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도 사례가 없는데, 양현종 뚜벅뚜벅 걸어온 길… 이제 남은 건 ‘AGAIN 2017’

김태우 기자 2024. 10. 1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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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10년 연속 170이닝 대업을 달성한 양현종은 이제 2017년 한국시리즈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KIA 타이거즈
▲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영웅같은 활약을 선보인 양현종은 올해도 한 경기를 책임지는 선발 투수로 나설 전망이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양현종(36·KIA)은 지난 9월 25일 광주 롯데전에서 KBO리그에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미 팀의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된 상황에서 이날 5이닝을 던진 양현종은 올 시즌을 171⅓이닝으로 마감, 10년 연속 170이닝 이상 투구라는 업적을 세웠다.

공식 시상 기록도, 뭔가 특별히 카테고리를 만들어 기념하는 기록은 아니지만 양현종의 어마어마한 꾸준함과 이닝 소화 능력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다. 보통 선발 투수들은 1년에 건강하게 뛴다면 30경기 혹은 이를 조금 넘는 경기에 나선다. 여기서 매 경기 5~6이닝 사이를 소화해야 170이닝에 다가설 수 있다. 건강하게 뛰어야 하고, 버틸 만한 기량도 있어야 하고, 어쩌면 운도 조금은 따라줘야 한다. 양현종은 웬만한 선수라면 한 시즌을 하기도 어려운 이 기록을 10년 연속이나 해냈다.

양현종은 2014년 171⅓이닝을 던지며 개인 첫 170이닝 투구를 했다. 양현종이 완전한 풀타임 선발 투수로 공인을 받게 된 시기로 기억된다. 이후 2015년 184⅓이닝에 이어 2016년에는 개인 첫 200이닝(200⅓이닝)을 던지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7년 193⅓이닝, 2018년 184⅓이닝, 2019년 184⅔이닝을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이닝이터로 발돋움한 양현종은 2020년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건강 관리에 비상이 걸린 시대에 172⅓이닝을 소화했다.

2021년 잠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나 2022년 KIA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 17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10년 연속이라는 대업을 써내려갔다. 2022년은 175⅓이닝, 2023년은 171이닝, 그리고 올해 171⅓이닝을 던졌다.

선발과 불펜의 분업화가 확실하게 이뤄지고, 선발 투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게 위해 적절한수준에서의 이닝과 투구 수를 더 철저하게 지키고, 여기에 구속 증가로 선발 투수들의 수술이 잦아지는 시대에서 10년 연속 170이닝은 깨지기 어려운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실제 양현종보다 더 괴물 같은 선수들이 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근 10년 동안 17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가 단 하나도 없다. 최근 10년간 이 조건을 가장 많이 충족한 선수라고 해봐야 게릿 콜(뉴욕 양키스)과 케빈 가우스먼(토론토)의 7시즌이다. 양현종이 이들보다 더 뛰어난 투수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양현종의 철저한 자기 관리와 책임감은 칭찬해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고, 양현종도 자신의 가장 큰 목표였던 170이닝을 채웠다. 팀도, 선수도 원하는 것을 달성했으니 지금까지 과정은 흠잡을 곳이 없다 할 수 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남은 건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양현종은 이미 자신의 힘으로 팀의 시리즈를 끌고 간 경험이 있다. KIA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던 2017년이 그랬다.

▲ KIA의 한국시리즈 순항 여부를 쥐고 있는 양현종 ⓒ곽혜미 기자

당시 막판 두산의 추격을 힘겹게 따돌리고 정규시즌 우승 및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는 외국인 에이스 헥터 노에시를 앞세운 1차전에서 3-5로 지며 위기감이 감돌았다. 플레이오프를 통과하고 올라온 두산의 전력과 체력 모두 멀쩡해 보였다. 그래서 반드시 이겨야 했던 2차전이 중요했는데, 양현종이 버티고 있었다. 2차전 선발로 나선 양현종은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는 와중에서도 9이닝 122구 4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영웅적인 투구였다. KIA의 과도한 긴장감이 확 풀어지는 승부처였다.

힘을 낸 KIA는 3차전에서 팻 딘의 호투를 앞세워 6-3으로 이겼고, 4차전에서는 임기영이 활약하며 5-1로 이겼다. 마운드는 단단했고, 타자들은 찬스 때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5차전에서는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터뜨린 이범호 현 감독의 만루홈런에 이어 불펜이 분전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2차전에서 122구를 던지고도 힘이 있을 나이였던 양현종은 5차전 마지막 투수로 나서 1점차 리드를 지키고 마지막에 환호했다.

양현종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언제 나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선발 한 자리를 소화할 것이라는 점만 정해졌다. 나이를 고려하면 2017년처럼 2차전에 나갔다 5차전에 구원 등판하는 일정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시리즈를 길게 보면 2경기 정도 선발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2017년도 이를 잘 극복했다. 정규시즌에 꾸준함을 보여준 양현종이 한국시리즈에서는 폭발력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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