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싱어송라이터 한강
“눈물도 얼어붙네/ 너의 뺨에 살얼음이/ 내 손으로 녹여서/ 따스하게 해줄 게/ 내 손으로 녹여서/ 강물 되게 해줄 게/ 눈물도 얼어붙는/ 12월의 사랑 노래….”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이 만들고 부른 노래 ‘12월 이야기’는 그의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의 부록으로 발표했다. 반주도 없이 생목소리로 가만가만 부르는데 긴장해서 떨리는 목소리까지 전달된다. 10곡의 노래를 차분하게 듣다 보면 따스한 진심이 느껴진다. 연극 <12월 이야기>를 보고 만든 노래라고 했다.
한강은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다고 했다. 가난한 소설가의 딸이었기에 문방구에서 종이 건반을 사서 연습만 했을 뿐 정작 피아노를 배운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악보를 쓰는 대신 생각나는 대로 녹음해둔 노래로 앨범을 완성했다. ‘12월 이야기’는 가수 이지상과 듀엣으로 불러 발표하기도 했다.
“안녕이라 말해본 사람/ 모든 걸 버려본 사람/ 위로받지 못한 사람/ 당신은 그런 사람/ 그러나 살아야 할 시간 살아야 할 시간/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모든 걸 버렸다 해도….”
또 다른 곡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를 들으면서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수상 이유가 떠올랐다. 한강의 힘은 ‘연약함을 보듬는 마음’이 아닐까.
한강이 어느 날 택시에서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악뮤(AKMU)의 노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역시 사랑이 가득한 노래다.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라는 가사가 울컥하게 한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이 밥 딜런에 이어 노벨 문학상을 받은 두 번째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을 과연 알고 있을까.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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