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제안 ‘상위권 대학 지역별 비례선발제’에…SKY는 물론 정부도 ‘부정적’
입법조사처 ‘대입, 집값에 영향’ 진단에도…교육부는 “자율에 맡겨야”
한국은행이 상위권 대학에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에 대해 서울대·고려대·연세대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교육환경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교육부와 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각각 한은이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를 공개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서울대 진학에 학생의 거주지가 미치는 영향이 92%에 이른다면서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안했다. 대학 입학 정원에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자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지역 비례선발제가 도입되면 한은이 금리를 조정하는 것보다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더 효과적으로 안정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한은의 제안에 대해 서울대는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며 “모든 모집단위에서 할당이 가능한 지역별 지원자의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고려대는 “시기상조”라며 “이미 학교추천전형과 같은 지역균형전형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연세대는 “현재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은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한 이유는 입시 과열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서울의 폭주하는 집값을 잡으려면 강남 출신 학생의 상위권 대학 입학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대학 신입생을)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거듭 지역 비례선발제 도입을 촉구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차 의원이 ‘지역할당제와 부동산시장 안정화 효과’의 상관관계를 묻는 질의에 “지역별 비례선발제와 부동산시장 안정화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우나, 교육환경이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서는 교육환경이 부동산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다만 “지역별 비례선발제와 부동산 가격의 관계에 관하여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차 의원은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나오게 된 배경이 입시 과열과 부동산 가격”이라면서 “정부는 자율적으로 맡기겠다며 뒷짐 질 것이 아니라 관련 기관과 함께 지역별 비례선발제와 부동산 안정화 효과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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