지 장희민, 황중곤, 이규민, 박성준 등과 함께 공동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장유빈은 8번 홀까지 장희민과 나란히 버디 3개를 잡아 공동 선두로 앞서 나갔다. 장유빈은 9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린 뒤 2퍼트로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11번 홀(파4)에서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페널티구역에 빠져 1벌타를 받았고, 네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에 올렸지만 8m가 넘는 보기 퍼트에 성공해 더 이상 타수를 잃지 않았다. 장유빈은 “이 보기 퍼트가 우승을 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이 홀에서 장희민도 1타를 잃어 1타 차 단독 선두는 유지됐다. 이후 장유빈에게 2타 차이까지 뒤졌던 장희민이 15번 홀(파5)과 16번 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동타를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라운드에서 심한 담에 걸려 기권까지 고려했던 이정환(33)은 이날 6타를 줄이며 문도엽(32), 박성준(38), 조우영과 함께 공동 3위(합계 8언더파 276타)로 대회를 마쳤다.
장유빈은 아마추어 신분이던 지난해 8월 군산CC오픈에서 연장전에서 전가람을 이기고 프로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고 10월 프로로 전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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