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바다, 수산자원 감소 심각한데…‘속수무책’ 어민들
고수온 특보 장기화, 폐사 규모 급증…양식 업계 피해액은 ‘눈덩이’
보험 가입률·보상 품목 적어 유명무실…어선 구조조정도 지지부진
지난여름 맹위를 떨친 폭염의 영향으로 고수온 피해가 크게 늘어났다. 고수온 영향이 수산자원 감소로 이어짐에 따라 재해보험 가입과 어선 감척 등을 위한 예산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고수온에 따른 양식어종 폐사 규모는 4923만마리(지난 7일 기준)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3178만마리)보다 약 55% 증가한 규모다. 해수부 관계자는 “물고기는 폐사하면 물에 뜨기 때문에 피해 규모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굴 등 일부 어패류는 알맹이가 썩는 피해를 입더라도 그 즉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 지자체에서 고수온 피해를 집계 중이어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폭염은 9월에도 꺾이지 않으며 기승을 부렸다. 기상청과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하루 최저 기온은 20.9도를 기록해 1973년 관측 이래 9월 중 가장 높았다. 평균 하루 최고 기온도 29.6도로, 30도에 육박했다.
고수온 특보(수온이 28도 이상인 경우)도 지난 7월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71일 동안 이어져 2017년 고수온 특보 발령제 실시 이후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올해 양식업계 피해가 급증한 원인도 고수온이 장기간 이어진 탓이다.
바다 생물에게 수온 1도 상승은 육지에서 5도 이상 오른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조피볼락(우럭), 전복 등은 수온이 24∼25도보다 높아지면 폐사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굴과 멍게 등은 이보다 높은 수온에서도 잘 버티지만, 고수온에 따른 빈산소수괴로 인해 집단 폐사하는 사례가 많다. 빈산소수괴는 바닷물에 녹아 있는 산소 농도가 3㎎/ℓ 이하인 물 덩어리로, 어패류 호흡을 방해한다.
국내 최대 양식업 밀집지인 경남에서는 고수온 특보가 60여일간 이어졌다. 이로 인해 통영시·거제시 등 경남 연안 6개 시군 양식어가 740여곳에서 어류 2672만마리, 전복 60만마리, 멍게 4777줄(멍게가 붙은 봉줄) 등이 폐사했다. 양식업계 피해액은 594억원으로, 지난해 폐사(207억원 피해) 규모를 훨씬 초과했다.
충남 천수만 해역에서는 640만마리가 넘는 조피볼락이 폐사했다. 피해액은 83억원가량으로, 가장 최근 피해가 있었던 2021년 대비 폐사 규모는 18배, 피해 금액은 9배 넘게 많았다. 전남 7개 시군 220개 양식어가 피해액은 488억원으로, 역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2021년(494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제주에서는 분홍바다맨드라미와 큰수지맨드라미 등 연산호(부드러운 표면과 유연한 줄기를 가진 산호)가 녹아내리면서 대량 폐사하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고수온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장기간 이어지면서 수산자원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수과원에 따르면 지난해 양식 어류 생산량은 약 8만t으로 전년(9만1000t)과 비교해 12%(1만1000t) 감소했다. 고수온으로 양식어종이 대량 폐사하면서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수과원은 설명했다.
어가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재해보험 등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의 정책보험인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기준 39.8%(2936어가)에 불과했다. 보험 적용 품목이 전체 80종의 양식수산물 중 28종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 어류양식 재해 보상기준이 치어(어린 물고기)와 성어(다 자란 물고기)로만 구분돼, 1년 넘게 어류를 키웠어도 성어의 기준에 미달할 경우 치어 수준의 보상만 받는다. 게다가 수산자원 감소에 따라 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어선 감축에 필요한 지원금이 적어 어민들의 참여율도 저조하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어민들의 재해보험 가입과 어선 감축을 유인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예산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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