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인 계좌 허용 `성큼`…2단계 입법 전 논의될까

신하연 2024. 10. 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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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가상자산 업계 숙원 사업으로 꼽혀온 법인 계좌 허용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는 그간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법인 실명 계좌 발급을 통해 기관 투자자들에게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주장해왔다.

법인 계좌 금지가 법 조항이 아닌 당국의 암묵적인 '불허'였던 만큼 가상자산 2단계 업권법 입법과 별개로 서둘러 처리 가능하다는 기대도 나온다.

◇'법인 계좌 허용' 속도 내나…"투자 활성화·투명성 증대 기대"=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위원회를 구성하고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법인 계좌 허용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에는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등 당국자를 비롯해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할 예정이며 주요 사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한다.

이용자 보호에 중점을 둔 '1단계' 업권법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이어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다루는 2단계 법안 입법에도 진전을 보일 전망이다.

그동안 가상자산에 대해 당국이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점과 대조하면 큰 '진전'이 있는 셈이다.

앞서 김병환 위원장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만 해도 가상자산 정책과 관련해 투자자 보호에 더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법인이나 기관에 대한 (시장 참여) 허용이 맞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법인 계좌 개설이 국내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위한 시급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기관 거래가 금지돼 있는 상황에서, 국내 법인 자금이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금융계좌 신고 금액 186조4000억원 중 70% 이상이 법인 자금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국내 법인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계좌를 개설하지 못해 기관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반면 미국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기관 투자 자금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전체 거래량 중 기관 거래금액 비중은 80%를 웃돈다.

3분기 글로벌 가상화폐 전문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AUM)은 636억달러(약 86조원) 규모이고, 미국에선 가상화폐 전용 헤지펀드의 자산 규모도 2018년 이후 6년여 만에 6배 증가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가 유럽, 아시아, 미국에 위치한 1000개 이상의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21년 80%가 넘는 기관이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을 포함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2단계 입법 전에 가능할까…당국 스탠스가 중요= 업계에서는 법인 실명 계좌 허용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 법인 실명 계좌가 허용되면 우선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직접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만큼, 막대한 규모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시장 유동성을 증대시키고 국내 가상자산 산업 전반의 발전과도 직결된다.

현재 해외 가상자산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국내 법인의 투자 수요를 흡수, 제도권 내로 포섭함으로써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정부와 당국의 시장 감독이 수월해 진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도 "그동안 자금세탁방지(AML) 이슈 때문에 당국에서 법인 계좌의 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있던 것으로 안다"면서 "법인 실명 계좌가 허용되고 거래가 가능해지면 오히려 시장 내 불법 활동이나 자금세탁 등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관의 가상자산 투자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라 당국의 암묵적인 지침에 의해 인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2단계 입법 이전에도 법인 계좌 개설은 충분히 허용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상 실명인증이 돼야 고객확인절차(KYC)를 마친 계좌로 판단해 가상자산 투자가 가능한데 현재 당국에서는 법인 계좌를 실명인증 계좌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국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 계좌 은행과의 소통을 통해 '허용' 의지를 밝히기만 해도 당장 법인 계좌 개설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와 달리 특금법과 가상자산이용자법 등 도입으로 투자자 보호가 전제된 상황이라는 점도 업계에서 법인 계좌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이다.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과 자금세탁방지제도(AML)도 세계 최초로 도입됐다.

당국에서도 법인 계좌 허용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기 시작한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의 여러 현안에 대해 당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는데 최근 법인 계좌 허용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전과는 사뭇 달라진 기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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