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벽당에 활짝 핀 꽃무릇…“전통 정원 경관 해쳐”

김용희 기자 2024. 10. 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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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가사문화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무릇이 우리나라 전통 정원 경관을 해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동범 전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는 "상사화와 꽃무릇은 같은 속이지만 상사화는 분홍이나 노란빛이고 모양이 달라 기품이 있지만 꽃무릇은 색이 강해 지자체에서 이벤트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전통 정원은 식물이 자생하거나 인위적 요소를 소규모로 하기 때문에 꽃무릇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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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퍼지면 토종 식물이 못 자라”
가사문학의 산실로 불리는 광주광역시 북구 충효동 환벽당 정원에 지난 8일 꽃무릇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광주·전남 가사문화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무릇이 우리나라 전통 정원 경관을 해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8일 방문한 광주광역시 북구 충효동에 있는 환벽당은 ‘푸르름에 둘러싸인 집’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무색하게 빨간색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환벽당을 중심으로 정원 면적(4300㎡)의 3분의 1을 꽃무릇 군락이 차지하고 있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은 바람이 불 때마다 붉은 물결이 일었지만 그늘진 곳은 꽃이 시들어 검푸른 색채를 보였다.

환벽당은 송강 정철의 스승인 김윤제(1501∼1572)가 노년에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지은 정자다. 송순, 임억령, 양산보, 김인후, 김성원, 기대승, 고경명 등이 드나들며 가사를 짓던 가사문학의 산실로 불린다. 2013년 국가 명승으로 지정됐다.

이곳에서 만난 50대 광주 시민 ㄱ씨는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고창 선운사가 유명한 꽃무릇은 불교와 관련이 있어 우리나라 정원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뿌리가 마늘처럼 질겨서 한번 퍼지면 토종 식물이 자라지 못한다”고 말했다.

꽃무릇은 환벽당의 형제 정자로 불리는 식영정과 조선시대 때 모습을 간직한 소쇄원 일대에서도 보였다. 환벽당만큼 대규모 군락은 아니지만 식영정에는 입구 계단을 따라 줄지어 있었고 소쇄원에서는 제월당 담장 밑에 20여 줄기가 보였다.

8일 전남 담양군 식영정 주변에 꽃무릇이 자생한 모습.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양재혁 소쇄원 원장은 “원래 한국 전통 정원은 자연경관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꽃무릇 같은 원색의 꽃은 심지 않는다”며 “어떻게 소쇄원 안으로 퍼졌는지는 모르겠으나 개화 시기가 짧고 꽃이 질 땐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의 꽃무릇만 놔두고 나머지는 베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꽃무릇을 단청이나 탱화 물감, 좀약 원료로 사용하며 사찰에서 주로 심었고, 유교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 정원과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동범 전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는 “상사화와 꽃무릇은 같은 속이지만 상사화는 분홍이나 노란빛이고 모양이 달라 기품이 있지만 꽃무릇은 색이 강해 지자체에서 이벤트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전통 정원은 식물이 자생하거나 인위적 요소를 소규모로 하기 때문에 꽃무릇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환벽당을 관리하는 광주 북구는 “언제, 어떤 목적으로 심었는지 파악해보겠다”고 했고, 식영정 관리단체인 담양군도 “연일 정씨 문중과 꽃무릇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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