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중앙? 배준호를 어떻게 쓸까?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55)이 10월 A매치 2연전의 마침표를 찍는 무대에서 배준호(21·스토크시티)를 어떻게 쓸지 관심이 모인다.
한국 축구의 미래로만 여겼던 선수가 즉전감을 넘어 다양한 포지션에서 재주를 뽐낸 덕분이다.
홍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 4차전에서 이라크와 맞붙는다.
지난 10일 요르단전 2-0 승리로 B조 선두로 올라선 한국(2승1무·골득실 +4)이 2위 이라크(2승1무·골득실 +2)까지 꺾는다면 본선행 경쟁에서 독주가 가능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살펴봐도 이라크는 한국(23위) 다음으로 높은 55위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마지막 고비로 여겨진다.
안방으로 이라크를 불러들인 한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왼쪽 날개의 부재다. ‘캡틴’ 손흥민(32·토트넘)과 황희찬(28·울버햄프턴), 엄지성(22·스완지시티)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을 이끌며 주목받았던 배준호가 요르단전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게 다행이다. 배준호는 요르단전 후반 3분 교체 투입돼 후반 23분 오현규(23·헹크)의 추가골을 도우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왼쪽 날개로 출전하는 배준호의 가장 큰 장점은 1대1 돌파와 드리블이다. 후방에서 연결된 패스를 잡으면 상대 수비가 막을 수 없는 방향으로 돌파에 나선다. 학창 시절 볼 터치가 다소 투박했던 약점을 극복하면서 드리블은 더욱 정교해졌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배준호는 2023~2024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 경기당 드리블 성공 횟수가 1.35개에 그쳤으나 2024~2025시즌 2배에 가까운 2.59개로 늘었다. 드리블 성공률은 41.86%에서 60.71%로 향상됐다. 배준호는 요르단전에서도 두 차례 드리블을 모두 성공시키면서 승리에 기여했다.
배준호의 활약상이 왼쪽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은 더욱 흥미롭다. 배준호가 경기 흐름에 따라 이재성(32·마인츠) 대신 중앙으로 이동할 때마다 팀 전체의 템포가 올라갔다. 그가 공을 빠르게 전방으로 운반한 효과였다. 배준호가 왼쪽 날개 뿐만 아니라 중앙에서도 제 몫을 해낸 것은 학창 시절 원래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였기 때문이다. 성인 무대에 발을 처음 내디딘 그는 연착륙을 위해 상대적으로 견제가 약한 왼쪽 날개로 포지션을 바꿨다.
그러나 배준호는 볼 터치가 간결해지며 왼쪽과 중앙을 오가는 멀티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오른발잡이인 배준호가 크로스(크로스 성공 횟수 0.61개·성공률 22.2%)에 능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회 창출에 기여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홍 감독도 이라크전 선발 라인업을 짜면서 배준호를 어디에 배치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홍 감독은 일단 검증된 왼쪽 날개가 많지 않기에 배준호를 선발로 쓸 가능성이 높지만, 원래 손흥민의 플랜 B로 고려했던 이재성이 왼쪽에서 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신 배준호가 중앙에서 왼쪽, 혹은 오른쪽의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과 포지션을 바꾼다면 상대 수비도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홍 감독이 배준호의 다양한 활용법을 연구하는 것은 눈앞의 성적이 아닌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향한 포석이기도 하다. 홍 감독은 “배준호는 앞으로 2년, 3년 뒤를 보고 쓰는 미래 자원”이라며 “소속팀에서 너무 잘해주고 있고, 그런 부분들을 대표팀에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으로 가는 게 한국 축구의 미래를 봤을 때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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