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줬어요…세븐틴은 이제 시작일뿐” [고승희의 리와인드]

2024. 10. 13. 20: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벌써 네 번째 대형공연
인천, 상암, 고척 찍고 고양 입성
이틀간 5만 8000여 국내외 관객 만나
그룹 세븐틴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지난 12~!3일 콘서트를 열고 5만 8000여 명의 관객과 만났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우리가 뭐라고 이렇게 큰 무대에서, 캐럿들 앞에 설 수 있을까요.” (조슈아)

“저희 같은 보통의 존재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븐틴은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 (버논)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다섯 가지 무지개 빛깔이 하늘을 수놓자, 세븐틴의 시간이 시작됐다. 지난 한 해 무려 1500만 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한국 대중음악 사상 다시 없을 기록을 세운 그룹 세븐틴의 뜨거운 여정이다. 이날의 무대는 유달리 애틋했다. 대체복무를 시작한 정한과 중국 활동 중인 준이 빠진 11명의 멤버들이 함께 했고, 어느덧 입대 시기를 맞은 멤버들은 언젠가 다가올 ‘이별의 시간’을 저마다 떠올렸다.

세븐틴이 지난 12~13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세븐틴 ‘라이트 히어’ 월드 투어’를 열고 5만 8000여 명의 관객과 만났다. 세븐틴의 등장과 함께 1층 무대를 가득 메운 팬들은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세븐틴의 질주를 함께 했다. 이틀간 이어진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했다.

심지어 이날 공연을 앞두고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선 지역별 재난문자를 미리 전달해 안전사고와 교통체증을 대비하기도 했다. 행안부 측은 “금일 종합운동장 콘서트(17시~) 예정. 폭죽소리 및 인파, 교통 혼잡으로 안전사고 우려. 대중교통 이용(우회)바랍니다”라고 알렸다.

그룹 세븐틴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지난 12~!3일 콘서트를 열고 5만 8000여 명의 관객과 만났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올 한 해 세븐틴은 누구보다 열심히 달렸다. 지난 5월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고척돔,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거쳐 고양까지 접수했다. 10개월 동안 매회차 수만 명이 운집해야 하는 대형공연을 일 년에 4차례나 여는 K-팝 그룹은 극히 드물다.

이날의 공연엔 세븐틴의 성장 서사가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멤버들은 ‘독 :피어(Fear)’로 시작해 올해 발매한 베스트 앨범의 타이틀곡인 ‘마에스트로’까지 쉼없이 이어갔다. 매공연마다 온몸을 불사르는 세븐틴 11명의 멤버들은 불과 세 곡 만에 땀을 비오듯 흘렸다.

화려한 오프닝을 마친 뒤 세븐틴은 유닛 무대를 통해 14일 발매 예정인 미니12집 ‘스필 더 필스(SPILL THE FEELS)에 수록된 곡들을 들려줬다. DJ 칼리드가 피처링한 타이틀곡 ’러브, 머니, 페임‘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청명한 하늘 아래 시작됐던 공연은 여섯 시를 조금 넘기자 완전히 해가 지며 다른 빛깔이 됐다. 오색찬란한 캐럿봉이 은은하게 발광하며 은하수 물결을 이뤘다. 일몰과 함께 까매진 하늘 아래에서 세븐틴은 ‘어쩌나’를 부르며 뮤지컬과 같은 무대를 꾸몄다. 노래 중간 중간 상황극을 넣었고, 지리적 위치상 한군데에 자리할 수 없는 동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북금곰과 남극의 펭귄, 토끼와 호랑이, 고릴라까지 등장해 지구 대통합을 이룬 장면이었다. “그들과 하나가 되어라”라는 멘트와 함께 동물들과 겨루기를 하는 다소 유치한 장면마저 세븐틴이기에 납득가능한 무대가 됐다.

그룹 세븐틴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지난 12~!3일 콘서트를 열고 5만 8000여 명의 관객과 만났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광활한 고양종합운동장은 대형 멀티스크린이 위치한 메인 무대에서 1층 객석을 좌우로 분할해 가로지르도록 중앙 다리를 배치했다. 멤버들은 긴 무대를 고릴라처럼 껑충껑충 이동(‘스냅 슛’)했고, ‘음악의 신’(미니 11집 ‘세븐틴스 헤븐’)에 이르러선 중앙 무대에선 화사하고 즐거운 무대를 이어갔다. 서로의 합을 맞춰가며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멤버들의 무대에선 이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2015년 데뷔한 세븐틴은 어느덧 10년차가 됐지만, 이토록 오랜 시간 활동한 선배 그룹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한결같이 성실한 그룹이다. 몸이 부서질듯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라이브 실력은 K-팝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깨준다. 이들에게 ‘공연 장인’이라는 수사가 따라오는 이유다.

게다가 다인원 그룹임에도 멤버들 간의 사이가 워낙에 돈독하다. 이들의 끈끈한 유대와 관계성은 무대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세븐틴의 콘서트는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공연으로 유명하나, 그 이유 중 하나는 히트곡의 숫자만큼이나 끊이지 않는 멤버들이 기나긴 토크 타임 때문이다. 한 사람이 입을 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티키타카가 마르지 않는다. 멤버들의 발랄한 ‘깨방정 타임’은 세븐틴 공연을 지루할 틈이 없게 한다. 디에잇은 “우리 멤버들, 정말 너무 열심히 하고 순수하다. 이런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룹 세븐틴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지난 12~!3일 콘서트를 열고 5만 8000여 명의 관객과 만났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단일 앨범으로 600만 장 이상을 팔아치우며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미니 10집 ‘FML’의 수록곡 ‘손오공’은 공연 말미였던 오후 7시를 지나 등장했지만, 멤버들의 에너지는 여전했다. 워낙 큰 공연장이었기에 캐럿의 떼창과 구호는 묘하게 돌림노래를 만들었다. ‘다룸다딤다 구름을 타고 여기저기로’ 뒤에 등장하는 떼창 구간인 ‘헤이’ 파트에선 3면의 객석에서 메아리가 일렁였다. 노래를 마치고 터지는 불꽃까지 완벽한 ‘축제의 밤’이 만들어졌다.

이동차 네 대를 타고 무려 28만 4800㎡를 빙 둘러 이동할 때 멤버 호시는 객석에서 맏형 정한을 알아보고 캐럿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이 한 마디에 객석의 캐럿들은 모두 정한 쪽을 향해 휴대폰을 들고 사진으로 담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공연 말미 멤버들은 진심어린 마음을 건넸다. 어쩌면 다가올지도 모를 헤어짐의 시간들을 염두한 듯 유난히 애틋했다. 리더 에스쿱스는 “올해 가급적이면 한국에서 더 많이 만나려 많은 무대를 마련했다. 정한이와 준이 지금은 비록 같이 없지만, 다시 뭉쳐 13명이 무대를 할 거라 믿고 있다”며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팀이 되기 위해 감히 평생 같이 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영원히 세븐틴의 한 멤버로 살고 싶다”고 속이야기를 꺼냈다. 승관은 “가혹하고 야속하지만 너무나 공감되는 말이 ‘할 만큼 했다’는 말이다. 슬프면서 공감되는 말이다”며 “언젠가 내가 어떻게 하려 해도 안 되는 일이 있고 내 노력과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도 있기에, 여러분도 많은 일을 겪을 때마다 스스로를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 세븐틴을 하면서 할 수 있을 만큼, 해낼 수 있을 만큼, 캐럿들이 보기에 할 만큼 했다고 느낄 때 할 만큼 했다는 그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그룹 세븐틴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지난 12~!3일 콘서트를 열고 5만 8000여 명의 관객과 만났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세븐틴의 히트곡 메이커 우지는 “늘 세븐틴은 지금 현재 가장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여러분을 만나려 노력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음 좋겠다. 온 진심을 다해 냅다 박치기 하고 있다”며 “여러분들의 사랑을 보고 먼저 달려가는 저희가 있다는 걸 알아달라”고 했다.

워낙 절절한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 멤버들 사이에서도 “다들 왜이렇게 떠날 것처럼 이야기하냐”는 장난 섞인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도겸은 캐럿에게 대뜸 사랑을 고백하더니 눈물을 뚝뚝 흘렸다. 캐럿들의 ‘사랑한다’는 연호에 도겸의 눈물샘은 마르지 않았다. 그는 “캐럿들 덕분에 너무나 많은 힘을 받고 간다”며 “정한이 형, 준 형이 없으니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고, 멤버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옛날 생각도 많이 났다. 저희는 항상 캐럿들의 편이니 힘들고 좌절할 때도 저희가 있으니 항상 행복하면 좋겠다”고 했다. 조슈아는 “우리가 뭔데 이렇게 캐럿들 앞에서, 이렇게 큰 무대에서 이렇게 공연할 수 있을까 벅찬 마음이 든다”며 “여러분들이 많은 행복을 얻고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규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정리가 안되는 것 같다. 보고 싶었다, 사랑한다, 힘들다는 하소연도 하고 싶었다”며 “여러분의 사랑과 열정을 꾹꾹 담아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되겠다”고 했다.

그룹 세븐틴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지난 12~!3일 콘서트를 열고 5만 8000여 명의 관객과 만났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 내내 세븐틴 맴버들은 몇 번이고 캐럿들에게 “언제까지나 함께하자”며 “옆에 있겠다”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애틋한 마음을 담아내는 마지막 곡은 ‘이프 유 리브 미’였다. “오늘 만약 날 떠난다면, 난 살지 못할거야”라고 노래하는 멤버들의 복잡다단한 마음에 캐럿들은 이내 아쉬움의 함성과 눈물도 보였다. 그 마음을 담아내듯 새까만 하늘에 별빛을 새긴 드론쇼는 잊지 못할 순간이 됐다. 세븐틴은 밤하늘 가득 캐럿과 영원히 함께 하겠다는 메시지를 그려넣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하나일 때 가장 빛나는 우리”라고 적힌 플래카드로 세븐틴을 향한 마음을 건넸다.

세븐틴의 한국 공연엔 아시아 투어를 앞두고 있음에도 중국 대만 홍콩 일본에서 날아온 팬들도 적지 않았다. 중국에서 왔다는 린진(25) 씨는 “운 좋게 티켓팅에 성공해 오늘 공연 예매에 성공했다”며 “이틀 연속 공연을 보고 싶었는데 어제는 예매에 실패해 공연장 앞에 와서 노래만 들었다. 오늘은 공연장에서 직접 무대를 볼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븐틴은 다른 K-팝 아이돌 누구와 비교해도 뛰어난 실력, 특히 완벽한 노래와 춤 실력을 갖추고 있어 내가 캐럿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해준다”고 했다.

한국 공연을 무사히 마친 세븐틴은 오는 22일부터 미국 5개 도시에서 10회에 걸쳐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총 10회 공연 중 9회 공연은 예매 시작 하루도 되지 않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미국 공연을 마친 뒤 다음달엔 일본 4개 도시 돔 투어, 불라칸, 싱가포르, 자카르타, 방콕 등으로 향한다.

sh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