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중앙? 배준호를 어떻게 쓸까?

황민국 기자 2024. 10. 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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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가 지난 10일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 3차전에서 요르단의 수비를 상대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55)이 10월 A매치 2연전의 마침표를 찍는 무대에서 배준호(21·스토크시티)를 어떻게 쓸지 관심이 모인다.

한국 축구의 미래로만 여겼던 선수가 즉전감을 넘어 다양한 포지션에서 재주를 뽐낸 덕분이다.

홍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 4차전에서 이라크와 맞붙는다.

지난 10일 요르단전 2-0 승리로 B조 선두로 올라선 한국(2승1무·골득실 +4)이 2위 이라크(2승1무·골득실 +2)까지 꺾는다면 본선행 경쟁에서 독주가 가능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살펴봐도 이라크는 한국(23위) 다음으로 높은 55위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마지막 고비로 여겨진다.

안방으로 이라크를 불러들인 한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왼쪽 날개의 부재다. ‘캡틴’ 손흥민(32·토트넘)과 황희찬(28·울버햄프턴), 엄지성(22·스완지시티)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을 이끌며 주목받았던 배준호가 요르단전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게 다행이다. 배준호는 요르단전 후반 3분 교체 투입돼 후반 23분 오현규(23·헹크)의 추가골을 도우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왼쪽 날개로 출전하는 배준호의 가장 큰 장점은 1대1 돌파와 드리블이다. 후방에서 연결된 패스를 잡으면 상대 수비가 막을 수 없는 방향으로 돌파에 나선다. 학창 시절 볼 터치가 다소 투박했던 약점을 극복하면서 드리블은 더욱 정교해졌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배준호는 2023~2024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 경기당 드리블 성공 횟수가 1.35개에 그쳤으나 2024~2025시즌 2배에 가까운 2.59개로 늘었다. 드리블 성공률은 41.86%에서 60.71%로 향상됐다. 배준호는 요르단전에서도 두 차례 드리블을 모두 성공시키면서 승리에 기여했다.

배준호의 활약상이 왼쪽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은 더욱 흥미롭다. 배준호가 경기 흐름에 따라 이재성(32·마인츠) 대신 중앙으로 이동할 때마다 팀 전체의 템포가 올라갔다. 그가 공을 빠르게 전방으로 운반한 효과였다. 배준호가 왼쪽 날개 뿐만 아니라 중앙에서도 제 몫을 해낸 것은 학창 시절 원래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였기 때문이다. 성인 무대에 발을 처음 내디딘 그는 연착륙을 위해 상대적으로 견제가 약한 왼쪽 날개로 포지션을 바꿨다.

그러나 배준호는 볼 터치가 간결해지며 왼쪽과 중앙을 오가는 멀티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오른발잡이인 배준호가 크로스(크로스 성공 횟수 0.61개·성공률 22.2%)에 능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회 창출에 기여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홍 감독도 이라크전 선발 라인업을 짜면서 배준호를 어디에 배치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홍 감독은 일단 검증된 왼쪽 날개가 많지 않기에 배준호를 선발로 쓸 가능성이 높지만, 원래 손흥민의 플랜 B로 고려했던 이재성이 왼쪽에서 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신 배준호가 중앙에서 왼쪽, 혹은 오른쪽의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과 포지션을 바꾼다면 상대 수비도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홍 감독이 배준호의 다양한 활용법을 연구하는 것은 눈앞의 성적이 아닌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향한 포석이기도 하다. 홍 감독은 “배준호는 앞으로 2년, 3년 뒤를 보고 쓰는 미래 자원”이라며 “소속팀에서 너무 잘해주고 있고, 그런 부분들을 대표팀에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으로 가는 게 한국 축구의 미래를 봤을 때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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