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밸류업 기업의 길을 묻다] ESG·밸류업 목표는 공히 지속가능성장… "자전거 두바퀴"
기업평가 범위 '사회'로 넓어져
'ESG·밸류업' 하나의 개념 인식
"경제·사회적 가치 상승 선순환"
미국의 글로벌 카드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지난 2010년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사이 '스몰 비즈니스 새터데이'(소상공인 토요일)를 기획했다. 소비자를 지역의 소형 매장으로 유도해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취지였다.
이 기획은 실제 소상공인 매출 증대로 이어졌고, 미국 의회에서 공식 쇼핑일로 지정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미국에서 성공한 행사는 영국으로까지 번졌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이를 통해 사회 공헌과 매출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고, 사회 공헌이 기업의 재무와 브랜드가치를 모두 높인 대표적인 '밸류업'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기업의 가치평가가 단순한 경제적 가치가 아닌 사회적 가치까지 범위가 확대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ESG경영이 곧 기업가치 제고, 즉 밸류업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ESG경영과 밸류업이 하나의 개념으로 더해지고 있다.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ESG 평가 등급 A 이상 우수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 평균 상승률보다 11%포인트 높았다. 환경(E)과 사회(S) 점수가 주가 수익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서도 다수 발간됐다.
당장 눈에 실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ESG경영이 결국 기업의 경제가치 향상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 측면에서는 일감 수주와 같은 단기적 호재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최근 밸류업이 단순한 '재무가치 상승'으로 인식되지만, 기업가치에는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인 가치가 포함돼 있다"며 "사회적 가치 역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중요한 가치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곧 기업의 경제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근 이해관계자들은 소비와 투자, 근로활동을 결정할 때 사회적 가치에 보다 많은 효용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지속가능 가치에 자원을 배분하고, 주주 자본주의의 한계로 꼽히는 양극화와 환경오염 등을 극복해 기업 내·외부의 지속가능 가치를 높이고 있다.
주주와 경영자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배구조(G) 개선은 물론 기업과 근로자, 지역사회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S,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연결하는 환경 E 분야가 강조되고 있다.
이 실장은 "기업의 ESG 경영 성과가 좋을수록 브랜드 가치 제고를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이 제고된다"며 "사회적 가치 투자로 평판위험과 체계적 위험이 낮아지면 자본조달 비용이 낮아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ESG경영과 밸류업이 국내 자본시장 저평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앞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한 일본이 ESG 평가를 밸류업 평가요소에 포함시킨 것처럼, ESG와 밸류업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팀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단순히 주주환원에 대한 문제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합리적 자본배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ESG경영이 기업의 실질적인 밸류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ESG 투자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김창수 연세대 명예교수는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ESG 지표가 주식성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신용등급과 외국인 지분율은 영향을 미쳤다"며 "이는 아직 ESG가 투자지표로 온전히 사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거래소의 ESG 지수가 ESG 개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반 지수와 차이가 없다"며 "이같이 일반지수와 차별화되지 못한 ESG 지수는 투자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고, 이 지수를 활용한 금융상품이 10여개에 불과한 것은 이같은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ESG경영이 기업의 밸류업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배주주, 투자자(기관 및 일반 주주), 정부 등 이해 관계자의 사회적 합의가 선결과제다.
기업이 ESG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신규 투자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실적만을 좇는 현재 분위기로는 장기적인 기업 생존을 위한 ESG경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ESG경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현재는 기업의 대표나 임원도 당장의 분기 실적에 따라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ESG 투자를 꺼려하고, 일반주주들 역시 당장의 배당을 위해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ESG경영은 기업의 밸류업은 물론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것을 기업과 투자자 모두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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