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11> 율곡 이이가 스님과 ‘시경(詩經)’ 관련 대화하고 써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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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뛰고 솔개는 날아도 위아래는 같아(魚躍鳶飛上下同·어약연비상하동)/ 이는 색도 아니고 공도 아니다.
'시경(詩經)'에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거늘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詩云鳶飛戾天魚躍于淵·시운연비려천, 어약우연)가 있다.
위 시에서 이이는 물고기가 뛰고 솔개가 나는 것을 상반된 개념으로 보지 않고, 존재의 같은 본질이 위아래로 나타난 조화된 현상으로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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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뛰고 솔개는 날아도 위아래는 같아(魚躍鳶飛上下同·어약연비상하동)/ 이는 색도 아니고 공도 아니다.(這般非色亦非空·저반비색역비공)/ 실없이 한번 웃고 신세를 돌아보니(等閑一笑看身世·등한일소간신세)/ 석양 무렵 숲속에 홀로 서 있구나.(獨立斜陽萬木中·독립사양만목중)
위 시는 율곡(栗谷) 이이(李珥·1537~1584)의 ‘금강산 작은 암자의 노승에게 주다’(楓嶽贈小菴老僧·풍악증소암노승)로, 그의 문집인 ‘율곡전서(栗谷全書)’ 권 1에 있다. 위 시를 쓰게 된 연유가 ‘병서(幷序)’로 있다. 그는 16세 때 어머니 신사임당을 여의고 18세 때까지 3년간 묘막(墓幕) 생활을 한 뒤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금강산 마하연으로 들어갔다. 그러던 중 병서에 쓴 것처럼 스님과 일화가 있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이가 암자의 스님에게 물었다. “솔개가 날아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가 못에서 뛰는 것은 색(色)입니까? 공(空)입니까?” 스님은 “비색비공은 진여체(眞如體)”라고 했다. 이이는 “만일 그렇다면 유가(儒家)의 묘처(妙處)는 말로 전할 수 없는 것이요, 불씨(佛氏)의 도(道)는 문자 밖에 있지 않습니다”고 했다. 그러자 스님이 “당신은 속된 선비가 아니다. 나를 위해 시를 지어 연어(鳶魚)의 구를 풀이해 달라”고 해 위 시를 지었다. ‘시경(詩經)’에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거늘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詩云鳶飛戾天魚躍于淵·시운연비려천, 어약우연)가 있다.
위 시에서 이이는 물고기가 뛰고 솔개가 나는 것을 상반된 개념으로 보지 않고, 존재의 같은 본질이 위아래로 나타난 조화된 현상으로 파악한다. 삶·죽음도 상반된 게 아니라, 마찬가지로 같은 본질에서 나타난 조화된 현상임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는 삶과 죽음의 문제가 유가사상(儒家思想)에서 해결됨을 알고 유가로 회귀했다.
그제 전남 장성에서 불쑥 찾아오신 한학자 두 분과 목압서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한 분이 ‘시경’의 위 내용의 뜻을 어떻게 풀이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필자가 최근 이이의 위 시를 읽은 터라 예를 들며 설명했다. 대립된 요소를 갖고 있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가장 쉬운 예가 부부의 관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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