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정구 여제 문혜경 화려한 피날레...농협 전국체전 복식 16연패
“사인 좀 해주세요.”
초등학교 소프트테니스(정구) 선수들이 그를 향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종이와 말랑말랑한 공을 내밀었습니다. 뜨거운 인기를 누린 주인공은 막 코트에서 경기를 마치고 나온 한국 소프트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 문혜경(27·NH농협은행)입니다.
문혜경은 13일 경남 진주(시장 조규일)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전 소프트테니스 여자일반부 개인 복식 결승에서 팀 후배 임진아(22)와 짝을 이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옥천군청의 진수아-고은지 조를 5-3으로 눌렀습니다.
이로써 국내 최고의 소프트테니스 명문 NH농협은행(은행장 이석용)은 전국체전 16연패라는 대기록을 수립했습니다. 문혜경 개인으로는 전국체전 여자복식 7회 연속 우승입니다. 이 정도라면 우승을 못해야 뉴스가 될 정도 아닐까요.
NH농협은행은 세종시(시장 최민호)를 대표해 전국체전에 출전했습니다. 세종시에서도 NH농협은행 소프트테니스라면 효녀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하네요.
<사진> 사인 요청을 받을 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문혜경과 임진아. 사진 김종석
문혜경에게 이번 전국체전은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고별무대입니다. 부담이 많았을 텐데도 간판 스타다운 기량을 과시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문혜경은 “은퇴하는 해 마지막 전국체전이기도 하면서 (NH농협은행의) 개인 복식 연패를 지켜야 하는 부담감이 많이 있었는데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를 이뤄내서 뜻깊다. 파트너인 진아한테 고맙고 뒤에서 응원 많이 해준 유영동 감독님, 한재원 선생님과 팀원들이 고맙다”라고 말했습니다.
문혜경은 은퇴라는 단어가 아까울 정도로 이번 시즌 최상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습니다. 9월 안성에서 열린 제17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범준과 혼합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단체전 우승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앞서 인천에서 열린 코리아컵에서는 한국 선수단 가운데 유일하게 금메달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여자복식 우승 파트너가 바로 이번에 힘을 합작한 임진아입니다. 또 제102회 동아일보기 전국 소프트테니스대회에서 NH농협은행을 단체전 정상으로 이끌었습니다.
<사진> 문혜경의 안정된 플레이 모습. 동아일보 캡쳐
문혜경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당시 한국 선수단이 수확한 유일한 금메달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한국 대표 선수단을 격려하고 지원하던 정인선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회장은 혹시 노골드에 머물까 봐 노심초사하다가 문혜경의 우승에 눈물을 쏟기도 했습니다.
유영동 NH농협은행 감독은 “16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까지 많은 선수들이 생각났습니다. 오늘도 주옥. 백설 등 선배들이 현장까지 와서 응원 열심히 해주고 갔어요. 농협만의 전통이거든요. 한재원 코치를 비롯해 모든 선수가 항상 단합하는 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 같습니다. 감독으로서 앞으로도 전통이 잘 이어지도록 이끌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임진아는 “이번에 은퇴하는 혜경 언니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남은 단체전도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기뻐했습니다.
문혜경은 14일부터 시작하는 여자일반부 단체전에서 2관왕에 도전합니다.
<사진> 제102회 동아일보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에서 단체전 우승한 뒤 후배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는 문혜경. 동아일보 캡쳐
경북 문경시(시장 신현국)에서 소프트테니스 라켓을 잡은 문혜경은 경북관광고 시절 고교 무대를 평정했습니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 대회로는 최고 역사를 지닌 동아일보기 대회에서 우승을 밥 먹듯 하기도 했죠. 오빠 문대용도 같은 정구 선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2016년 NH농협은행에 입단한 문혜경은 국내외 코트를 넘나들며 소프트테니스 여제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전국체전을 끝으로 문혜경은 은행에서 일반직원으로 근무할 예정입니다. 1959년 정구부를 창단한 NH농협은행은 은퇴 선수에게 운동 생활 기간까지 경력으로 인정해 줘 은행원으로 취업할 기회를 제공해 ‘꿈의 직장’으로 불립니다.
<사진> 문혜경과 NH농협은행 유영동 감독. 협회 제공
유영동 감독의 소감대로 중요한 대회 때는 은퇴 선수들이 아무리 멀더라도 시간을 내 후배 응원 나서는 따뜻한 전통도 있습니다. 장한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은 소프트테니스 감독 출신입니다. 이날 시상식에 정인선 회장과 함께 참가한 김영옥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부회장 역시 NH농협은행 선수 출신입니다.
문혜경은 국가대표로 뛰어난 성적을 거둔 덕분에 경기력 향상 체육 연금의 상한선인 매월 100만 원을 꽉 채워 수령하고 있습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에 체육훈장 청룡장 수상이 유력하다고 전했습니다.
남자일반부 단식 결승에서는 김진웅(수원시청)이 서권(인천시체육회)을 4-0으로 꺾고 3연패를 이뤘습니다. 여자일반부 단식에서는 이수진(옥천군청)이 우승했습니다.
글/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글= 김종석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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