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강타한 `한강앓이` 신드롬…영국, 프랑스 등 품절 사태

박양수 2024. 10. 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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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 서점, 물량 확보 '비상'
심지어 '한국어 원서'까지 귀하신몸 돼
이탈리아에선 '채식주의자' 연극 무대 오르기도
외신들, 연일 조명… K문학 전반 돌풍 확산 주목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대형 체인 서점 반스앤드노블(Barnes & Noble) 매장의 모습. 한강의 저서가 모두 매진돼 찾을 수 없었다. [뉴욕=연합뉴스]
한강 작가의 책들. 노벨문학상 수상 후 스웨덴 한림원에 한강 작가의 책들이 전시돼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REUTERS/Tom Little]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대형 도서 판매 체인점인 프낙에서 직원이 한강의 책 '작별하지 않는다'가 품절 상태임을 알려주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언어 장벽을 뚫고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 해외의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한강 신드롬'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에선 서점마다 품절 사태가 이어져 뜨거운 재고 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에선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가 동명의 연극으로도 선보인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주변부에 머물렀던 K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메이저'로 한단계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문학 전반으로 확산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3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한강을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던 부커상의 본산 영국의 경우 런던 도심의 대형 서점들에선 재고가 동이 나 책을 바로 구하기는 어려울 정도다.

도심 번화가 소호에 있는 대형 서점 포일스(Foyles) 채링크로스점은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다음날인 지난 11일 오후 주영 한국문화원과 손잡고 '한강 특별 코너'를 마련해 한강의 책들을 한글 '원서'로 배치했는데, 이 마저도 만 하루 만에 거의 동이 났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의 국제 부문인 맨부커 인터내셔널(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2018년에는 소설 '흰'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영국에선 한강의 부커상 수상 이후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미국 뉴욕의 명품 거리 서점에서도 한강 책이 불티나게 팔려나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소재한 대형 체인 서점 반스앤드노블(Barnes & Noble) 매장에선 한강의 저서가 한 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서점의 직원은 "이틀 전에 마지막 한 권이 팔렸다.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한강이 쓴 다른 책도 매진됐다"며 재입고에 일주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근처 체인형 서점인 맥널리잭슨 록펠러센터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매장 직원은 "이틀 전에 한강 책이 다 나갔다"며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기 전에도 한강의 책은 잘 팔렸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서점 곳곳에서도 한강의 책들은 품절됐다. 서점들이 새로 주문한 책이 나오기까진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프랑스판을 출간한 현지 출판사 그라세 측은 "책이 없어 못 파는 지경"이라고 했다.

그라세는 지난해 8월 말 처음 '작별하지 않는다'의 불어판을 출간한 뒤,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기까지 1만3000부가량을 판매했다. 이어 지난 10일 노벨문학상 발표가 난 뒤 긴급하게 8000부의 인쇄를 주문했다. 그 이후에도 추가 인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탈리아 극단 INDEX는 오는 25일부터 내년 2월까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주요 도시에서 연극 '채식주의자'를 무대에 올린다. 이탈리아에선 볼로냐·로마·밀라노·토리노, 프랑스에서는 파리·투르·툴루즈·샹베리·몽펠리에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극단 INDEX의 연출가 겸 배우인 다리아 데플로리안은 몇 년 전부터 한강의 작품세계에 푹 빠져 있었다고 한다.

외신도 연일 한강 관련 기사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한강의 수상을 계기로 주변부에 있던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중심부에 진출하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했다.

일본 유력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13일 사설에서 한강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며, "우크라이나와 중동 가자 지구 등지에서 지금도 무고한 목숨이 폭력에 의해 사라지는 와중에 전쟁, 격차, 분단. 고뇌로 가득한 세계에서 점점 더 국경을 넘어 보편성을 지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사히는 "노벨문학상을 아시아 여성이 받은 것은 처음이며, 한국인 수상도 처음"이라며 한강에 대해 "일본에서도 한국 문학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그 흐름을 견인해 온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로이터통신은 전날 "풍부한 저변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학은 그간 일본이나 중국 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한강의 놀라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K팝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상징되는 'K컬처'가 K문학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 여성이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제하의 기사에서 한강 작가를 비롯해 한국 여성 작가들이 보여주는 글쓰기가 여전히 매우 가부장적이고, 때로는 여성 혐오적인 한국 문화에 대한 저항의 한 형태라고 진단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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