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의 춤과 함께] 가깝고도 먼 나라

파이낸셜뉴스 2024. 10. 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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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초청공연 뜨거운 반응
예술은 두나라 잇는 가교
한일수교 60주년 큰 기대
김지영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8월 초 일본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열린 갈라공연 '발레 아스테라스'에 초청되어 공연을 하고 왔다. 매년 세계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무용수 외에 해외 무용수들을 초청하는데 이번 공연에선 한국 무용수들에 대한 일본 관객의 뜨거운 반응이 있었다. 관객들은 우리나라처럼 매우 열광적이고 능동적이진 않았지만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닌 집중해서 공연을 관람하며 무용수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조용함과 진지함으로 보여주었다. 2000년대 3회 정도 일본에서 공연을 했었고, 거의 20년이 지나 초청을 받아 다시 가게 된 것인데 당시에도 느꼈지만 그들의 공연 준비성이나 초청 무용수에 대한 대우가 매우 진지하고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가 보였다.

20년 전 세계 각국의 스타들이 무대에 서는 갈라에 초청됐을 당시 통역사가 말하길 각 무용수들의 통역사끼리 한달 전에 모여 각 무용수들의 특성이나 주의할 점들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회의를 한다고 했었다. 이번에도 리허설을 하는 과정이나 일본 무용수들과 같이 클라스를 하면서 그들의 공연을 대하는 진실한 태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무용수뿐만 아니라 행정 스태프와 무대 스태프들의 공연에 대한 진지한 자세는 마치 하나의 의식을 치르듯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 같은 성실함이 느껴졌다.

발레를 비롯, 서양의 공연예술은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역사를 가지며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발레는 해방 이후 다른 장르와 비교해서 서양과의 직접적인 교류가 늦었다. 국립발레단 초대 단장 임성남 선생님은 일본에서 발레를 시작하셨고, 1967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백조의 호수'를 올렸는데 일본 안무가 고마키 마사히데의 안무로 일본인 무용수가 객원으로 출연했다. 이것을 계기로 일본 안무가가 안무한 많은 작품들이 국립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로 무대에 올랐는데, 나 또한 1997년 이시다 다네요가 안무한 국립발레단의 '노틀담의 곱추'에서 '에스메랄다'로 첫 주역 데뷔를 했다.

한국 발레사 초반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과 함께 일본 발레사에 영향을 끼친 한국인이 있는데 바로 일본신국립극장 초대 예술감독 백성규(시마다 히로시)이다. 그는1939년 연희전문 재학 당시 니혼대학 예술과에 편입했고 무용강습회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그 당시 일본에서 활동 중이었던 러시아 출신 엘리아나 파블로바의 눈에 띄어 발레를 배우게 되었다. 그는 발레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백조의 호수'의 지크프리트 왕자로 발탁되어 공연을 했고, 이후 그는 핫토리 치코와 결혼해 발레교습소를 겸한 '핫토리-시마다 발레단'을 창단하고 일본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는 일본 발레계를 설득해 '백조의 호수' 전막 공연을 올리기로 결심하고 일본의 주요 무용인들과 함께 1946년 도쿄 제국극장에서 '백조의 호수' 전막 공연을 올리게 된다. 공연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일본 발레 발전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백성규 부부는 많은 제자를 키우고 해외발레를 일본에 뿌리 내리도록 만들었으며 일본 발레계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가 되었다. 1960년 한국 예술계와 교류하며 영향력을 끼쳤는데 그는 안무가로서 높은 역량을 발휘하여 1976년 국립발레단 '코펠리아' 초연 안무를 맡으며 조력자 역할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전막 '백조의 호수'는 각각 일본인과 한국인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역사적으로 일본과 한국의 발레계는 서로 영향을 끼쳤고 두 나라의 발레는 엄청난 발전을 거듭, 지금은 세계 각국의 발레계와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내년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예술은 가깝고도 먼 나라인 두 나라를 하나로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고, 발레라는 장르가 그 역할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본다. 두 나라의 훌륭한 무용수들과 발레단 공연을 비롯하여 한국과 일본의 뜻깊은 발레 교류 활성화를 바란다.

김지영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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