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첨단재생의료는 K-의학의 새 미래

송혜경 유진성형외과 기업부설연구소장

최근 큰 규모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논란이 있었다. 도처에서 우리 과학 기술이 심각히 퇴보할 것을 우려했다. 특히 연구인력에 대한 지원이 끊기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연구비용이 다시 정상적으로 지원되면 기자재 등에 대한 복구는 가능하다.

하지만 인력은 그렇지 않다. 이미 우수 과학 인력들이 유학이나 연구를 위해 한국을 떠난 후 돌아오지 않는 것이 우리 과학 분야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국에서 유학 및 연구를 위해 해외로 나간 과학 인력은 1만5000명을 넘었고, 이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수치였다. 이번 사태로 더 큰 규모의 과학 인력이 국외로 유출될 것이다.

의료대란 문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의료와 같은 과학 분야 인력은 단시간에 육성될 수 없다. 대학교 학부과정부터 인재양성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더라도 석박사 기준 최소 6년에서 10년이 필요하다. 연구책임자 기준으로 생각하면 그 기간은 더 길다.

문제는 석사 이후 과학연구를 업으로 생각하는 우수 인재들이 한국을 떠난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초 과학 및 R&D 환경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준다. 우리가 길러낸 인재들이 더 좋은 연구 환경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고 있는 현실이 우리 과학의 미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필자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첨생법) 개정이 이러한 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할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법이 시행되면 희귀병이 아닌 일반 환자들도 해외로 가지 않고 한국에서 첨단 재생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미 만들어진 수요다. 의료기관과 관련 바이오회사들은 연구비나 치료비용을 받고 환자들에게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경험이 쌓이는 동시에 매출구조도 개선될 것이다. 이는 재생의료기관과 세포 처리 시설의 비약적인 발전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수요가 생기면 공급은 자연히 늘어난다. 재생치료의 경우, 약품이나 백신과는 달리 대량생산보다는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물론 남의 세포에서 필요한 부분만 조작해 증식시키는 경우는 약품이나 백신과는 규모에서 비교가 어렵지만 대량생산도 진행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존 제약개발 대비 고급 기술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세포배양, 세포처리, 인체세포관리 등에 대해 관련 인력이 필요해질 것이다. 병의원에서도 재생치료를 위한 세포를 채취하거나 만들어진 세포치료제를 투여하기 위해 전문적인 시술과 처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기존의 화학약제나 물리적인 시술, 기기들과 결합한 융복합 형태의 재생치료도 생겨나고 있어 각 기관의 차별화된 프로토콜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각 기관에 전문인력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특히 대학병원과 같은 3차 병원 이외의 2차 병원이나 개원의에서도 첨단재생의료기관이란 자격을 득하고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연구와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기관이 많아지면 각 기관에 전문인력 혹은 기존 인력의 교육이 비례적으로 더 필요해질 것이다. 임상연구인력 및 관련 각 과정에 필요한 재료와 기기의 고도화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이 또한 관련 전문생산인력, 연구인력 등을 필요로 한다.

이같이 첨생법 개정안의 시행은 양질의 일자리와 연구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효과적으로 바이오, 의료기술인력의 국외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첨단재생은 기존에 대량생산체제의 제약과는 달리 환자 맞춤형으로 바이오 회사의 기술에 의료 현장의 기술도 같이 집약되어야 한다. 굳이 산업용어로 표현하자면 다품종, 고도화된 소량생산이다. 혁신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너무 비싸지 않을까?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특성상 비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기술과 인력을 선점하고 효용성을 만들어 내면 글로벌 산업을 이끌고 나갈 수 있다. 건전한 경쟁은 또 비용 혁신적인 생산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사례를 생각해 보자. 첨단재생관련 분야에서도 우리의 기술과 개발서비스를 수출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K-첨단재생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게 된다면, 더욱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또한 세포 치료의 특성상 해외 환자들이 한국에 입국해야 하므로 의료 관광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이는 부가적인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관련 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의 성장은 우리나라 미래 산업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첨생법 개정은 단순한 법적 변화가 아니라 한국의 재생의료 및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일반 환자들은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과학 인력들은 혁신적인 환경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첨단재생의료의 미래는 밝다. 첨단재생 전문인력의 양성과 관련 자격 검증 제도가 필요하다. 다행히 첨생법 개정을 통해 관련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필자도 여러 포럼과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인력과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인력개발 시스템이 빠르게 잘 마련된다면, 한국은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K-의료과학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속도전이다. 인력 개발과 우수 인재 확보를 빠르게 이루어 내는 것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